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지연 변호사(공공운수노조 법률원)

철도노조는 단체협약 부칙에 따라 철도공사와 임금체계에 관한 보충교섭을 진행해 왔고, 현격한 견해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조정이 결렬됐으며,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재적 과반수 찬성으로 합법파업을 진행 중이다.

그런데 지난 26일 국토교통부 장관이 철도파업을 불법파업으로 매도한 데 이어 27일 국토부와 고용노동부가 합동으로 철도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는 브리핑을 가졌다. 임금파업이 ‘불법’이라니 도대체 무슨 소리인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이렇다. 노사가 임금교섭을 하는 와중에 회사가 취업규칙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버렸으니 권리분쟁이라는 것이다. 개정된 취업규칙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으면 되니 노동자들은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도입한 성과연봉제가 당장 2017년 1월1일 시행을 앞두고 있는데 짧게는 1년, 길게는 3~4년 걸려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내려질 때까지 노동조합은 임금에 대해 교섭 요구도 하면 안 되고 파업도 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창조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그런 논리대로라면, 사용자가 교섭 도중 일방적으로 취업규칙을 변경해 버리기만 하면 수년 동안 교섭을 할 필요도 없고, 파업도 피할 수 있다. 사용자는 임금도 깎고, 근로시간도 늘리고, 해고사유도 추가하고 취업규칙을 통해 얼마든지 근로조건을 개악하더라도 노동조합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 참으로 간편한 논리가 아닐 수 없다. 헌법이 노사가 대등한 지위에서 근로조건을 결정할 수 있도록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취지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묻고 싶다.

‘임금체계’는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당연히 노사가 논의하고 합의해 결정해야 할 단체교섭 대상이다. 헌법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은 엄연히 집단적 근로조건을 결정하는 최상위 규범을 ‘단체협약(단체교섭)’으로 예정하고 있다. 원칙적으로 사용자에게 작성·변경권이 있는 취업규칙으로 단체교섭권과 단체행동권을 박탈할 수 없다. 근본적으로 임금은 취업규칙의 전속사항이 아니다. 사업장 임금체계를 호봉제로 할지, 성과연봉제로 할지는 법원이 결정해 줄 문제도 아니다.

법원도 “성과급제는 임금협상 및 단체협약에서 논의돼야 하는 근로자의 임금체계를 전면적으로 변경하는 결과를 가져오므로” 사용자측의 일방적 성과급제 실시에 반발해 쟁의행위를 실시한 알리안츠 파업은 목적상 정당하다고 했다. 사용자가 단체협약과 그 성질을 달리하는 취업규칙에 따라 노사관계를 규율하면 충분하다는 이유로 단체교섭을 거부하는 것은 교섭을 해태·거부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밝힌 바 있다.

결국 임금파업이 ‘불법’이라는 정부 주장은 법령과 판례 어디에서도 근거를 찾아보기 어렵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미 철도노조 쟁의조정 사건에서 성과연봉제를 단체교섭 대상이자 조정 대상으로 봤다. 권리분쟁 사항이라면 민사소송 제기 등을 안내하는 행정지도를 했어야 할 것이나, 그렇지 않았던 것이다(조정안 수락 거부에 따른 조정 불성립). 심지어 철도공사도 성과연봉제를 단체교섭 대상으로 판단했다. 그랬기 때문에 단체협약 부칙에 따라 노동조합에 임금체계에 관한 보충교섭을 제안했던 것이다. 오로지 정부만이 임금파업이 불법이라고 꿋꿋이 우기고 있다.

공공부문에 성과주의 임금체계를 도입하는 것이 과연 적절한가라는 국가적 문제에 대해, 우리 사업장의 기본적 근로조건이 전면적으로 재편되는 문제에 대해 사용자가 일방적으로 정하고, 법원이 판단하면 그뿐이라면, 도대체 헌법이 보장하는 노동 3권은 어디에 있는가. 임금파업은 불법이 아니라는 노동법의 기초적이고 당연한 사실을 칼럼으로 써야 하는 현재의 상황이 못내 당혹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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