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파업만 하면 나오는 정부 주장이라 사실 내용이 뻔하다. 고용노동부 장관의 20일 언론 브리핑 말이다. 그럼에도 장관이 공공부문 파업에 명분이 없다며 근거로 든 몇 가지는 객관적으로 따져 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그것들이 사실 국민이 공공부문 노조 파업을 비난할 이유가 아니라 지지해야 할 이유이기 때문이다.

첫째, 장관은 공공부문의 임금 유연화로 일자리가 만들어진다고 주장했다. 반대다. 현재는 공공부문이 앞장서 임금을 불안하게 하면 일자리가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경제위기 전후 2006년부터 2014년까지 한국의 취업자 1인당 국내총생산(실질)은 20% 가까이 증가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취업자 증가율은 10%가 조금 넘는다. 기업들이 고용을 증가시키기보다는 노동강도를 높이거나 기계를 늘리는 방식으로 생산을 늘렸다는 이야기다. 여기에 국세청 근로소득 통계를 보면 1인당 평균임금 증가율(실질)이 3%가 되지 않는다. 1인당 생산성 증가율 20%에 비하면 사실상 정체와 다름없다.

임금이 고용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건 생산성 향상보다 임금상승률이 빠를 때다. 우리나라가 그런가? 앞의 자료처럼 반대다. 우리나라는 생산성에 한참 미달하는 임금상승률이 문제인 나라다. 정부도 얼마 전까지 초이노믹스란 이름까지 붙여 가며 생산성 향상분이 기업소득으로만 편향되는 걸 문제 삼지 않았는가.

현재 임금과 고용은 상관관계가 크지 않다. 오히려 공공부문이 앞장서 성과급제 퇴출제 등으로 임금을 유연화하고 삭감하면, 단기적으로는 이들 노동자의 소비 위축으로 오히려 경제 침체가 심화할 가능성이 크다.

둘째, 장관은 상위 노동자의 임금 삭감이 하위 노동자의 임금상승으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이 또한 아니다. 하위 노동자의 더 큰 임금 삭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는 현재 전체 임금이 오르는 가운데 하위 노동자의 임금이 정체하는 상황이 아니다. 사용자들이 노동자의 평등을 위해 상위 소득자의 임금을 하위 소득 노동자에게 나눠 줄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 조직력이 되는 노동자의 임금 방어선이 깨지면 전체 인건비를 대대적으로 줄일 준비를 하는 형국이다.

앞서 봤듯이, 세계 금융위기 전후로 실질임금 자체가 정체 상태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연평균 0.3% 증가에 그치고 있다. 상위 10%를 제외한 90%의 임금(국세청 근로소득 통계)은 이보다 더 적은 연 0.2% 증가했다. 통계청과 노동부 통계를 보면 비정규직은 아예 한 푼도 오르지 않았거나 아예 감소했다. 기업 규모별로도 중소기업의 임금 정체가 대기업보다 심했다. 요컨대 총임금 자체가 정체하는 가운데 하위 노동자 임금이 더 많이 감소하고 있다. 임금 방어가 쉽지 않은 부분에 더 많은 임금 삭감이 이뤄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따라서 그나마 임금을 방어하던 노동자의 임금 하락은 총임금 하락 속도를 더 높일 것이다. 하위 소득 노동자의 처지는 순망치한이다.

셋째, 장관은 조선·해운업 구조조정으로 고용 사정이 어려운데 공공부문이 파업하면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 주장했다. 아니다. 그래서 더 파업해야 하는 게 맞다.

잘 알려졌다시피 조선·해운업 위기는 전형적으로 재벌과 정부의 무능, 부패 탓에 발생한 일이다. 조선업은 LNG선 수주가 줄자 덮어놓고 해양플랜트에 투자하다 대규모 손실을 봤다. 해운업은 총수 경영권 유지를 위해 배를 팔아 재무구조를 개선하다 위기에 빠졌다. 그리고 정부는 위기를 지적하기보다는 오히려 국책은행을 통해 재벌들의 대마불사 믿음을 확인시켜 줬다. 심지어 일부는 대우조선해양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부실 은폐에 동참하기도 했다. 결국 조선업·해운업 구조조정은 재벌과 정부가 벌인 일을 노동자 희생으로 수습하고 있는 셈이다.

임금체계 개편을 통해 쉽게 임금을 삭감하고, 해고하겠다는 발상도 연장선에 있다. 노동시장 개혁으로 재벌과 정부의 부실을 노동시장에서 부담해야 한다는 이야기니 말이다. 이래서 공공부문 노동자의 총파업은 사업장 수준이 아니라 오늘날의 한국 사회 방향과 관련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재벌과 정부 실정에 맞서 투쟁하는 것은 노동운동의 본분이다.

넷째, 장관은 공공부문 정규직이 상위 10%라고 규정했다. 틀린 이야기다. 한국 상위 10% 근로소득자는 연봉 1억원 이상을 받아야 한다. 공공기관 평균이나 공무원 평균은 이와는 한참 거리가 멀다. 공공부문 노동자 간 임금 격차도 큰 편이라 공공부문 노동자 중 상위 10%는 소수에 불과하다.

다섯째, 장관은 성과연봉제와 관련해 임금체계 개편을 법으로 정했다고 주장했다. 더는 말이 필요 없는 부분이다. 매일노동뉴스 기사만 봐도 알 수 있다. 주무 부처가 이제 하다 하다 있지도 않은 법을 만든다.

정리하면 이렇다. 노동부 장관이 명분 없는 파업이라고 든 근거는 사실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절박하게 파업에 나서야 할 이유다. 국민은 ‘볼모’가 아니다. ‘연대’로 이 파업과 관계할 근거다. 공공부문 총파업에 국민적 지지를 보내자.

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사업장별 이해관계를 넘어 단결된 투쟁으로 정권에 멋진 한 방을 날릴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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