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공공부문 노조들이 연쇄파업에 돌입한 가운데 금속노조 현대자동차지부까지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자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을 경고하고 나섰다. 긴급조정은 고용노동부 장관 권한으로 노조의 쟁의행위를 강제로 중단시키는 조치다. 50년여간 단 네 차례만 발동했을 정도로 매우 이례적인 조치다. 노동계 파업이 금융·공공부문에서 민간 제조업으로 확산하는 것에 제동을 걸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공공과 민간 제조업 18만명 파업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28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서 열린 ‘공정인사 평가모델 발표회’에서 “현대차지부 파업이 지속된다면 우리 경제와 국민 일자리에 미치는 영향 등을 고려해 법과 제도에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해 파업이 조기에 마무리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규정된 긴급조정권을 포함해 정부가 대응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미다. 노동부 관계자는 “긴급조정권은 법률이 정한 노동부 장관의 권한이기 때문에 검토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며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놓고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긴급조정권은 1969년 대한조선공사노조 파업 때 처음 발동된 이래 93년 현대차노조 파업, 2005년 6월 아시아나항공 조종사노조 파업과 같은해 12월 대한항공 조종사노조 파업을 포함해 단 네 차례 발동됐다. 긴급조정권이 발동되면 노조는 30일간 파업을 포함한 쟁의행위를 할 수 없고 중앙노동위원회의 강제조정을 받아야 한다. 노조법에 따르면 “현저히 국민경제를 해하거나 국민의 일상생활을 위태롭게 할 위험이 현존하는” 경우에 한해 긴급조정권을 발동할 수 있다.

정부가 긴급조정권 발동까지 운운하면서 노동계 파업을 강도 높게 제재하고 나선 것은 금융·공공부문에서 시작된 파업이 민간 제조업으로 확산할 우려가 커졌기 때문이다.

지난 27일 철도·지하철·병원·사회보험 등 전국 10개 공공기관 노동자 5만4천여명이 파업에 나선 데 이어 이날에는 공공운수노조 소속 2개 노조 조합원 4천300여명과 보건의료노조 조합원 4천여명이 파업에 동참했다.

이와 별로도 민간 제조업 노동자들이 임금·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시한부파업을 했다.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는 정부 집계로만 8만1천900명(금속노조 집계 11만명)에 이른다. 핵심 동력은 현대·기아차와 협력업체 노조들이다.

현대차 노사는 이날 임금협상 타결을 위한 막판 교섭을 했다. 현대차지부는 교섭이 결렬되면 다시 파업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민주노총 관계자는 “이날 하루 조합원 18만명이 파업투쟁을 했다”며 “다음달 초까지 투쟁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인사 지침 평가모델 발표 강행

한편 노동부는 이날 열린 공정인사 평가모델 발표회에서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을 적용한 평가모델을 다음달 중 발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가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 지침에 대해 “오남용돼 근로자 보호를 약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한 데다, 정치권 안팎과 노동계가 반발하는 상황에서도 '마이웨이'를 고수하는 셈이다.

한 노동문제 전문가는 "불통 청와대에 불통 노동부"라고 혀를 내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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