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은호 한국노총 조직본부 교육국장

며칠 전 한일 양국 노총 고위급 정기교류 간담회. 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은 한국의 노동상황을 일본측에 설명했다. 박근혜 정부의 반노동정책, 공공·금융부문의 총파업과 한국노총의 천막농성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리키오 코즈 일본노총(렌고) 회장이 질문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어느 정도 됩니까?” “30% 안팎”이라는 대답에 그는 무척 놀랐다. “생각보다 많이 높군요.”

최근 이 땅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보고 있자면, 이 수치가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 한국인인 나조차도 의아하다.

성과연봉제를 반대하는 공공·금융·철도노동자들의 총파업에 이 정부는 꿈쩍도 하지 않는다.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올해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올리버 하트 하버드대 교수와 벵트 홀름스트룀 메사추세츠공대(MIT) 교수는 “기업의 성과는 시장 상황 등 다양한 변수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성과에만 의존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면 운에 따라 급여가 결정되는 결과를 불러올 수 있다”며 “인센티브보다는 고정적인 급여를 더 늘려야 직원의 성과를 높일 수 있고, 안정적인 분야에서는 성과급 비중을 늘리는 것이 낫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나 '성과연봉제 도입'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흔들림이 없다. 백번 양보(할 일은 결코 아니지만 그럼에도 눈 딱 감고 양보)해서 이 문제를 정책의 영역이라고 치자. 그래서 의견의 충돌과 갈등이 벌어질 수도 있다고 하자.

그렇다면 공권력으로 국민을 살해해 놓고 사과는커녕 부검을 하겠다며 경찰병력으로 병원을 둘러싸는 행위는 어떻게 설명할까. '빨간 우의' 유언비어를 퍼뜨리는 검찰과 국정감사에서 맞장구치는 여당의 행태는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이것은 명백히 인간의 길을 벗어난 행위다.

'그리고 최순실'은 어떠한가. 재벌들에게 수백억원의 '삥'을 뜯어 재단을 설립하고 단골 마사지센터 원장을 이사장에 앉히고, 일감을 몰아 받는다. 조폭의 ‘나와바리’ 확장도 이렇게는 안 할 듯싶다.

이 권력은 더 나아가 '블랙리스트'를 작성한다. 청와대는 지난해 문화예술계 인사 9천473명의 명단을 작성해 문화체육관광부로 내려보냈다고 한다. 세월호 사태와 관련한 시국선언에 참가한 사람들과 야당 정치인을 지지한 사람들의 명단이다. 우리는 역설적으로 이 명단을 통해 국민의 슬픔을 함께하고, 희망을 만들고자 했던 문화예술인들을 확인하게 된다.

권력의 칼보다 우리를 더욱 부아 돋게 만드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다. 고작, 그러나 행위에 비해 너무나 높은, 30%의 지지율을 가지고 휘두르는 권력의 품속에서 기생하는 무리들이 차고 넘쳐난다는 사실이다. 국립병원 의사는 물대포에 맞아 쓰러진 노인을 '병사'라 기록하고, 국회의원이라는 자는 유가족에게 차마 입에 담지 못할 말을 해 댄다. 방송국 사장은 국회 국정감사장에서 자기 직원에게 “답변하지 마”라고 소리치고, 어느 한 대학은 학사관리 내규를 고쳐 가면서까지 권력실세 딸의 학점관리에 나선다. 노동자에게 희번덕거리던 재벌은 권력에 ‘삥’을 뜯기고도 조용히 눈을 내리 깔고 있다.

이러한 아수라 속에서 한국은 저출산 고령화 추세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가장 심각하고 노인빈곤율은 가장 높다. 자살률은 1위이며 국민 스스로 느끼는 건강도는 최하위다.

하기에, 나는 “현 정부와 대통령은 탄핵 대상”이라고 밝힌 박원순 서울시장의 발언에 동의한다. 외국 노동단체에 우리 상황을 얘기하기가 너무나 창피하다는 이유도 추가해서 탄핵을 적극 지지한다.



한국노총 조직본부 교육국장 (labornews@hanmail.net)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