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진걸 경제민주화실현전국네트워크 운영위원장

성과연봉제 중심 임금체계 개편을 두고 노정 갈등이 극에 달하고 있다. 금융·공공·보건의료 노동자들은 9월 하순에 연쇄파업에 들어간다. 노조가 요구한 노정교섭에 정부는 반응이 없다. 정부는 2대 지침을 발표하고, 지침을 근거로 공공기관에 노동자 동의 없이 이사회 의결로 임금체계를 바꾸라고 채근했다. 노정 모두 물러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시민·사회단체는 공공기관 성과연봉제 도입에 우려를 표한다. 93개 단체가 참여한 공공성 강화와 공공부문 성과퇴출제 저지 시민사회공동행동이 그 이유를 기고로 알려왔다. <매일노동뉴스>가 세 차례에 걸쳐 싣는다.<편집자>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에는 진정성이 전혀 없다. 정부가 말하는 것같이 정규직 노동자가 과보호되고 있다면 비정규직처럼 어렵게 만들 것이 아니라, 비정규직을 체계적으로 정규직화하면서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개선해 나가면 될 일이다. 정규직 노동자들을 부당하고 과도하게 공격하는 것으로 권력을 남용할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말로는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문제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재벌·대기업에 유리한 ‘노동유연성(쉬운 해고와 사측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임금체계)’을 선물해 주기 위함이라는 것을 이제는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그렇게 기간제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 파견근로 전면 확대, 공공기관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공공부문 노조 무력화를 시도하던 박근혜 정권은 그것이 여의치 않자, 최근엔 공공부문과 금융권 등 공적 영역에까지 무리하게 성과퇴출제를 강요하는 것에 ‘올인’하고 있다.

이 역시 사회 전반에 재벌·대기업과 사용자들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한 임금체계를 확고히 하고 성과에 따른 쉬운 해고를 일반화하기 위한 음모에서 비롯된 것이다. 나아가 공공부문 노조를 무력화해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영리화를 가속하기 위한 기획에서 야기된 것임을 우리는 금세 파악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과 현 집권세력은 도대체 무엇을 하려고 정권을 잡은 것인가. 우리나라를 잘못된 방향으로 몰아가려고 작정이라도 한 것인지 의심된다. 나라의 근간인 국민들의 삶이 매일매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 고통스럽지만 자연스럽게 터져 나온 비명이 ‘헬조선’인데, 대통령은 오히려 국민들의 절규를 나무라고 외면하기 바쁘다. 최근 실의와 빈곤에 빠진 청년계층을 응원하기 위한 지자체들의 청년 대책과 복지정책을 집요하게 방해하느라 여념이 없다.

심지어 박근혜 정부는 일관되게 공공부문의 공공성 약화와 공공서비스 민영화를 꾀하고 강행하고 있다. 그것이 극적으로 드러난 사례가 수서발 KTX 민영화 시도와 최근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한 성과연봉제 강요 행태다. 사회공공성을 강화하고 제고하자는 것이 국민적 요구임에도 박근혜 정부는 오히려 공공부문의 민영화와 함께 공공성을 파괴하는 것으로 연결될 공공부문에서의 ‘성과 만능주의’를 강요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 성과는 우리 국민들이 가장 안전하고, 가장 저렴하게 공공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임에도 박근혜 정부가 말하는 성과는 국민을 위한 것이 아니라 공공부문에서도 흑자와 경쟁을 극대화하자는 맹목적인 성과 만능주의로 흐르고 있다. 이 정책으로 인한 첫 번째 피해자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이겠지만 동시에 우리 국민 모두도 공공성 약화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렇게 중요한 정책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노사 간 논의, 전문적인 검증을 전혀 거치지 않았다는 것도 큰 문제다. 박근혜 정부는 공공기관 효율성 개선과 노동시장의 불평등 해결을 도입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지금의 맹목적인 성과 만능주의와 공공부문의 노동조건 악화, 노조 무력화 시도는 그나마 유지되고 있는 사회공공성마저도 파괴하고 전체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위협하는 것이고 이는 곧 우리 국민들 모두의 피해로 이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 사회 임금노동자들은 실업·비정규직화·저임금·장시간 노동·산업재해에 시달린다. 중소상공인들은 재벌대기업의 슈퍼 갑질과 온갖 횡포, 업종과 부문·지역을 가리지 않는 생존권 침탈에 고통받고 있다. 국민 대다수의 알자리가 끝없이 불안하고 소득은 보잘것없는데 어떻게 내수가 활성화되고 국민경제가 발전할 수 있겠는가. 거기에 공공부문의 공공성과 노동조건까지 파괴하고 나선다면 이제 우리 한국 사회는 ‘헬조선’을 넘어 ‘아수라 지옥’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시민사회가 노동계와 함께 투쟁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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