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우람 기자

“금융회사가 성과주의를 추구했을 때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잘 보여 준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는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을 쫓아가려 한다.”

강경훈 동국대 교수(경영학)는 정부가 금융권을 중심으로 밀어붙이는 성과주의에 대해 이같이 비판했다. 국제사회가 안긴 교훈을 정부가 외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주요 선진국이 취한 후속조치를 되레 역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노조·사무금융노조·이용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2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개최한 ‘과도한 성과주주의 위험성’ 토론회에서 나온 얘기다.

임원 '성과급 베팅'에 소비자 피해 눈덩이

강 교수에 따르면 각국에서 금융회사 임원에 대한 과도한 성과급이 도덕적 해이를 일으켰고, 글로벌 금융위기를 일으킨 원인으로 지목됐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는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10월 은행의 건전성 보호를 위한 지침을 발표했다.

핵심은 성과보상체계를 마련할 때 △과도한 리스크를 추구하지 않고 △적절한 통제장치를 마련하며 △효과적인 지배구조 구축을 전제로 하라는 것이다. 강 교수는 “한국 정부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의 미국식 규제완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실패가 뻔한 길로 가고 있고, 미국이 얻은 교훈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는 뜻이다. 그는 “금융당국이 내놓은 성과주의 확산방안 어디에도 통제장치나 지배구조에 관한 언급이 없다”고 우려했다.

실제 금융위원회가 올해 2월 발표한 ‘금융공공기관 성과중심 문화 확산방향’을 보면 성과연봉제 적용 직급과 차등 폭을 키우는 내용이 핵심이다. 더욱이 국내 은행 임원의 근속기간은 평균 2.5년이다. 시간적 제약에다 실적 압박, 금전적 보상까지 결합하면 단기실적주의가 완성된다.

강 교수는 “은행 임원이 투자에 실패하면 성과급을 못 챙기면 그만이지만 금융소비자가 입는 피해는 너무나 크다”며 “정부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경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관치금융·낙하산은 두고 성과주의 한다고?

박용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여러 연구 결과를 근거로 성과주의 위험성을 경고했다. 예컨대 성과주의가 개인주의와 경쟁을 조장하고 조직몰입을 방해해 결국 기업 경쟁력 약화로 귀결된다. 박 연구위원은 “경영계 바이블이라고 할 수 있는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조차 올해 발간물에서 ‘경영진에 대한 변동 성과급을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영진 성과급 중단까지 거론되는 마당에 일반 직원까지 성과급을 확대하는 방안은 더욱 큰 부작용을 초래할 수밖에 없다. 그는 “기존 연구들은 조직구성원이 고용불안정성을 높게 자각할수록 직무·조직에 대한 태도가 부정적으로 변한다는 사실을 일관되게 증명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성과주의의 대척점에 있는 낙하산 인사를 반복하면서 성과를 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윤석헌 전 숭실대 교수(금융학부)는 “금융권 경쟁력 약화는 관치금융으로 상징되는 낙하산 인사 때문인 만큼 정부가 성과주의를 도입하려면 낙하산부터 근절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채지윤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은 “과당경쟁이 성과주의의 원인이고 결과”라며 “국내 은행과 미국 은행의 실증분석 결과 과당경쟁이 심화할수록 부실여신 비율이 높고 국내 은행의 경우 비이자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낮았다”고 밝혔다.

유주선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은 “지주사 체제 전환 이후 이미 은행 영업현장은 과당경쟁 전쟁터가 돼 버렸다”며 “정부는 금융산업 공공성을 훼손하고 고객피해를 야기하는 성과문화 확산책을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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