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해콘덴서 분야 1위 제조업체인 삼영전자가 "작업장 내 고온 작업에 대한 개선계획을 제출하라"는 고용노동부 시정지시에 아이스크림과 음료수 영수증을 제출했다가 과태료를 문 것으로 확인됐다. 작업환경을 개선해 온도를 낮추는 대신 노동자들에게 아이스크림이나 음료수를 먹였다며 면피성 증빙자료를 제출한 것이다. 노동부는 삼영전자에 300만원씩 총 3차례 과태료를 부과했다.

삼영전자는 지난해 9월 포승공장에 제2 노조(삼영전자민주노조)가 설립되자 관리자가 조합원들에게 노조 탈퇴를 종용한 사실이 확인되는 등 부당노동행위 의혹을 받고 있다. <본지 2016년 7월19일자 2면 '국내 1위 콘덴서 제조업체서 벌어진 전근대적 노무관리' 기사 참조>

◇"환기·환풍시설 만들라" 지시에 "아이스크림 사줬다"=19일 노동부와 삼영전자에 따르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평택지청은 지난 7월 경기도 평택시 포승면에 위치한 삼영전자 재료사업본부(포승 1·2공장)에 대한 산업안전감독을 실시해 "작업장 내 환기시설이 열악하다"며 개선계획을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콘덴서 원재료를 만드는 포승공장은 제조공정상 물을 끓이는 작업이 많아 작업장 내 온도가 평균 섭씨 40~45도를 웃돌고 습도가 매우 높다.

노동자들은 공장에 환기·환풍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포승2공장에는 증기를 밖으로 배출하는 장치가 12개 정도 설치돼 있는데 온도를 낮추거나 환기를 시키기에 턱없이 부족했다. 포승1공장에는 환기·환풍시설이 전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에어컨 같은 냉방기구도 없었다.

평택지청은 삼영전자가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 제561조(환기장치의 설치 등)를 위반했으니 작업장 지붕을 뜯어낼 것을 지시했다. 이 조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실내에서 고열작업을 하는 경우 고열을 감소시키기 위해 환기장치 설치, 열원과 격리, 복사열 차단 같은 조치를 해야 한다.

하지만 삼영전자는 "비용 문제도 있고 제품에 영향이 있다"며 노동부 시정지시를 따르지 않았다. 대신 평택지청에 아이스크림과 음료수·수건 등을 구매한 영수증을 제출했다. 직원들에게 아이스크림과 음료수를 사 주고, 땀을 닦을 수건을 지급한 것을 '작업환경 개선' 조치라고 보고한 셈이다.

평택지청 산재예방지도과 관계자는 "시정조치를 하라니까 아이스크림·음료수를 산 영수증을 시정 결과 증빙자료로 제출하기에 어이가 없었다"며 "증빙자료를 반려하고 과태료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평택지청은 다음달 7일까지 고온작업 개선계획을 작성·제출할 것을 다시 지시한 상태다.

포승공장 관계자는 "노동부가 지시한 대로 지붕을 뜯어서 (작업환경을) 개선하는 작업도 검토해 봤지만 동절기에 결로현상이 생겨 물이 떨어지면 제품 품질에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대신 작업자들이 쉴 수 있도록 휴게공간을 만들려고 준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포승공장에서 일하는 한 작업자는 "지금도 일할 사람이 부족해 밥도 못 먹을 지경인데 휴게실 가서 쉴 수 있는 시간을 줄지 의문"이라며 "실효성 없는 대책"이라고 비판했다.

◇최근 노동부 최초 신고자에 중징계=한편 삼영전자는 이 같은 작업환경 문제를 처음 노동부에 신고한 김충환 삼영전자민주노조 사무장에 대해 "업무지시 사항을 빼 먹고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이달 1일 정직 1개월의 중징계를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장은 "다른 직원들이 같은 실수를 했을 때는 그냥 넘어갔던 사항"이라며 "노동부에 신고한 것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고 주장했다. 그는 이달 13일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 부당정직 구제신청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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