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형동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국회(국감장)는 이 소리가 들리는지 모르겠다. 국회 앞 집회가 연일이다. 5일 오후에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조합원 수천여명이 국회 산업은행 옆 4차선 거리를 가득 메웠다. 건강보험·국민연금·철도, 강원도·경기도·서울, 모든 직종과 지역에서 모인 듯했다. 이들이 함께 외친 것은 “해고연봉제 폐지”였다.

그 소리가 어찌나 큰지 대화를 이어 가기 어려웠다. 거리가 떨어져 있긴 하지만 국회에서 들을 수 있을 정도다. 누구는 “그래도 국회에서 듣기에는 너무 작지 않느냐?”라고 물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소리가 ‘크다(데시벨)’는 것이 들을 수 있는지 여부를 가르는 전부는 아니다. 흔히 말하는 ‘주파수’가 통하는 사이는 눈빛만으로도 통한다고 하지 않던가. 다른 이들은 듣지 못하는 아주 작은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주파수가 통한다의 다른 표현은 ‘관심’이다.

고용노동부에 대한 국감이 한창이다. 국감기간에는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더욱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 그래야 수고를 덜 수 있다. 다행히 국회 앞에서 분명한 목소리가 연일 전해지고 있지 않는가. 다른 때보다 수월하지 않겠나. 요즘처럼 매일 국회 앞에서 집회가 이어진 적이 있었던가. 공공과 금융 노동자들 전체가 나선 파업이 있었던가. ‘주파수’를 맞추는 작은 노력만 있으면 충분하다.

그런데 불안하다. 노동자들이 한 요구가 국감장에서 더 큰 메아리로 돌아나오길 기대한다. 그러나 지금까지 봐 온 결과는 전혀 그렇지 않다. 메아리는 고사하고 소리가 갈라지고 때론 다른 소리로 변질되기도 한다. 여의도가 아닌, 노동자가 아닌 이들은 도대체 정부 노동정책에 대한 국감이 진행되고 있는지조차 알기 어려울 정도다.

물론 성과도 있다. 정부의 관치 노사관계와 성과연봉제 압박에 따른 노사갈등 폭증(이용득 의원), 고용률을 인위적으로 늘리기 위한 시간선택제 지원금 부정수급액 급증(김삼화 의원), 고공작업 등 위험작업 외주화 분석(이정미 의원)처럼 눈에 띄는 활동도 보인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돌이켜 보면 얼마나 어렵게 다시 찾은 국감인가. 헌법에서 보장하고 있다. 그야말로 날짜와 기간이 못 박힌 가장 적극적인 정부 정책에 대한 통제제도 아닌가. 그렇다면 그에 걸맞은 내용과 깊이가 요구된다. 혹여 "여당이 국감을 지연시켰다,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변명은 소용없다. 국감에서는 기간이 아니라 내용이 중요할 뿐이다. 따지고 보면 국감장에서 긴 시간 동안 발언할 수도 없지 않는가. 그래서 미리 준비하지 않았겠는가.

남은 기간 선택과 집중이 요구된다. 국감의 핵심은 노동부의 법 위반을 질책하는 것이다. 잊힐 만하면 나오는 가이드라인·매뉴얼·지침을 없애야 한다. 이것들이 뭐란 말인가. 법률도 아니고 대통령령도 아니다. 그렇다고 장관 고시도 아니다. 노동부 스스로 밝히듯 행정집행을 위한 내부 기준(지침)에 불과하다. 정부청사 내부 운영규정이나 때마다 바뀌는 구내식당 메뉴와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수준이 이러함에도 박근혜 정부에서는 가이드라인·매뉴얼·지침이 법 노릇을 하고 있다. 아니 오히려 법률 위에 있다. 결과적으로 국회와 의원의 입법권을 침해하고 있다. 국회의 본질적 기능에 대한 침해가 분명하다. 지난달 국가인권위원회가 지적한 것과 다르지 않다. 국회 입장에서 이보다 중요한 문제가 어디 있겠는가.

노동부는 지난 4일에도 '감시·단속근로·휴게시간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노동자들의 근로시간과 휴게시간에 관한 내용인데, 그 무게를 달자면 마땅히 입법사항이다. 정기국회 국감 기간에 ‘가이드라인’이 웬 말인가. 그럼에도 아직까지(필자 입장에서는) 국감장에서 이를 지적했다는 소식을 듣지 못했다.

지난 기간 험난한 경험만으로도 위와 같은 지적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양대 ‘지침’ 정치의 직접 피해자인 공공·금융 노동자들이 연일 국회 앞에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 않는가. “정부는 법을 지키라.”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직무유기나 다름없다. 국감이 무슨 소용이란 말인가.



한국노총 중앙법률원 실장(변호사) (94kimhyung@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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