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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병원이 자초한 일
   
최근 집안에 상(喪)이 있었다. 장례식장이 '분당서울대병원'이라는 말에 순간 눈가가 찌푸려지면서 "왜 하필…"이란 말이 튀어나왔다. 최근 고 백남기 농민의 사망진단서를 놓고 논란이 거센 '서울대병원'이 자연스럽게 떠올랐기 때문이다. 사실 서울대병원의 분원인 분당서울대병원은 백남기 농민 사망진단서 논란과는 아무런 관계가 없지만 말이다. 이미지란 게 그렇게 무서운 거다.

서울대병원에 대한 감정적 거부감에 기름을 부은 건 지난 11일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정감사를 취재하고 나서다. 서울대병원·서울대의대 합동특별조사위원회를 비롯해 대부분의 의료인들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원인을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라고 말하고 있는데, 혼자서만 '병사'를 주장하며 "소신껏 했다"는 말만 반복하는 백선하 교수 논란은 뒤로 미뤄 두자.

박근혜 대통령 주치의 출신인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백남기 농민 사망 전인 9월7일 단행된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해 "그런 일은 없었다"고 부인하다, 나중에는 "실무자 전결사항이라 몰랐다"는 황당한 답변을 내놓았다. 심지어 9월26일 경찰 압수수색 사실에 대해서도 "신문을 보고 저도 깜짝 놀랐다"는 정말 '깜짝 놀랄 만한' 대답을 해 국회의원들을 아연실색케 했다. 한 병원을 책임지는 수장이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황당무계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대다수 국민도 비슷한 생각을 하지 않을까. 온라인상에는 "의료사고가 나도 은폐할 것 같아 무서워서 서울대병원은 못 가겠다"거나 "내 가족은 절대 서울대병원에 입원시키지 않겠다"는 반응이 수두룩하다. 서울대병원 종사자들조차 "참담하다" 혹은 "수치스럽다"는 반응을 보이는 실정이다. 공공운수노조 서울대병원분회는 "전 국민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이 물대포에 의한 외인사임을 알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대병원 이름으로돼 있는 엉터리 사망진단서를 수정하지 않는 병원의 입장이 견딜 수 없이 수치스럽다"는 대국민 사과문까지 발표했다.

모두 서울대병원이 자초한 결과다. 윗선의 눈치를 보느라 의료인의 양심과 직업윤리를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서울대병원을 어느 국민이 신뢰할 수 있을까. 21세기를 1970년대로 퇴행시켜 버린 서울대병원에 공공병원으로서의 임무와 역할을 줄 수 있을까.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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