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화물노동자한테 기득권이라니요…. 차량 재산권을 빼앗기고, 노동자성도 인정받지 못하는 특수고용 노동자한테 기득권이 있나요? 화물차를 구입한 차주인 화물노동자의 재산권을 보장하고 적정운임을 받을 수 있도록 하라는 게 무리한 요구인가요?”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본부장 박원호)가 4년 만에 전면파업을 예고했다. 화물연대는 10일 오전 0시부로 운송을 거부하고 파업에 돌입했다. 화물연대는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폐기와 재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철도노조 파업이 14일째 이어지는 가운데 시작되는 화물연대의 파업으로 철도와 도로의 화물운송에 비상이 걸렸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명분과 정당성이 없는 집단행동”이라고 엄정대응 방침을 밝혔다. <매일노동뉴스>가 지난 7일 오전 서울 대림동 화물연대 사무실에서 박원호(54·사진) 본부장을 만났다.



“매번 파업 끝나면 모든 게 도루묵”



- 왜 파업에 돌입하는가.

"정부가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이 화물노동자를 위한 발전방안이 아니라 대형 운송사를 위한 법안이기 때문이다. 화물연대는 2012년 파업 이후 정부에 제도개혁을 요구해 왔다. 국토교통부는 지입제의 불합리성을 인정했고 제도개선에 공감대를 이뤘다. 그런데 정부가 8월30일에 내놓은 방안에는 화물연합회와 통합물류협회의 기득권만 지켜 주는 내용만 담겨 있었다. 수년간의 대화 내용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택배와 소형화물차의 증차를 허용하고 톤급 제한 해소를 위한 수급조절제를 무력화하는 내용과 기업을 위한 규제완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정부는 구조개악안을 폐기하고 국민 안전과 화물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가 화물노동자를 위한 법·제도 개선에 나설 때까지 전면파업을 이어 갈 것이다."



- 4년마다 파업을 하는 것 같다.

"2008년 파업 투쟁 끝에 이명박 정부로부터 표준운임제를 약속받았다. 최소한 시도라도 해 보고 문제점을 고쳐 나가기로 했다. 그런데 시범운영을 두어 달 하고는 흐지부지됐다. 시범운영 결과물도 없다. 당시 현장에서 기대가 컸는데 그냥 사라진 것이다.

2012년 총파업은 큰 성과를 얻지 못했다. 운임료 9.9% 인상을 약속받았다. 그런데 인상된 운임료는 짧게는 두 달, 길게는 6개월이 지난 뒤 도로 이전 운임으로 깎였다. 파업이 끝났으니까. 그래서 표준운임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최저임금이라도 받을 수 있게 강제조항으로 해 달라, 최소한 생활은 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강제하지 않으면 아무도 지키지 않는다. 이런 문제가 반복되니까 파업에 나설 수밖에 없다."



“현장 분위기 들끓어”



- 철도노조의 파업과 동시에 진행돼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시기적으로 맞아떨어졌다. 철도노조와 따로 기획한 것은 없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철도노조 파업에 편승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시기를 맞춘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사안이 전혀 다르다. 철도쪽은 정부가 성과연봉제를 강제로 도입하면서 생긴 문제다. 우리는 정부가 8월에 발표한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에 따른 개악 시도 때문이다. 공통점이 있다면 정부가 같은 시기에 철도노동자와 화물노동자를 내모는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파업 효과는 충분히 배가될 것이다. 우리는 철도노조의 파업 종료 여부와 상관없이 발전방안 폐기와 재논의가 시작될 때까지 파업할 것이다."



- 현장 분위기는 어떤가.

"초반에는 다들 화물연대는 파업을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집회를 해도 1천~2천명밖에 모이지 않을 거라고. 화물노동자들은 당장 운송료 문제가 걸려 있는데, 우리가 요구하는 법 개정은 너무 멀리 있다는 얘기다. 그래서 8~9월 전국의 현장을 돌면서 비조합원들을 많이 만났다. 한데 반응이 상상 이상이었다. 비조합원들까지 전화를 걸어와서 파업을 언제 시작할 거냐고 물었다. 지난달 여의도에서 열린 총파업 결의대회와 조합원 총회에는 세간의 예상과 달리 6천명 이상이 모였다.

발전방안대로 법이 고쳐져서 수급조절이 폐지되고 증톤이 가능해지면 극심한 경쟁에 내몰려 생존권이 위협당할 것이라는 사실에 화물노동자들은 모두 공감한다. 조합원이든 아니든 지입제 폐지와 수급조절 문제는 목숨줄이 걸린 문제다."



“화주·대형운송사 아닌 화물노동자 위한 개혁안 필요”



- 지입제 폐지와 표준운임제 도입을 요구하는 이유는.

"잘못된 지입제로 화물노동자들은 상당한 고통을 받고 있다. 내 차를 내가 등록하지 못하고 번호판을 3천만원을 주고 사야 한다. 이토록 불합리한 제도가 또 있나 싶다. 차주가 재산권을 인정받지 못한다. 정부는 차주를 보호하는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했지만 결국 또 자본의 편을 들었다. 일방적 계약해지와 관련한 법적 다툼이 있을 때 6년이 지나면 법인이 요구한 대로 계약해지를 할 수 있도록 명분을 제공한 것이다.

적정운임을 보장하려면 강제적인 표준운임제 도입이 시급하다. 과적 차량으로 하루 15시간을 일해야만 생활할 정도의 임금을 가져간다. 화물노동자들이 죽음으로 내몰리는 현실이다.

화물노동자 평균소득을 보면 소형차 운전자는 월 평균 130만원 정도다. 대형차량은 유가보조금을 포함해 330만~350만원 정도를 번다. 여기서 보험료·지입료·번호판 값·할부 등을 넣고 나면 생활비도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과적을 할 수밖에 없고 하루 10시간 일할 걸 15시간을 일하면서 겨우 생계를 유지한다."



- 기자회견에서 세월호 참사를 언급했는데.

"정부 정책이 과적을 조장하고 있다. 차량에 맞게 짐을 실어야 하는데. 세월호 참사 당시 5톤 차량에 서너 배의 화물을 실었다. 선박에 과적 차량을 실을 경우 선박 복원력 상실의 원인이 된다.

정부는 화주와 운송사의 물류비가 증가한다는 명분으로 도로법 개정을 미루고 있다. 화물연대는 '고의 과적 3진 아웃제'를 요구해 왔다. 행위자뿐만 아니라 화주·운송사도 처벌해야 한다.

과적 차량 탓에 도로가 파손되고 대형사고가 발생한다. 과적을 허용함으로 얻는 이득은 화주·물류업체가 가져가고 사회적 비용은 모두가 치르는 것이다."



“유가보조금 말고 정당한 운임료 책정하라”



- 정부의 강도 높은 탄압이 예상되는데.

"문제가 그대로 있으니 매번 같은 이유로 파업을 벌인다. 그런데 정부의 대응 방식도 똑같다. 운송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유가보조금 지급을 중지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있다. 물류운송 거부를 법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말이다. 정부도 다 안다. 그러면서 또다시 협박에 나섰다. 그만큼 다급하다는 것이다. 가장 힘없는 특수고용 노동자에게는 칼날을 쉽게 겨눈다. 야비한 정부다. 파국을 막으려면 정부가 근본적 해결책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이번 파업이 성공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파업은 결국 반복될 것이다."

정부는 화물연대가 파업을 선언한 직후 브리핑을 갖고 △운송 거부시 6개월간 유가보조금 지급 정지 △운송 방해시 운전면허 정지·취소 △업무개시명령 불응시 자격 취소 같은 강경한 대책을 발표했다.

박 본부장은 이에 대해 “보조금 인생을 살고 싶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화주가 운임을 책정할 때 유가보조금을 감안해 금액을 정한다”며 “정부의 유가보조금은 화주의 비용을 메꿔 주는 것밖에 안 된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보조금 말고 정당한 운임을 받고 일하고 싶은 거예요. 화물노동자들의 파업이 왜 반복해서 일어나는지 국민 여러분께서 귀를 기울여 주셨으면 좋겠어요. 우리는 생존권을 요구하는 겁니다. 우리는 지금도 정부와 대화를 원해요. 파업은 제발 우리 목소리를 들어 달라는 절박한 마지막 수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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