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대상판결 : 대법원 2016.8.29 선고 2011다37858 임금

대상 판결은 용인시 무기계약직 근로자들이 2008년 말 용인시를 상대로 청구했던 통상임금 차액 청구 소송의 대법원 확정 판결이다. 수원지법 판결이 2009년 11월27일 있었고, 서울고법 판결은 2011년 4월15일에 있었으니 고법 판결로부터 따지더라도 무려 5년의 긴 시간이 걸렸다.

근무에 관계없이 근무일수 따라 지급되는 시간외수당 인정

대법원은 시간외근무수당의 차액 지급의무가 있는지 여부만을 판단했다. 통상임금의 범위, 신의칙에 대한 판단 등은 서울고등법원 판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원고 중 환경미화원들은 2008년까지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에서 시달한 환경미화원 인건비 참고자료에 근거해 1일 2시간, 시간외근무에 관계없이 근무일수에 따라 시간외근무수당을 지급받아 왔다. 환경미화원은 근무장소가 분산돼 있고 작업준비와 마무리, 작업장소로의 이동시간 등 시간외근무가 상례화돼 있는 반면 시간외근로 시간 확인이 곤란한 점 등 근무환경의 특성을 감안해 시간외근무수당을 근무일수에 따라 지급하는 것으로 규정돼 있었다.

사용자는 원고들이 실제로는 시간외근무를 한 사실이 없을 뿐 아니라 규범상으로도 시간외근무가 요구되고 있지 않으며, 산정방법에서 실제 근무시간이 아니라 단체협약에 따라 월 60시간을 적용함으로써 선택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근무환경의 특성 등을 감안해 노사 간 합의로 일정한 시간외근무 시간을 인정해 왔다면 실제 근무시간이 합의한 시간에 미달한다는 이유로 근무시간을 다투는 것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또 사용자는 2008년 하반기에 단체협약에서 2008년도 하반기 시간외근무수당은 실제 근무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하기로 하고 2008년 7월1일부터 소급 적용하기로 합의했으므로 원고 환경미화원들의 2008년도 하반기 시간외수당은 실제 근무한 시간을 기준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법원은 이미 지급한 임금을 반환하도록 하는 것은 근로자들의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이 없는 한 효력이 없다고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대법원 2000.9.29 선고 99다67536 판결, 대법원 2010.1.18 선고 2009다76317 판결)을 인용하며 임금협약에서 합의했더라도 환경미화원들에게서 개별적인 동의나 수권을 받았다고 볼 자료가 없어 그 효력이 없다며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임금

통상임금 인정 여부는 2009년 11월27일 수원지법의 1심 판결에서 모두 다뤄졌고 2심은 1심을 유지했다. 대법원에서는 앞에서 보듯이 시간외근로수당의 차액 지급의무만 판단했다. 통상임금으로 인정된 것은 근속가산금·정액급식비·교통보조비·급량비·위생수당·명절휴가비다. 소 제기 때 상여금은 청구하지 않았다. 상여금은 2011년에 노사합의로 상여금까지 통상임금에 포함하기로 합의했다.

갑을오토텍 통상임금 사건과 관련해 2013년 12월18일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대법원 2012다94643)이 있었지만 대상 판결에서 인정한 각 임금 항목 모두 2008년까지 해마다 지방자치단체가 인건비 기준으로 삼았던 ‘환경미화원 인건비 참고자료’에서 명확히 규정하고 있었고 단체협약은 이를 임금지급 근거로 명시하고 있었으므로 통상임금인지 여부에 대해서는 이전의 판결 사례에 비추어 비교적 판단근거가 명확했다.

설·추석 명절휴가비에 대한 판단

2심 판결부터 대법원 판결이 있기까지 5년간 가장 우려했던 것은 명절휴가비를 통상임금에 포함시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이었다. 대법원에 사건이 계류 중이던 2013년 12월28일 갑을오토텍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이 있었고 그 판결에서 설·추석 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했기 때문이다. 만약 명절휴가비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면 이미 고등법원 판결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은 재직자들은 받았던 임금의 일부를 토해 내야 했다.

갑을오토텍 사건에서 전원합의체는 “설·추석 상여금 지급에 대해 지급일에 재직 중일 것이 임금을 지급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으로 부가돼 기왕에 근로를 제공했던 사람이라도 지급일에 재직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지급하지 않는 반면, 지급일에 재직하는 사람에게는 기왕의 근로 제공 내용을 묻지 않고 이를 모두 지급하기로 하는 명시적 또는 묵시적 노사합의가 이뤄졌는지 또는 그러한 관행이 확립돼 있다면 통상임금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갑을오토텍 판결 이후 환경미화원 인건비에 포함된 명절휴가비가 통상임금인지에 대해 논란이 이어졌고 몇몇 사업장에서는 명절휴가비를 통상임금에서 제외하는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환경미화원들의 인건비 기준에는 명절휴가비를 재직 중인자에 대해 지급한다는 명시적인 제한규정이 없다. 사용자마다 지급 관행도 제각각이었다. 대부분 자치단체 소속인 경우가 많으므로 퇴직일이 공무원과 동일하게 적용됐다. 상반기 정년자는 6월 말, 하반기 정년자는 12월 말이었다.

설·추석 명절휴가비의 지급 시기는 명절이 있는 2월과 9월 무렵이다. 퇴직시점이 명절휴가비 지급시점과 가깝지 않기에 퇴직하면서 명절휴가비 지급을 요구하는 경우는 거의 없었을 것이다.

1심 수원지법 판결에서는 명절휴가비가 정직 중이거나 휴직 중인 근로자를 제외하고는 모든 환경미화원들 및 상용직 근로자에게 지급돼 명절휴가비가 근무성적에 따라 차등 지급됐다고 볼 수도 없으므로 근로의 대가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으로서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봤다.

대상판결의 명절휴가비 부분의 판단은 설·추석 상여금에 대한 갑을오토텍 관련 전원합의체 판결과 비교할 때 유사 사례에서 다른 판단의 여지를 열어 놓은 것에 의미가 있다. 대상판결의 명절휴가비와 전원합의체 판결의 설·추석 상여금은 모두 재직자에게 조건 없이 지급된다는 점, 퇴직자에게는 지급하지 않았다는 점에서도 유사하다. 퇴직자가 명절휴가비를 근무일수에 비례해 청구한 사례가 없는 것으로 보아 명시적 또는 묵시적 노사합의가 이뤄졌거나 관행이 확립돼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에 설·추석 상여금에 대해 통상임금으로 인정해 온 사례가 다수 있다. 한국고속철도건설공단 임금소송(대법원 2003.10.23 선고 2003다40859 판결)에서는 ‘효도휴가비·월동보조비·교통보조비는 모두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해 지급하기로 한 금품이고 또한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고정적인 임금이라 할 것이므로 통상임금에 속한다’고 판단했다. 대상 판결도 명절휴가비에 대해서 전원합의체 판결 이전의 판결례에 따라 판단했다.

통상임금 소송이 신의칙을 위반했다고 볼 수 없다

사용자는 또 신의칙에 대해서도 주장했는데 인정되지 않았다. 사용자는 상용직 근로자와 환경미화원들의 임금과 근로조건이 많이 향상돼 있는 상황이므로 통상임금 소송을 통해서 임금인상을 도모하는 것은 노사 간에 형성된 신의칙을 위반하는 행위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원고들이 피고에게 통상임금의 범위에 대해서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기로 하는 신의를 공여했다거나, 객관적으로 봐 피고가 위와 같은 신의를 가짐이 정당한 상태에 있었다는 점을 인정할 증거가 없고, 이 사건 소를 제기한 것이 정의관념에 비추어 용인될 수 없는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다고 볼 수 없다”고 판결했다.

대법원 판결이 나오기까지 소를 제기했던 원고 중 4명이 돌아가셨다. 사용자는 대법원에 상고하면서 재직자들에게만 판결 금액을 지급했다. 퇴직자들은 이제나 저제나 판결을 기다려 왔다. 그나마 5년간 이자가 늘어나 원금보다 많아졌다는 게 그분들에게 위로가 되려나.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