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14일 민중총궐기대회에서 경찰이 쏜 물대포에 맞아 사경을 헤맨 지 317일 만인 25일 숨을 거둔 백남기 농민의 시신을 부검하기 위한 압수영장이 26일 새벽 기각됐다. 하지만 검·경은 영장 재청구를 검토 중이다. 노동·시민단체와 정치권이 반발하고 나섰다.

백남기씨를 치료해 온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그가 급성신부전증으로 사망했다고 공식 발표했지만 검·경은 정확한 사인규명을 위해 시신 부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법원이 부검을 위한 영장은 기각했지만 진료기록 확보를 위한 압수수색 영장은 발부함에 따라 경찰은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을 압수수색해 진료기록을 확보했다. 검·경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속 법의관들에게 기록검토를 요청해 부검을 위한 영장 재청구 여부를 결정한다는 계획이다.

노동·시민단체와 정치권은 “시신 부검을 위한 영장 청구는 부당하다”며 “정부는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생명과 평화의 일꾼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백남기대책위)는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백남기 농민이 운명함에 따라 대책위를 ‘백남기 농민 국가폭력에 대한 진상규명, 책임자 처벌, 살인정권 규탄 투쟁본부’로 전환한다”며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 재발방지대책이 마련될 때까지 투쟁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양대 노총은 검·경의 부검영장 청구를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한국노총은 논평에서 “너무나 명백한 죽음의 원인을 두고 부검을 운운하는 것은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부검영장 청구는 국가폭력에 의해 돌아가신 고인에 대한 모독이자 가해자가 피해자를 조사하겠다는 폭력적 공권력 행사”라고 비판했다. 민변은 “고인의 피해상황에 대한 증거와 상세한 의료기록, 검안의 의견서 등 전 과정이 투명하게 드러난 만큼 법리적으로도 의학적으로도 부검은 불필요하다”고 못 박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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