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은행지부
캄캄한 밤, 사무실 불빛으로 환한 ‘IBK기업은행’ 본점 모습이 화면을 꽉 채운다. 정 과장은 오늘도 야근이다. 상사는 일 처리가 늦다는 꾸지람을 남기고 먼저 자리를 뜬다. 뒤 늦게 퇴근한 정 과장, 지친 몸을 이끌고 버스에 오른다. 집에 돌아가 쉴 수 있다는 생각에 그나마 위안을 받는다.

“오늘도 수고 많았다”며 아들을 맞은 어머니는 회사에서 온 우편물을 정 과장에게 건낸다. 내용물을 꺼내 든 정 과장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저성과자 통지서'라는 큼지막한 글씨가 화면에 잡힌다. 밝은 표정으로 “무슨 일이야, 좋은 소식이니” 하고 묻는 엄마의 모습에 이어 화면은 검게 변한다. “어머니께 뭐라고 얘기하시겠습니까”라는 자막에 이어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늦습니다”라는 내레이션이 흐른다. 동영상은 정 과장이 구석 쓰레기통에 던져 둔 투쟁특보를 꺼내 드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그곳엔 “모여야 이긴다. 집결하라. 9·23 총파업으로”라는 글귀가 쓰여 있다.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가 추석연휴를 앞두고 자체 제작한 광고 '어느 멋진 날'의 모습이다. 18일 현재 영상이 올라 있는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투브 조회수가 4천여건에 이를 만큼 인기를 끌고 있다. 노조는 23일 총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지부는 휴직자를 제외한 조합원 전체인 8천500여명의 파업 참여를 추진 중이다. 지방 조합원들이 서울로 올라올 수 있게 버스 70여대 예약을 마쳤다.

파업 준비는 8월 초 분회 순방을 기점으로 시작됐다. 이달 초 수도권 400여개 지점 방문을 마무리했다. 지금은 분회 순방과 분회장 총회를 이어 가고 있다. 현장 조합원들은 '파업참여 인증샷'을 SNS로 공유하며 호응하고 있다.

지부의 열기가 남다른 것은 이번 총파업 이슈가 사업장 현안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기업은행은 그동안 9개 금융공기업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성과연봉제를 운영해 왔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압박 강도가 높아지면서 기업은행은 조합원들의 압도적인 반대에도 이사회를 강행해 개별 편차를 대폭 키운 성과연봉제를 도입했다. 지부는 자본확충펀드 문제점이나 통상임금 승소 같은 현안을 시리즈 웹툰에 담아 홍보에 활용하고 있다. 지부 관계자는 “분회를 순방하며 영업점마다 낙오자가 없게 모두가 파업에 참여해 성과연봉제를 막아 내자고 결의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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