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상임금 소송에서 신의칙 항변을 배척하는 하급심 판결들이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12일 금속노련에 따르면 대전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이동근 판사)는 최근 동원금속 아산공장 노동자들이 회사를 상대로 제기한 임금소송 항소심에서 사용자측이 제기한 신의칙 위반 항변을 받아들인 1심을 깨고,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동원금속은 단체협약에 따라 통상임금의 700%에 해당하는 정기상여금을 8회로 나눠 1·3·7·11월을 제외한 달에 지급해 왔다.

재판부는 "근속기간에 따라 지급액이 다르기도 하지만 일정한 주기에 따라 정기적으로 지급되고, 일정 근속기간에 이른 근로자에게는 일정액의 상여금이 확정적으로 지급됐다"며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해당한다"고 판결했다. 1심 판결을 수용한 것이다.

1·2심 판결이 갈린 지점은 사용자측이 제기한 신의칙 항변에 대한 판단이다. 1심은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해당하더라도 과거 3년(2010~2013년)간 당기순이익의 절반이 넘는 금액을 인건비로 추가부담하게 된다면 피고로서는 다음연도 투자활동이나 그 밖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경영상 어려움이 초래될 것"이라며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봤다. 그런데 2심 재판부는 "2010~2013년 284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고, 같은 기간 약 30%의 매출액 증대를 이뤘으며, 2014년에는 약 2천577억원의 매출과 약 5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올렸다"며 피고측의 '신의칙 위반' 주장을 수용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가 이 사건 소송 결과에 따라 원고를 비롯한 생산직 근로자들에게 추가로 지급해야 할 연장·야간·휴일근로수당 미지급분은 43억~44억원"이라며 "피고가 부담하게 될 재정 및 경영상태의 악화가 피고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기업의 중대한 경영상 어려움을 줄 정도에까지 이른다고 보기 부족하다"고 밝혔다.

한편 대전고법은 올해 1월에도 ㈜다스 소속 노동자 30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통상임금 소송 항소심에서 회사의 신의칙 항변을 기각하고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으로 인정한 원심을 재확인했다. 대전고법은 지난달 ㈜보쉬전장 통상임금 사건에서 "당기순이익과 사내유보금을 종합적으로 살펴본 결과 신의칙을 적용할 이유가 없다"고 판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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