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 농민이 끝내 숨을 거뒀다. 지난해 11월14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1차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가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에 맞아 중태에 빠진 지 317일 만이다. 백씨를 치료해 온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백씨가 25일 오후 1시58분 급성신부전으로 숨졌다고 공식 발표했다.

직접 농사를 지으며 농민운동에 몸담은 백씨는 쌀값 폭락으로 농민 피해가 커지는 상황에서 지난해 민중총궐기에 참가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내걸었던 쌀 수매가 현실화 공약을 지키라고 촉구하기 위해서였다.

정부를 상대로 약속을 지키라고 상경길에 오른 농민에게 경찰은 직사 물대포로 응대했다.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백씨는 그 뒤 곧바로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중환자실에 옮겨져 4시간여에 걸쳐 수술을 받았지만 의식을 되찾지 못했다. 이달 23일 밤부터 백씨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고 결국 사망에 이르렀다. 백씨 가족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들이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켰다.

멀쩡한 국민이 국가폭력에 의해 죽었는데도 책임을 진 사람은 없었다. 처벌을 받은 사람도 없다. 백씨가 의식을 잃은 지 300일이 넘은 이달 12일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렸지만 국가폭력의 진상은 드러나지 않았다. 이날 청문회에서 강신명 전 경찰청장은 “사람이 다쳤거나 사망했다고 무조건 사과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공식사과를 거부했다. 유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국가배상청구소송과 손해배상청구소송도 진척이 없는 상태다.

한편 ‘백남기 농민의 쾌유와 국가폭력 규탄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백씨에 대한 부검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정일 민변 변호사는 “백씨를 수술했던 서울대병원 의료진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에서 ‘물대포 직사 살수’라는 원인을 분명히 밝혔다”며 “고인이 죽음에 이른 이유가 명백한 상황에서 검찰의 부검 의도는 정당한 공권력 행사라고 보기 어렵다”고 비판했다.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 전진한씨는 “장기간 입원과 수술 치료로 환자 상태는 처음과 비교해 변형됐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며 “명백한 발병원인을 환자의 기저질환으로 몰아가려는 저의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된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백씨 부검 여부에 대해 검찰은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