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노동시간이 좀처럼 줄지 않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에서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거의 제자리걸음 수준이다. 지난달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우리나라 노동시간은 2천113시간이었다. OECD 국가 중 뒤에서 두 번째다. 꼴찌는 2천246시간을 기록한 멕시코였고, 노동시간이 가장 짧은 국가는 1천371시간을 기록한 독일이었다.

OECD에서 발표하는 노동시간을 국가별로 비교할 때에는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국가별로 노동시간을 정의하는 기준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OECD 노동시간은 국가별로 비교하는 것보다 한 나라 노동시간의 연도별 흐름을 보는 것이 중요하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16년 동안 399시간을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2010년부터는 노동시간이 전혀 줄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단축된 노동시간은 133시간이었다. 2000년부터 노무현 정부 임기 동안인 2007년까지 206시간이 감소했다. 김대중 정부에서 주당 노동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인 근로기준법을 개정한 일이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에서 보면 보수정권은 노동시간을 줄이는 데 적극성을 보이지 않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확인된다.

노동시간 통계를 보면서 국가별 국내총생산(GDP) 수준이 궁금해졌다. GDP가 높은 국가는 노동시간이 어떤지를 봤더니 제법 흥미로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OECD가 발표한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1인당 GDP는 3만4천549달러(구매력환산 기준)로 34개국 중 22위다. 우리나라와 GDP가 비슷한 수준을 보인 국가는 스페인(3만4천521달러)·이탈리아(3만5천942달러)·이스라엘(3만5천436달러)·뉴질랜드(3만6천780달러)·일본(3만7천372달러)다.

그런데 이들 국가의 지난해 기준 노동시간은 스페인 1천691시간, 이탈리아 1천725시간, 이스라엘 1천858시간, 뉴질랜드 1천757시간, 일본 1천719시간이었다. 어떤가. 한눈에 봐도 우리나라와 비교되지 않는가.

우리나라는 1천700시간대까지 노동시간을 줄일 수 없을까. 연간 근로일수와 근로시간을 얼마로 줄여야 1천700시간대가 될지 그려 보자. 1년 365일 중에서 쉬는 날을 빼 보자. 쉬는 날은 우리 사회에서 통념상 쉬는 날이라고 생각하는 달력의 빨간색 날로 한다. 달력의 빨간색 날은 정부가 정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에다 토요일, 그리고 근로자의 날을 기준으로 한다. 이런 식으로 계산하면 1년 중 공휴일은 119일이 된다. 토요일과 일요일을 합치면 104일이고, 명절·국경일·어린이날 등을 합치면 14일이다. 365일에서 119일을 뺀 246일이 1년에 일할 수 있는 근로일수다. 이 정도 근로일수가 우리나라 시민의 평균 근로일수라고 보면 무리가 없다. 이 근로일수에 하루에 8시간을 일하면 연간 노동시간은 1천968시간이 되고 하루 1시간 연장근로를 한다면 246시간을 더한 2천214시간이 된다. 여기에서 더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연차휴일이다. 노동자들의 평균 연차휴일을 20일이라고 했을 때 160시간을 더 줄일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하면 총 근로시간은 1천808시간까지 줄일 수 있다. 여기까지가 현행 제도에서 최대한 줄일 수 있는 노동시간이다.

어떤가. 이 글을 읽고 계신 독자께서는 가능하다고 보는가. 필자는 시장에 맡기면 노동시간 단축은 불가능하고 정부와 기업이 나서면 가능하다고 본다. 시장에서는 “오래 일해서 돈 많이 벌고 싶다는 것이 뭐가 잘못인가”라는 논리가 지배한다.

우리 몸이 건강해야 노동과 경제적 부를 얻을 수 있듯이 국가 역시 건강한 인적자원이 있어야 부가가치가 증대된다. OECD 통계에서 봤듯이 GDP가 높은 나라일수록 노동시간이 짧다는 통계가 이를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본다면 지금까지 정부는 적어도 노동정책에서는 헛심만 쓰고 있다. 성과연봉제니 양대 지침(공정인사 지침,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으로 갈등만 부채질하는 정책만 펴고 있다.

당장 이달에만 금융부문과 공공부문의 총파업이 예고돼 있다. 사회적 자원의 낭비가 아닐 수 없다. 당장 성과연봉제 때려치우고 노동시간단축으로 선회하길 바란다. 노동시간을 줄이면 건강한 노동력을 재생산할 수 있다. 노동시간단축과 건강한 노동력의 재생산, 그리고 부가가치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워크인연구소 연구실장 (imksgod@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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