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자은 기자

정부가 강행하는 성과퇴출제를 저지하기 위한 공공부문노조의 연쇄파업이 시작됐다. 지난 23일 금융노조 총파업에 이어 27일 공공운수노조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서울·부산지하철과 철도공사·서울대병원·국민건강보험공단·국민연금공단을 비롯한 공공부문 16개 사업장 6만4천여명이 파업에 돌입한다. 무기한 파업을 예고한 사업장도 8곳이나 된다.

공공부문 사업장들이 시기를 맞춰 일제히 파업에 돌입하는 것은 드문 일이다. 조상수(51·사진) 공공운수노조 위원장은 “어느 한 기관에서라도 사용자가 결정권을 갖고 노조와 교섭할 수 있었으면 이렇게 많은 노조와 조합원이 공동파업에 돌입하는 사태가 발생했겠느냐”며 “기획재정부와 행정자치부가 권고안을 철회하지 않는 한 파업사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매일노동뉴스>가 24일 오전 서울 대림동 노조 위원장실에서 그를 만났다.



“비겁한 정부, 노정 교섭 나와라”


- 파업 돌입 직전까지 정부에 공개 노정교섭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가 예산·인사·기능조정까지 모든 권한을 틀어쥐고 공공기관을 압박하고 있다. 이기적이다 못해 비겁하다. 성과연봉제 도입을 강압해 노사관계를 파탄내 놓고는 뒤로 빠져 있다. 공공기관 무기한 총파업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조기에 수습하려면 실제 사용자인 기재부와 행자부가 교섭 혹은 협의에 나서야 하고, 노동부는 노정 간 대화가 성사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달 1일 공공운수노조는 노정교섭을 요구했다. 성과연봉제를 둘러싼 갈등 해결의 열쇠를 정부가 쥐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는 △성과퇴출제 강요 중단 △불법 이사회 무효 △성과연봉제 도입 인센티브 비정규직 예산으로 전환 △공공기관 개혁방안 마련을 대정부 요구안으로 제출했다. 하지만 기재부·행자부·노동부를 포함한 정부측 인사는 모두 노정교섭에 불참했다. 노조는 공공부문 연쇄파업에 돌입하기 직전인 26일 2차 노정교섭을 요구한 상태다.



- 파업사태를 조기에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일단 정부가 공개적인 협상 자리에 나와 노조와 대화의 물꼬를 터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과 관련한 불법 노사관계 개입을 중단하고, 최소한 노사 합의 없이 불법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를 도입한 곳은 무효임을 선언해야 한다. 임금체계 개편은 노사 합의로 한다는 원칙을 세워야 한다. 해법은 성과연봉제 시행을 유보한 상태에서 노사가 바람직한 공공기관 임금체계와 공공기관 개혁방안을 논의하고 사회적 논의로 확장하는 것이다."



“공공기관노조가 이기적이었다면 파업 안 했을 것”


- 파업 효과는 어느 정도로 예상하나.

“공공기관은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이 많다. 당장의 효과보다는 파업기간이 길어지면서 파급력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철도에서 KTX는 당분간은 그대로 운영되지만 새마을호·무궁화호·일반열차·화물열차의 운행 횟수는 줄어든다. 처음에는 대체인력을 사용하겠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KTX도 영향을 받을 것이다. 지하철은 출퇴근시간 외에는 배차간격이 길어지면서 불편을 느낄 수 있다. 병원에서는 전체적으로 외래업무에 차질이 올 것이다. 특히 건강보험공단과 국민연금공단은 필수유지업무 사업장이 아니기 때문에 직원 대다수가 파업에 참여한다.

국민 불편에 대해서는 송구스럽다. 일차적 책임은 정부에 있지만, 우리가 파업이란 수단을 통하지 않고 정책을 바로잡았으면 좋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워낙 불통 정부이기에 불가피하게 파업까지 가게 됐다.”



- "정규직의 기득권 지키기"라는 공세에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

“공공기관노조들이 오랜만에 파업을 한다. 2002년과 2009년, 그리고 지금이다. 파업을 하면 조합원들은 임금 손실부터 시작해 각종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이기적이라면 불이익을 받지 않기 위해 파업을 제외한 다른 형태로 대응했을 것이다. 노동자들이 파업에 나서는 것은 이기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2013년 철도노조 파업 당시 ‘불편해도 괜찮다’는 여론이 있었다. 지금 한국 사회의 성과 만능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갈지, 다른 길을 모색할지 기로에 서 있다. 공공부문 서비스 제공 노동자와 이용자인 국민이 함께 불편과 불이익을 감수하며 정부에 문제를 제기하는 과정이다.

공공부문에서 가장 큰 문제는 낙하산 경영구조로 인한 비효율성과 부패 문제다. 성과연봉제가 시행되면 이 문제가 바로잡히기는커녕 더욱 심화할 것이다. 공공기관은 그야말로 최악의 상태가 된다. 이는 곧 공공서비스 이용자인 국민 피해로 연결된다. 공공기관을 국민 참여 방식으로 투명하게 운영한다면 비효율성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누가 청년·비정규직을 위하는지 방송에서 토론하자”


-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한 착한 파업"이라는 슬로건이 눈에 띈다.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파업은 국민 피해를 막고 공공성을 지키는 파업이다. 2002년 철도·가스·발전부문이 연대파업을 하면서 공공부문 민영화가 잘못됐다는 것을 알렸다. 국민 정서로 자리 잡는 데 10년이 걸렸다. 정부는 이러한 국민 정서를 알기 때문에 내용은 민영화가 맞는데도 겉으로는 절대 아니라고 우긴다.

민영화 뿐만이 아니다. 공공부문 성과주의도 국민 피해로 연결된다. 지난해 서울대병원이 성과급제로 인한 과잉진료 문제를 이슈화하면서 공공부문의 성과주의 문제가 공론화됐다. 이제는 상당수 국민이 공감하고 있다. 공공부문에 성과급제가 국민 피해로 이어진다는 정서가 널리 퍼져야 한다.”



- 노동부는 공공부문 총파업을 비정규직과 청년들에게 실망과 좌절을 안겨 주는 행위로 규정했는데.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 또다시 청년과 비정규직을 들먹였다. 장관 브리핑 직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비정규 노동자들이 공공부문 파업 지지 기자회견을 했다. 공공부문에 성과퇴출제가 도입되면 비정규직 노동조건이 먼저 후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성과퇴출제는 비정규직을 늘리고 쥐어짜는 방식이라고 폭로하고 정규직과 함께 싸우겠다고 밝혔다. 노조는 성과연봉제 조기 도입 인센티브 1천680억원을 반납하고 비정규직 처우개선 예산으로 사용하자고 요구했다.

정부는 아직도 공공기관·대기업 정규직을 때려서 쟁점화하는 것이 유효한 프레임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정말 누가 청년·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한 입장에 있는 것인지 정부에 방송 공개토론을 제안한다."

조 위원장은 “이번 싸움은 공공기관만의 싸움이 아니라 전체 노동자의 싸움, 국민이 함께하는 싸움으로 가야 한다”며 “전체 노동자와 국민이 함께 나서 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이어 “그동안 공공기관 정규직이 비정규직 문제와 사회적 역할에 대해 노력을 했지만 부족한 점이 있었다”며 “공공부문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 전체 비정규직의 저임금·차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열심히 뛰는 노조로 변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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