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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노동위원장 없이 긴급조정 시사한 이기권 장관
박성국  |  park21@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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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인 2016.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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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28일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 파업이 장기화된 데 따른 것이다. 이 장관은 “현대차지부 파업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와 국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법과 제도에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이 장관은 또 “긴급조정권은 법률이 정한 노동부 장관의 권한이기 때문에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덧붙였다.

노조법에 따르면 공익사업장이거나 대규모 민간사업장의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할 때 노동부 장관은 긴급조정을 결정할 수 있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30일간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다. 노동부 장관의 공표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는 노사 협상을 조정한다. 중앙노동위원장은 노사의 조정이 결렬되면 중재재정안을 내린다. 중재재정안은 노사가 체결하는 단체협약과 동일한 효과를 가진다. 긴급조정권은 1969년 대한조선공사노조 파업 때 처음 발동됐다. 이어 93년 현대차노조 파업, 2005년 6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 같은해 12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에 긴급조정권이 발동됐다.

긴급조정권은 양날의 검이다. 노동부 장관 입장에서는 파업사태가 장기화되고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반면 후유증도 만만치 않다. 정부 스스로 노사자율교섭 또는 노사자치주의를 침해하는 정치적 부담감을 갖는다. 노사 모두 긴급조정을 달갑게 받아들이지 않는다.

이기권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꺼내 드는 순간, 예외가 일반화될 수 있는 위험이 상존한다. 파업이 장기화된 사업장에서는 으레 정부가 개입하기를 바라는 풍토가 조성될 수 있다. 가뜩이나 노동부는 성과연봉제를 강제하는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저성과자 해고 논란을 초래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 등을 내리면서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연대파업의 원인을 제공했다. 노동부 장관이 민간사업장인 현대자동차까지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면 정부 강제개입 논란은 더욱 고조될 수밖에 없다. 공공기관은 물론 민간기업 단체협상까지 정부가 간여한다는 지적이 제기될 것이다.

무엇보다 긴급조정권은 헌법에 규정된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 등 노동 3권을 제한하는 조치다. 법률이 헌법상 권한을 제한하는 초법적인 조치다. 때문에 긴급조정권 발동은 매우 예외적이어야 한다. 쟁의행위가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수 경우로 국한한다. 이를테면 국가비상사태에 해당할 경우에 한해 긴급조정권이 발동된다고 보면 된다. 정상적인 국가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민주주의 시계가 고장 난 것을 의미한다. 그러다 보니 국제노동기구(ILO)와 국제노총은 우리나라 정부에 긴급조정권 폐지를 권고해 왔다. 우리나라 노동계도 긴급조정권 폐지를 줄기차게 요구했다.

이기권 장관이 긴급조정권 발동을 예고했지만 정부가 이를 책임질 수 있을지 우려된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된 후 중앙노동위원장은 조정이 성립할 수 없다고 판단할 경우 공익위원에게 의견을 물어 중재회부 여부를 결정한다. 긴급조정권 발동은 노동부 장관의 권한이지만 조정과 중재회부 결정은 중앙노동위원장의 역할이다. 이처럼 긴급조정 절차에서 노동부 장관과 중앙노동위원장은 역할과 책임을 나눈다. 그런데 지난 15일 박길상 중앙노동위원장이 임기 만료로 퇴임했다. 29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중앙노동위원회 국정감사장에는 위원장 직무대행을 맡은 이재흥 사무처장이 출석했다. 이기권 장관은 중앙노동위원장이 공석임에도 긴급조정권 발동을 시사한 셈이다.

물론 이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하더라도 절차상 하자는 없다. 수장이 없더라도 권한대행인 이재흥 중앙노동위 사무처장이 긴급조정 절차를 밟으면 된다. 하지만 수장이 공석 상태인 중앙노동위가 노동계의 반발을 감수하며 긴급조정 절차를 원만하게 수행할 수 있을까. 이 장관이 긴급조정권을 발동한다면 무려 11년 만에 이뤄지는 일이다. 노사 양측으로부터 공정성 논란도 제기될 수 있다.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는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강력하게 투쟁하겠다고 경고했다.

결국 노동부 장관 입장에서 긴급조정권 발동은 최선이 아니라 최악의 수다. 그간 긴급조정권은 단 네 번만 발동됐을 뿐 자제돼 왔다는 것을 주지해야 한다. 그럼에도 긴급조정권을 발동한다면 이 장관 스스로 그 책임을 다 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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