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연민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 당시 경찰이 직사살수한 물대포에 쓰러졌던 백남기씨가 안타깝게도 지난달 25일 끝내 숨을 거뒀다.

“백남기 농민의 명복을 빈다. 다시는 이런 안타까운 슬픔이 없도록 우리 모두 함께 노력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시위가 과격하게 불법적으로 변하면서 파생된 안타까운 일이 다시는 반복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고인의 명복을 빌고 가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

백남기씨의 죽음에 대한 새누리당의 브리핑이다. “명복을 빈다”면서, “안타까운 슬픔”이라면서, ‘당신의 죽음은 불법시위 탓’이라는 ‘사족’을 달고 있다. 아니, 사족이라기보다는 공공연한 책임 회피이자 민중총궐기투쟁본부에 대한 힐난이요, 고인과 고인의 가족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함이 더욱 옳을 것이다. 세상에 이런 아연할 만한 조사(弔詞)가 또 있을까. 한 나라의 집권여당, 그것도 물대포가 쏟아졌던 바로 그 자리에 백남기씨가 나올 수밖에 없게 만든 정치집단의 ‘현안 관련 브리핑’은 차라리 독설이자, 민중총궐기에서 살아남은(?) 자들에 대한 경고에 가깝다.

새누리당의 ‘불법시위’ 운운은 과연 현 시점에 이르기까지 진정 자행된 ‘불법’은 어떤 것이며, 누구에 의해 이뤄졌는지를 되묻게 한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불법을 저질렀다. 쉬운 해고, 파견범위 확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요건 완화 등 독소조항 가득한 노동개혁을 일방적으로 추진함으로써 노동기본권을 무력화하려는 것이다. 이는 그 자체로 헌법이 규정하는 기본권 보장의무 위배이며, 특히 2대 지침의 경우 법률이 아닌 ‘지침’의 형식을 통해 상위규범을 잠탈한다는 점에서 위헌이자 위법이다.

경찰도 불법을 저질렀다. 경찰은 민중총궐기투쟁본부의 집회 및 행진신고 중 서울광장에서 집회를 제외하고는 모두 금지통고를 했다. 민중총궐기로 인해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야기될 것이라는 근거가 전무했음에도, 경찰은 ‘교통 소통에 있어 장애 발생’이라는 막연한 우려만을 들어 무조건적이고 전방위적인 금지통고를 내렸다. 집회 관리에 있어서도 경찰은 대대적이고 선제적인 차벽 설치로 오히려 스스로 교통 소통의 장애를 유발했고, 경찰관 직무집행법과 살수차운용지침에 위배되는 형태의 물대포 직사살수로 백남기씨를 사망에, 다수 집회참가자들을 부상에 이르게 하는 불법행위를 저질렀다.

법원도 불법 행렬에 동참했다. 법원은 백남기씨에 대한 검찰의 영장청구에 대해 ‘조건부 영장’이라는 신개념 영장을 고안해 냈다. 영장발부의 요건이 충족되는지 여부를 가려 판단하면 될 것을, 장래 성취될지 여부도 불분명하고 그 의미도 모호한 조건들을 붙여 가족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았다. 사인이 명확해 부검의 필요성이 없음은 물론이거니와, 형식적 확실성과 절차적 안정성이 무엇보다 중요한 영장에 조건을 붙였다는 점에서 위 영장은 위법이고 무효다.

민중총궐기와 백남기씨의 죽음을 전후한 위 불법행위들에 대해 정부·새누리당·경찰·법원이 어떤 식으로든 책임을 지거나 잘못을 인정했다는 소식을 들은 바 없다. 도리어 정부는 노동자 동의 없는 성과연봉제를 밀어붙이고, 강신명 경찰청장은 한마디 사과도 없이 웃는 얼굴로 퇴임했으며, 경찰은 백남기씨의 사망 소식이 알려지자마자 서울대병원 앞에 진을 쳤고, 새누리당은 백남기씨의 죽음이 ‘불법시위’ 탓이라고 당당하게 밝히고 있다.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가 일반교통방해,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으로 기소된 노동자들은 이렇게 이야기한다.

“일방적으로 노동개혁을 한다기에 집회에 나간 것뿐인데 제가 범죄자라니요.”

“차벽 때문에 이미 교통이 마비돼 있었는데 일반교통방해죄라니요.”

노동기본권을 형해화시키는 노동개혁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러 집회에 나갔을 따름인 노동자들이 벌금 수백만원의 범죄자라면, 위의 불법을 저지른 이들의 죗값은 얼마일까.

마지막으로, 새누리당의 브리핑에는 한 가지 문제가 더 있다. “파생된”이라는 표현이다. 백남기씨의 죽음은 경찰이 위법하게 직사살수한 물대포로 ‘인하여’ 발생한 것이지, 다른 어떤 정황에 의해 우연히 ‘파생된’ 것이 아니다. 그럴듯한 단어로 덮으려 해도 덮을 수 없는 것이 진실이다. 다시 한 번 백남기씨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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