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1970년대 반독재 민주화 투쟁에서 교육혁명까지 이어진 40여년의 투쟁 여정. 33년 교직생활 마지막에 탄압으로 해고됐지만 "명예롭게 마무리했다"고 웃으며 말하는 전교조 간부. 노동운동 과정에서 원칙을 견지해 도덕·윤리 선생님 같았던 활동가. 알고 보면 진짜 도덕·윤리 선생님. 영원한 교육노동자 김재석.

김재석은 74년 대학 입학 후 이듬해 긴급조치 9호 위반으로 6개월간 구속됐고, 학교에서 제적됐다. 반독재 민주화 투쟁, 민주노조 건설과 사수, 교육혁명을 향한 장도의 40년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여곡절 끝에 80년 복학 후 82년 8월 졸업을 하고, 83년에 용산여중 도덕교사로 발령받았다. 89년 전교조 설립에 동참하며 상계고 분회장·대의원을 지냈다. 이후 분회장과 대의원을 수차례 역임했다.

94년부터는 서울 중등 동부·중서부 지회장을 맡았다. 96년 서울지부 조직국장으로 일했고, 서울지부 부지부장·수석부지부장으로 활동 폭을 넓혔다. 2001년에는 서울 지부장을 맡아 합법화 초기에 기세 좋게(또는 힘차게) 활동하다 사학민주화 투쟁과 7차 교육과정 저지 연가투쟁 등으로 구속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고 해고됐다.

그리고 2006년 전교조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임기를 마친 뒤에는 지회장 등을 맡았고, 2013년부터 퇴임할 때까지 다시 전교조 부위원장으로 활동했다. 교육노동자로서 고달프고 긴 여정을 보냈다. 올해 정년퇴임 6개월을 앞두고 직권면직의 길을 택하면서 해고자로 8월 말 퇴임을 했다.

다양한 직책을 맡으면서 묵묵히 활동한 탓에 필자도 2000년대 초부터 알게 됐다는 것만 기억할 정도다. 질문에는 조용하면서도 논리적으로 답변하지만 한마디도 허투루 말하는 법이 없는 분이었다. 그는 "전교조 설립 때부터 쉼 없이 노조간부로 활동했는데,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달려온 세월이었다"고 회상했다.

"교육 민주화와 참교육 운동을 하면서 많은 변화를 쟁취했습니다. 특히 서울시 학교급식조례제정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을 하면서 학교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바꿔 낸 것과 학생인권조례제정 서울본부 공동집행위원장을 할 때 서울에서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것을 보람으로 생각해요."

반면에 성찰의 시간과 재충전의 시간이 거의 없었던 점은 아쉽다며 후배들은 꼭 성찰과 재충전의 시간을 갖길 바라고 활동가들에게도 그런 시간을 보장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21일 서울고등법원이 전교조에 대해 법외노조 판결을 하면서 학교로 돌아가지 않으면 직권면직이 예고됐다. 주변에서는 다들 학교로 복귀해 아이들의 축하를 받으며 퇴임할 것을 권유했다. 하지만 그는 후배들이 당당하게 맞서 싸우는데 슬그머니 학교로 복귀해 정년퇴임을 할 수는 없다는 판단에 따라 '함께 비를 맞기로' 결정했다. 전교조 전임자들은 학교에 복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34명이 직권면직을 당했는데, 그도 포함됐다.

김재석은 직권면직 상태에서 정년을 맞은 소감을 이렇게 전했다.

“전교조가 법외노조라는 조건에서 부당하게 탄압받는 시기인데, 전쟁하는 사람은 싸움터에서 죽는 것이 가장 행복하다는 말처럼 함께할 수 있어 오히려 행복합니다. 학창 시절에 가졌던 초심을 잃어버리지 않고 교육운동을 할 수 있었고 일관성 있게 외길 인생을 영위한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행운이었어요. 신영복 선생의 말씀처럼 '함께 맞는 비'에 동참할 수 있어 개인적으로 영광입니다.”

젊은 시절 의욕과잉으로 인해 학생들에게 부담은 안 됐는지 성찰한다는 그는 나이 들면서 전임과 해직으로 교단 밖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 것을 무척 아쉬워했다. 지금쯤 중년이 됐을 옛 제자들에게 "다시 한 번 진심으로 사과의 말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학교에서 전교조 활동 외에 가장 잊지 못할 기억이 무엇이냐고 그에게 물었더니 다음과 같은 일화를 소개했다.

87년 중학교 3학년 담임을 맡았을 때 한쪽 다리가 불편한 장애 학생이 가정형편상 수술을 못하고 있었다. 그래서 여러 사람의 도움을 받아 대학병원에서 수술을 하도록 했다. 10여년 후 그 제자를 만났는데, 선생님 덕분에 자신감을 얻었고 잘 생활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큰 보람을 느꼈다고 한다. 학교 밖에 머문 시간에 대한 그의 미안함과 회한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퇴임한 뒤에도 변함없이 교원의 노동기본권 보장 투쟁을 하겠다는 전교조 해고자 김재석. 퇴직 조합원 모임과 교육단체 활동, 지난 8년간 해 왔던 교육혁명 대장정에 계속 참여할 생각인 참교육 운동가 김재석. 해고와 퇴임으로도 끊어지지 않은 그의 장도에 박수를 보내며 건투를 빈다.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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