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운수노조
올해 4월 목숨을 끊은 2명의 지하철 기관사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업무상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유족급여를 신청했다.

공공운수노조는 20일 오전 울산시 근로복지공단 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기관사 자살은 개인적 문제가 아닌 국가와 사회 책임”이라며 “공단은 빠르고 공정하게 산업재해 사건을 심사하라”고 요구했다. 운전경력 21년차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김아무개씨와 23년차 부산지하철 기관사 곽아무개씨는 올해 4월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하루 4시간 이상을 캄캄하고 좁은 지하터널을 운행하는 노동조건이 기관사의 정신건강을 취약하게 한 원인이라는 것이 노조의 견해다. 1인 승무로 인해 지하철 기관사는 수천명이 이용하는 지하철을 운전하며 지하철 문을 여닫고 크고 작은 사건을 홀로 감당해야 한다.

2003~2014년 사이 서울도시철도 기관사 8명이 목숨을 끊었다. 이들 중 5명의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에 유족보상을 신청했지만 3명만 업무상재해를 인정받았다.

노조는 근로복지공단 ‘정신질병 업무관련성 조사지침’ 문제를 지적했다. 지침에 따르면 사고 발생 전 특이사항과 급성 충격적 사건 경험, 최근 6개월간의 주요 변화를 조사하도록 돼 있다. 최근 발생한 특별한 사고에 대한 스트레스 여부를 산재인정의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보는 것이다. 장기간에 걸친 스트레스가 대부분 정신질환의 요인인데, 조사지침은 이를 외면하고 있는 셈이다.

노조는 “기관사 업무에 대한 공단의 이해도가 떨어져서 발생하는 문제”라며 “기관사 업무는 지하철을 운전하는 시간 동안 한순간도 긴장을 놓을 수 없는 업무라 일반적인 조사로는 재해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특별한 사고뿐만 아니라 누적된 일상적 스트레스도 판단 기준에 포함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태훈 5678서울도시철도노조 승무본부장은 “기관사 자살은 기관사 업무 특성 때문에 발생하는 직업적 산재”라며 “공단과 공사측이 원인 조사와 예방대책을 제대로 세웠더라면 자살을 택하는 기관사는 적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이날 공단 담당자와 면담을 통해 △기관사 노동환경 현장 실사 △유족과 동료·대리인 진술 보장 △반복되는 기관사 자살에 대한 역학조사 △자살 방지대책 마련 등을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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