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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부문 개혁 ‘양질의 정치’는 어디에
▲ 박명준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공공부문, 나아가 금융권 등 준공공부문 개혁을 놓고 매년 시끄러움이 이어진다. 이른바 개혁 진통이다. 지켜보면서 늘 안타까운 것은 소통 부재다. 노사관계 연구자로서 우리나라 공공부문만큼 전근대적 소통관행을 지니고 있는 영역도 드물다는 판단이다. 핵심은 거버넌스에 있다.

한국의 공공부문은 권위주의 국가 주도하에 한국자본주의 모델을 형성시키고 이끌어 오는 과정에서 그 특성이 정해졌다. 그것은 내부적으로 두 가지 원리를 기초로 한다. 하나는 거버넌스다. 누가 어떻게 해당기관의 경영권을 갖느냐에 대한 얘기다. 다른 하나는 내부노동시장 질서다. 종사자들의 승진과 보상 원리를 어떻게 정하고, 어느 정도로 고용의 지속성을 보장하느냐를 말한다.

우리나라 공공부문은 정부가 거버넌스를 틀어쥐는 핵심적인 힘으로 작용하는 동시에 민주적 조직운영 원리를 과하게 억제시켜 왔다. 톱-다운(Top-down)식 의사결정 원리에 따라 조직운영이 결정됐고, 가장 정점에 기획과 예산을 결정하는 정부부처가 여러 기관들의 운영에 강하게 간여하는 지배체제를 구축했다. 그 안에서 자주적 노동조합 형성은 당연히 차단됐으며, 노동자들의 민주적 참여와 의견수렴을 통한 공동경영 같은 관행과 원리는 꿈꿀 여지조차 없었다.

이러한 제약의 대가(?)로, 종사자들에게는 높은 고용안정을 부과해 줬다. 상대적으로 양호한 임금을 제공했고, 연공서열 원리에 따라 임금인상도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했다. 개인 간 경쟁을 매개로 한 차등적 보상 원리는 최대한 회피했다. 효율성과 시장원리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은 것이다.

앞의 것이 채찍이었다면, 뒤의 것은 당근이었다고 할까. 채찍은 민주성의 희생을, 당근은 효율성의 희생을 기반으로 했다. 자연스럽게 두 가지 모두 시간이 지나면서 개혁해야 하는 대상이 됐다.

먼저 노동운동 성장과 민주화 심화 속에서 공공부문의 민주적 경영에 대한 구성원들의 요구가 자연스럽게 대두했다. 성장하는 노동조합은 종래의 명령식 경영관행에 도전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에 대한 정당성은 의심됐고, 노동조합의 자주적 활동을 보장하라는 요구도 일었다.

효율성의 희생도 지속되기 쉽지 않았다. 신자유주의적 경제 구성원리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면서 경쟁과 효율 원리가 공공부문에서도 강조됐다. 과거 당근에 해당하는 조건들은 정당하지 않다고 간주되기 시작했다. 게다가 민간부문 노동조건이 악화하면서, 공공부문에서의 안정된 보상은 상대적 고임금으로 인식됐고, 종사자들이 누려 온 고용안정은 ‘철밥통’이라고 비판받게 됐다.

박근혜 정부 들어 전개돼 온 '공공부문 손보기'는 효율주의 논리로 공공부문 종사자들을 옥죄어 왔다. 방만경영 해소와 임금피크제 도입에 이어 올해는 성과연봉제로 이어지고 있다. 현재 공공부문과 금융권에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는 문제를 두고 정부와 노동계가 정면대립 중이다. 정부는 대화와 소통 없이 종래의 비민주적 거버넌스 틀을 그대로 해서 밀어붙이고 있다. 종사자들의 근로조건에 심대한 영향을 끼치는 정책이 도입됨에도 그것을 대화로 풀 주체를 내세우지 않는다. 투명인간의 보이지 않는 손이 움직이는 건가.

그러다 보니 노동조합으로서는 파업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파업은 대화를 하기 위한 수단이다. 은행이 영업을 중단하고 철도가 선다. 보수언론은 노조만을 비난한다. 마치 공식 같은 역겨운 진행이다.

공공부문 개혁은 어떤 식으로든 필요하다. 거기에 일정하게 효율성 원리, 합리성 원리를 더 불어넣고자 할 수 있다. 문제는 방식과 정도다. 중요한 건 효율성 증진이 민주성 강화 없이 일방적으로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종사자들과의 대화를 배제하고 톱-다운식 의사결정과 통보식 조치 실행을 진행하면서 공공서비스 자체, 그리고 해당 부문 종사자들의 고용조건 전반을 악화시키는 결정은 양질의 정치(decent politics)와 거리가 멀다. 노동시장 개혁을 명분으로 노사관계를 망가뜨리는 또 하나의 사례일 뿐이다. 결국 부작용을 키우고 갈등비용을 늘린다.

효율성 증진이 민주성의 옷을 입고 이뤄지도록 해야 하며, 양자를 함께 도모하는 것이 온당하다. 지금의 개혁은 그래서 절름발이고 양질이 못된다.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 (mjnpark@kli.re.kr)

박명준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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