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은행권 성과연봉제 확대도입을 추진하자 금융노조가 총파업을 예고했다. 정부는 “금융산업 내 보수주의·무사안일 문화가 생산성을 떨어뜨린다”며 “일 잘하는 직원이 우대받는 제도를 정착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면 노조는 “과도한 성과주의가 불완전판매 같은 금융사고를 유발하고, 은행 특유의 협업문화를 무너뜨릴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먼저 살펴볼 점은 우리보다 앞서 성과주의를 도입했던 외국 기업의 움직임이다. 최근 수년간 미국의 마이크로소프트·어도비 시스템·익스피디아, 일본의 맥도날드·미쓰이물산·후지쯔 등 굴지의 기업들이 성과급제를 폐지했다. 우리나라에서도 한국지엠이 사무관리직 대상 연공급제를 부활시켰다. 이들 기업들이 과거로 회귀한 이유가 뭘까. 직원들이 눈에 보이는 성과에 집착하면서, 인재육성·기술향상·고객서비스 같은 기업 전반의 시스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성과주의의 역설이다.

최근 발표된 연구결과는 성과주의의 역설에 주목하고 있다. 하버드 비즈니스리뷰 2월호에 실린 ‘경영진에 대한 성과급 지급을 중단하라(Stop Paying Executives for Performance)’ 보고서는 성과주의 문제점을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하고 있다. 먼저 성과기반 급여가 단순·반복 업무에 효과적인 반면 비표준적이고 창의성을 요하는 업무에는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한 직원들에게 성과 그 자체를 목표로 부여하면, 새로운 것을 배우거나 개발하는 일을 등한시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금전보상 같은 ‘외재적 동기’가 창의성이나 도전정신 같은 ‘내재적 동기’를 밀어낸다는 점도 보고서에 포함됐다. 보고서는 특히 “급여의 많은 부분이 변동성 금전 보상으로 이뤄질 때, 직원들은 누군가를 속이고자 하는 유혹에 넘어가기 쉽다”고 강조하고 있다. 분식회계나 매출보고서 조작 같은 불법수단을 동원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 2005년 회원국의 공공부문 성과급제도를 평가한 보고서에서 정부 주도 성과주의의 ‘숨은 목적’에 주목했다. OECD는 “어떻게 제도를 설계하든 성과급 제도는 직원들의 동기부여에 실질적 도움이 되지 않았고, 정부는 ‘조직변화’라는 숨은 목적을 위해 성과연동 임금제도를 추진했다”고 분석했다. 숨은 목적이란 유연근로제 도입, 근로시간 탄력 적용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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