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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직 뒤 뇌출혈로 쓰러진 노동자, 그리고 업무상재해김현호 노무사(삼현공인노무사사무소)
▲ 김현호 노무사(삼현공인노무사사무소)

이 이야기는 강릉에 있는 건설중기 회사에서 부당하게 해고돼 복직된 뒤 지역노조에 가입하면서 홀로 외로이 노조활동을 한 노동자 신상기씨에 관한 얘기다. 필자가 이 노동자를 알게 된 시점은 복직 이후 지역노조와 사측이 해고자 복직 및 처우에 관한 노사합의서를 작성한 뒤인 지난해 말로 기억된다.

처음 만났을 때는 최저임금 위반 여부에 관한 상담을 했다. 회사에서 작성한 근로계약서와 임금명세서를 대조하고 실제 지급된 임금을 분석해 보니 2014년에는 시간급이 3천320원이었고, 지난해에는 3천921원, 올해 역시 최저임금 6천30원에 미달하는 3천921원으로 확인됐다. 건설중기를 운전하는 노동자들의 임금이라고 믿기 어려울 정도의 낮은 시간급이었다. 이 노동자는 우선 다른 동료들을 설득하기 전에 홀로 먼저 사건을 진행해 보고 싶다는 의견을 전했다. 당시 그는 최저임금 위반 이외에는 회사에 별다른 문제점이 없다고 했다.

그런데 필자의 게으름으로 고용노동부 진정 접수를 차일피일 미루던 중 올해 2월 노조에서 연락을 받았다. 회사측이 서씨의 근로계약서를 다시 받았는데, 올해 8월31일까지 계약기간이 적혀 있다는 것이다. 법리적으로 종전에 계약기간을 정하지 않고 근무 도중에 소급적으로 계약기간을 설정한 것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무효이므로 회사측이 유리할 것이 없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했다. 회사는 계약서 작성 이후 곧바로 6개월 기한을 못 박고는 재계약 거절통지서를 발 빠르게 내용증명우편으로 보내왔다. 그가 계약서 작성을 전후해 회사측 이사에게서 민주노총을 탈퇴할 것을 요구받았으며, 복직 이후 직장에서 왕따를 당했다는 얘기는 노동부에 진정서를 접수하고 나서 전해 들었다.

더 이상 지체하면 안 되겠다 싶어서 3월 초에 노동부 강릉지청에 해당 사업장을 최저임금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으로 진정서를 제출했다. 두 차례에 걸쳐 조사가 이뤄졌는데, 당시 근로감독관은 최저임금 위반에 관해서는 인정했으나, 부당노동행위에 관해서는 이 노동자 이외에 다른 직원들도 근로계약기간을 새로이 정해서 계약서를 썼다면서 특별히 불이익을 준 것이 없다는 회사측 주장에 더 무게를 실었다.

4월 초 다시 이뤄진 대질조사에서 지난 2월20일께 노동조합을 탈퇴할 것을 요구한 것에 관해 사측이 “일회성 발언이었다”며 한발 후퇴하자 그제야 노동부는 해고예고통지에 관해 노조법 위반이라고 분명히 못 박았다. 그러면서 8월 이후에도 이 노동자가 계속근로를 희망하니 노사 간 원만한 해결방안을 찾도록 시정기한을 올해 4월30일까지로 부여했다. 한편 최저임금법 위반은 5월11일까지 시정할 것을 사측에 요구했다.

필자는 우선 4월 말까지 사건 추이를 보기로 했다. 그런데 5월11일 최저임금법 위반의 시정기한이 지난 후 다음날 이 노동자는 이틀간 출근하지 못한 채 자택에서 뇌출혈로 쓰러진 상태에서 발견됐다. 이틀이나 출근하지 않자 회사 동료들이 노조에 연락했고, 노조위원장이 경찰에 신고해 문을 뜯고 들어가 강릉아산병원으로 후송했다. 48시간이나 방치된 것으로 추정돼 당시에는 매우 위독한 상황이었고, 주치의 역시 회복을 보장할 수 없다고 했다. 다행히 수술 이후 중환자실에서 일반 병동으로 옮겨서 건강을 회복해 현재는 원주에 있는 재활병원에서 치료 중이다.

필자는 이 노동자의 뇌출혈(뇌지주막하출혈·좌측중대뇌동맥류파열) 발병 직후 5월 말에 근로복지공단에 산재요양신청서를 접수했고, 사건은 8월 초 서울업무상질병판정위원회로 넘어갔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령과 노동부 고시에서는 '뇌혈관 질병 또는 심장 질병'의 경우 계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업무상 과로(정신적·육체적 부담)와의 인과관계를 중요시한다. 이 노동자의 경우 주 평균 근무시간은 노동부 고시기준(발병 전 12주 동안 업무시간이 1주 평균 60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48시간이었다. 따라서 근무시간 이외에 사업장에서 업무상 스트레스로 평가할 수 있는 제반의 사정(위에서 언급한 것들)을 강조하는 것이 필요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노동부는 사측에서 최저임금 지급을 계속 거부해 5월17일 최저임금법 및 노조법 위반으로 회사 대표를 기소의견으로 검찰로 송치한다는 통지서를 보내왔다.

몇 번의 의견서와 보충자료를 제출하고 나서 산재 신청 결과를 기다리던 중 9월1일 공단 강릉지사에서 업무상질병 승인 사실을 통지받았다. 누가 알아주지 않았지만 몇 개월 동안 소신을 지키고 회사에서 왕따를 당하고도 외로이 노조활동을 하면서 급기야 건강을 해친 것이 직무스트레스의 일환으로 인정돼 업무상질병으로 확인받았다는 사실에 관해 노동조합은 무척 고무됐다.

지난 3월22일 개정돼 올해 7월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산재보험법 시행령 내용 중에서 ‘적응장애’와 ‘우울병 에피소드’가 신경정신계 질병으로 추가된 바 있다. 고객 등에게 폭력 또는 폭언을 당해 정신적 충격을 유발할 수 있는 사건 또는 이와 직접 관련된 스트레스로 인해 발생한 적응장애 또는 우울병 에피소드를 추가한 것이다. 그런데 업무상 스트레스로 신경정신계 질병이 발병할 수 있음은 물론 뇌출혈 등 뇌심혈관계질환이 발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산재보험법 시행령을 현실에 맞게 다시 한 번 정비할 필요성이 있다. 특히나 이 사건과 같이 직무스트레스에 본연의 업무 이외에도 노사관계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에 따른 스트레스까지 포함된다고 볼 때, 직무스트레스는 정신의학적인 문제 이외에도 얼마든지 다른 요인과 결합해 뇌심혈관계질환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상기씨의 조속한 쾌유를 기원한다.

김현호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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