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승호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즐거운 추석을 보내고 나서 곧바로 우리를 우울하게 만드는 소식을 접했다. 미국의 수사당국이 한국인들이 운영하는 성매매 업소를 무더기로 적발했다는 것이다. 9월15일자 지역 일간지 <댈러스 모닝 뉴스>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미국 국토안보부와 텍사스주 공공안전국 범죄수사부, 댈러스 경찰국이 8월26일 댈러스 한인타운이 밀집한 해리 하인스 대로(大路) 인근 마사지숍을 대상으로 대대적인 합동단속을 벌여 성매매를 하던 업주 15명을 체포하고 8곳을 폐쇄조치했다는 것이다. 신문은 또 포주들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했는데, 이름과 사진으로 미뤄 대부분 한국계로 추정된다. 보도에 따르면 성매매자 중 일부를 인신매매(human trafficking) 희생자로 보고 관련 내용을 수사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미국에서 한국인 성매매가 문제로 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필자가 10년 전인 2006년 미국 노동운동 견학차 미국을 방문했을 때 이미 이것이 크게 문제가 되고 있었다. 당시 로스앤젤레스·워싱턴·뉴욕을 순차적으로 방문했는데, 뉴욕에 갔을 때 현지 한인 노동운동가로부터 “미국의 매춘 시장을 한국계가 지배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실제 2005년 6월 말 미국 연방수사국(FBI)·이민관세국(ICE)·국세청(IRS) 등이 ‘황금새장’이라는 작전명으로 대대적으로 합동수사를 한 끝에 샌프란시스코와 로스앤젤레스 일대 최대 규모의 성매매·인신매매 조직 일당 45명을 체포했다. 이때 체포된 인신매매조직은 양아무개 일당과 정아무개 일당 등 한국계 조직으로 밝혀졌다.

그리고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년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도 이 문제가 해소되거나 완화되지 않고 더욱 심화하고 있는 것 같다. 2014년 2월에도 뉴욕 맨해튼 한인타운을 근거지로 성매매를 해 온 기업형 매춘조직이 적발됐다. 뉴욕주 검찰과 경찰이 한인 상가가 많은 맨해튼 34번가의 고층아파트 등을 급습해 윤아무개씨 등 성매매조직 운영자와 접대여성, 브로커·마약공급책 등 18명을 긴급체포했다. 이들 중 16명은 한인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맨해튼 아파트에 호화시설을 갖추고 손님이 원하면 마약까지 제공하는 원스톱 서비스를 의미하는 ‘파티 팩’(party pack)이라는 상품을 팔았다고 한다.

금년 4월에는 한미 경찰이 합동작전으로 미국 내 ‘한인 원정 성매매’ 업소를 적발했다. 미국 검찰을 비롯한 5개 미 정부기관과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로 구성된 한미 합동단속반은 지난해 7월부터 공조수사를 진행했고, 금년 4월13일 미국 뉴저지와 뉴욕 일대 10개 업소에서 포주 5명과 성매매 여성 40명, 성매매업소 광고업자 주아무개씨 등 48명을 체포했다. 같은 시각 한국 경찰은 성매매 광고 사이트 관리의 국내 총책 김아무개씨를 구속했다. 업자들은 성매매로 벌어들인 수익금으로 스포츠카와 세단 등 고급승용차를 구입하고 골프를 즐기면서 호화생활을 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 밖에도 미국 뉴욕에서는 2006년 12월과 2010년 11월 한인 성매매조직에 대한 대대적인 검거가 있었다. 그러나 이런 대규모 검거나 한미 공조의 합동수사에도 불구하고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구조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성을 매수하는 미국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도 있고 성을 매도하는 한국이 안고 있는 고질적 문제도 있다. 미국 내 한국계에 의한 불법 매춘업의 번성은 그 두 문제가 결합해 빚어진 것이다.

한국 여성들은 왜 그렇게 원정 성매매를 나가고 있는가. 우리나라 원정 성매매 여성의 숫자는 도합 수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그런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은 숫자의 여성들이 국내에서 성매매에 종사하고 있다. 그 숫자는 14만6천명, 27만명, 33만명, 80만명, 100만~150만명 등 여러 추정치가 있다. 33만명은 정부 당국에서도 최소치임을 수긍했다고 한다. 이런 성매매 종사 여성의 인구 대비 비율은 0.7%로 베네수엘라를 제외하고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결국 생물적으로 성매매가 가능한 여성(17~35세) 20명당 1명이 성매매를 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 국내에 이런 규모의 성매매 시장이 형성돼 있기 때문에 그 일부가 미국·일본을 향한 원정 성매매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가 성매매처벌법을 제정했지만 이 법으로 성매매가 줄어들지는 않았다. 노무현 정부는 권력이 시장으로 넘어갔다고 했는데, 그 시장은 여성들을 노동시장에서 배제함으로써 성을 팔아 살아갈 수밖에 없는 여성을 증가시켰고, 청년들이 결혼을 포기하게 만듦으로서 성을 사려고 하는 남성 수요를 증가시켰다. 이 시장 작동을 그대로 둔 채 법으로 처벌해도 이 문제는 해결할 수 없다. 김강자 전 종암경찰서장은 이점을 인정하고 차라리 양성화하자고 했다.

여기서 우리가 말하는 시장은 옛날의 단순상품시장이 아니고 자본주의 상품시장이다. 자본주의는 노동력과 더불어 성을 상품화한다. 그 가운데서도 신자유주의적, 천민적인 자본주의 시장은 더하다. 이 시장의 으뜸가는 주인공이 불법 성매매를 했다는 사실이 최근 만천하에 알려졌다. <내부자들>이라는 영화에 신문 논설주간과 재벌총수가 함께 성매매하는 장면이 나온다. 한 보수언론 기사는 이를 비현실적이라고 평했다. 그러나 현실이 영화와 너무나 같기만 하다.



전태일을따르는사이버노동대학 대표 (seung7427@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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