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스 제네바에 있는 인더스트리올 본부에서 열린 조직화 워크숍에 다녀왔다. 20개국에서 40명이 넘는 조직화 사업 관계자가 참가했다. 지르키 라이나 사무총장은 조직화를 "신규 조합원을 조직하는 것을 넘어 노조의 골간을 튼튼히 하고 그 자원을 늘리고 힘을 키워 더 나은 단체협약을 제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역동적인 조직화에 성공한 나라로 남아프리카·브라질·한국을 들면서 이들 나라에서 기업별 틀을 뛰어넘은 산업별 노동조합운동이 활성화된 것을 높이 평가했다. 라이나 총장은 노동조합은 물론 자국 정부의 법률적 보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는 20억명이 넘는 노동자들을 조직하기 위해 세계 노동운동은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묵직한 질문을 던졌다. 국제노총(ITUC) 추산에 따르면 전 세계 노동자 29억명 중 노동조합으로 조직된 수는 2억명에 불과하다. 조직률이 7% 남짓인 셈이다. 물론 여기에는 중국의 중화전국총공회(ACFTU) 소속 조합원 2억명이 빠져 있다.

캠페인 국장인 아담 리는 인더스트리올이 가맹 조직의 조직화를 지원해 온 사업으로 프로젝트 지원, 산업별-지역별-기업별 네트워크 구축, 다국적기업과의 국제기본협약(global framework agreement) 체결, 브랜드와의 관계 맺기를 통한 지구적 공급사슬의 규제, 각종 현안에 대한 캠페인 조직을 소개했다. 인더스트리올은 조직화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기 위해 다음의 핵심 전략을 제시한다. 즉 △산별노조 건설을 포함한 기업 수준을 뛰어넘는 강력한 노조 조직구조의 건설 △투명하고 민주적인 노동조합 운영 △비정규직·여성·청년·이주노동자를 노조로 포용 △조직대상을 둘러싼 경쟁과 분열을 최소화하기 위한 가맹조직들 사이의 협력과 조정 △자기 부정적이고 자기 파괴적인 가맹조직들 사이의 경쟁 금지 △지속가능한 인력과 자원의 확보가 그것이다.

케말 오즈칸 인더스트리올 부총장은 선진국은 물론 개도국에서도 노조 조직률이 저하되고, 노동조합을 약화시키려는 자본과 국가의 공세가 지구적 수준에서 진행되고, 세계 도처에서 불평등이 심화되고 있는 현재 상황을 돌파할 수단은 조직화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조직화 성공을 위해서는 노동운동 안에 "이기는 문화(winning culture)"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전략 수립, 정책 개발, 연구조사, 교육훈련을 제안했다.

세 사람의 기조 발제가 끝나고 다양한 주제를 두고 자유토론이 벌어졌는데, '조직화와 노조 구조(organising and union structure)'에 가장 큰 관심이 갔다. 노조 구조와 관련해 먼저 지적된 문제는 복수노조였다. 노총 수가 10개가 넘는 아시아 나라로 태국·필리핀·인도·인도네시아가 있다. 복수 노총과 자기 파괴적 경쟁 문제는 남미나 아프리카도 예외는 아니었다. 유럽도 영국과 독일을 빼면 단일 노총 국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전국 중앙노조조직(national center)의 분열은 자연스럽게 산업과 기업 수준 노조의 분열로 이어지며, 기업별 노조주의에 의해 증폭된다. 그 결과 노동조합의 자원과 인력은 고갈되고 노동운동은 지속가능성을 상실한다. 이런 상태로는 노조 조직화를 통한 단체협약의 제공, 이를 바탕으로 한 노동자 정치세력화라는 과제의 실현은 꿈꿀 수조차 없다.

노조 구조의 문제는 당연하게도 기업별 노조주의의 횡행·확산과 이어져 있다. 이 거대한 도전 앞에서 기업별 노조에서 산업별 노조로의 전환에 성공한 한국의 경험은 기업별 노조주의를 분쇄하고 산업별 노조주의를 건설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국제 노동운동에 보여주는 귀중한 사례다. 특히 내부 정파 간의 갈등에도 불구하고 민주노총(KCTU)이 분열하지 않고 하나의 운동으로 지속되고 있는 상황은 역사적으로 평가받아야 한다.

토론자들은 산별노조운동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노조 지도부의 정치적 결의가 높아야 하고, 산업별 노조주의에 대한 조직적 헌신을 끌어내야 하며, 산별노조 건설을 가로막는 정치적·제도적 장벽을 철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속가능하고 강력하며 효과적인 조직화를 위해서는 과학적인 전략과 전술을 수립해야 하고, 인력과 자원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업별 노조주의를 분쇄하고 산별노조 운동으로 나아가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조합원의 인식 수준을 종업원 의식(employee consciousness)에서 노동자 의식(worker consciousness)으로 높여야 하는데, 그 방법은 노조 교육 강화밖에 없다는 데 모두가 공감했다.

조합원 모두를 활동가로 만들기 위한 "교육은 멈출 수 없다(training never stop)"는 워크숍의 결론은 조합원의 관심과 지원, 그리고 참여가 없는 조직화는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역사적 경험을 일깨워 줬다.

아시아노사관계컨설턴트 (webmaster@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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