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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이 처한 현실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
▲ 이용우 변호사(법무법인 창조)

1. 박정희 정권 시절 막걸리를 마시다 던졌던 한마디로 긴급조치 위반이라며 끌려가 수년씩 감옥생활을 하는 일이 빈번했다. 그만큼 헌법상 표현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는 보잘것없는, 헌법전에만 존재하는 시절이었다. 지금 노동자들에게, 아니 예비노동자와 실업자들을 포함한 전체 국민에게 노동조합을 할 권리가 긴급조치 시대와 다르지 않다.

2. 최근 몇 가지 사례만 보자.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 노조는 안 된다"며 범죄적 신념을 관철하기 위해 ‘조기와해, 실패시 고사작전’ 등을 담은 노조파괴 문건을 작성하고(삼성), 어렵게 노조를 설립하면 왕따를 시키거나 평소 업무와 전혀 무관한 보직으로 전보하고(세종호텔), 노조설립 후 묵시적 근로관계가 인정되자 십수 년 살인적인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조합원들을 집단해고한다(동양시멘트). 심지어 조합활동을 이유로 노조 간부들을 해고해 놓고, 다시 그 해고자를 이유로 국가가 직접 나서 수만 명의 조합원을 가진 노조 자체를 부정한다(전교조).

정말 무지막지한 사용자는 경찰과 특전사 출신을 신입사원으로 채용해서 복수노조를 설립한 후 노조파괴 컨설팅 집단과 공모해 민주노조 말살을 획책하고(갑을오토텍), 원청 대기업은 협력업체 노사관계까지 개입해 노조파괴를 사주하고 결국 조합원을 죽음으로 내몰고(유성기업·현대자동차), 협력업체별 조합원수를 업체 경영평가에 반영한다(티브로드).

신생 노조가 단체교섭을 요구하면 무시로 일관하고 기존 노조가 교섭을 할라치면 경영권 사항이네 정부정책이네 하며 정말 중요한 사항은 교섭테이블에 올리지도 못한다. 어렵게 노사가 합의해 단체협약을 체결해도 사용자에게 불리한 조항은 국가가 알아서 시정명령을 요구하고 이에 응하지 않으면 형사처벌까지 한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정부와 기관장들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시 과반수노조 동의라는 근로기준법상 명문 규정을 위반하면서 성과연봉제를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이러한 불법에 저항하는 노조에 대해 다시금 대통령은 "지금이 어떤 때인데 사회혼란을 부추기는 파업이냐"고 떠들고, 장관은 물론 금융위원장과 각 기관장·언론까지 나서 불법파업이라며 노조를 단죄의 대상으로 몰아세운다. 이쯤 되면 파업을 유지하기 만만치 않으나 어렵사리 파업을 유지해도 ‘낙타가 바늘구멍 통과하기’ 정도로 어려운 쟁의행위 정당성 관문이 기다리고, 사용자는 손해배상과 가압류로 조합원들을 패가망신하게 만든다.

급기야 검·경은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을 소요죄 운운하며 구속시키더니 소요죄는 쏙 들어가고, 대신 법원은 집시법 위반과 일반교통방해·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로 한상균 위원장에게 중범죄자에게나 선고되는 무려 징역 5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외국에서는 총연합단체의 대표를 감옥으로 보내는 풍경이 매우 어색하지만 우리는 감옥에 가지 않는 것이 어색할 정도다.

3. 노동조합이 처한 왜곡된 현실을 바꾸기 위한 법·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국가가 나서 노동조합을 부정하고, 단체협약을 무력화하는 행태를 제지해야 한다. 특수고용직은 정당하게 노동자로 포섭해야 하고, 간접고용은 축소·폐지해야 하며, 사용자 개념을 확대해야 한다. 쟁의행위로 인한 손배·가압류를 제한하고(요건 강화, 책임 주체와 범위의 축소, 가압류 금지 등),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입증책임 완화 또는 전환과 형량의 상향이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현재의 10% 내외에 불과한 노조조직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법·제도 개선이 요구된다.

법원은 쟁의행위에 대한 민·형사 책임요건을 엄격하게 판단해야 하고, 부당노동행위가 기본권 침해 범죄라는 명확한 인식을 갖고 중형선고를 통해 부당노동행위를 근절하고 노조를 통해 힘의 균형을 지향하는 헌법정신이 현실화되도록 해야 한다. 검·경에게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검·경은 노조에 대한 태도만큼이라도 부당노동행위 등 사용자의 범죄행위에 단호해야 한다.

이러한 모든 것들은 노동자계급에 대한 특혜가 아니다. 헌법에 규정된 노동 3권을 최소한의 수준에서 현실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노동조합이 처한 작금의 우울한 현실은 후진적인 국가의 중요한 징표다. 노동 3권이 사문화되지 않고 명실상부하게 헌법상 기본권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하지 않으면 우리는 또 다른 긴급조치 시절을 경험하게 된다.

이용우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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