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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만 한국노총 위원장] "금융·공공 총파업 열기 대선까지 이어 가겠다"
▲ 사진 정기훈 기자

3년 임기 중 9할은 정부와 싸우는 데 썼다. 여소야대 정국에서도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몰아치는 청와대와 새누리당, 총파업을 준비 중인 금융·공공부문 노동계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보면 남은 1할도 별반 다를 것 같지 않다. 임기를 넉 달 정도 남겨 놓은 김동만(57·사진) 한국노총 위원장 얘기다.

지난해 노동시장 구조개선을 위한 9·15 노사정 합의를 전후로 김 위원장은 질풍노도 같은 시간을 보냈다. "17년 만의 사회적 대타협"이라는 평가도 잠시, 합의문에 잉크도 마르지 않은 상태에서 새누리당은 기간제 사용기간을 4년으로 연장하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과 뿌리산업까지 파견을 허용하는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개정안을 내놓았다. 고용노동부는 노동계가 극렬하게 반대했던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 등 이른바 2대 지침을 발표했다. 결국 올해 1월 노사정 합의는 파기됐다.

9·15 노사정 합의 1년을 즈음해 지난 6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에서 만난 김 위원장은 "청년일자리부터 통상임금·노동시간단축·임금제도 개선·산재보상까지 중요한 사안을 모아서 논의하기로 하고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에) 들어갔는데, 완전히 뒤통수를 맞았다"고 말했다. 그는 "노사정 합의 파기 후 산별과 지역본부 등 현장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아쉬워했다.

한국노총은 이달 말 금융·공공부문 총파업으로 지펴질 투쟁 열기를 11월19일 노동자대회로 모아 연말, 나아가 내년 대선 정국까지 어떻게 이어 갈지 고민하고 있다. 김 위원장의 고민도 여기에 방점이 찍혀 있다.

김 위원장은 "금융·공공부문이 정부의 강압적 성과연봉제 도입에 맞서 이달 말 사상 최대 규모의 총파업을 준비하고 있다"며 "이번 투쟁을 금융·공공만의 투쟁이 아니라 한국노총 전 조직의 투쟁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내셔널센터의 몫"이라고 말했다. 그는 인터뷰 다음날인 지난 7일 지역의장단협의회와 8일 한국노총 임원회의를 거쳐 26일부터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무기한 천막농성에 들어가기로 결의했다. 다음달 26일에는 권역별 동시다발집회를 개최한다.

"일자리 창출 실패한 거짓말 정부, 최경환·이기권 왜 책임 안 지나"

- 박근혜 정부 4년차다. 노동정책을 포함해 박근혜 정부 국정 전반을 평가해 달라.

"박근혜 정부에 노동이 어디 있나.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 그리고 당선자 신분으로 한국노총을 방문해 노동문제는 한국노총과 늘 상의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런데 0.0001%라도 지켜진 게 있나. 공공기관 복리후생을 박살 내 놓고 재미를 보더니, 다음에는 모든 책임을 정규직 노동자들에게 돌렸다. 9·15 노사정 합의 당시 임금체계 개편은 2년 동안 공정하고 합리적인 평가 틀을 만든 다음에 노사가 자율적으로 합의하기로 했다. 그런데 정부는 곧바로 공공기관과 금융권에 불법적으로 성과연봉제를 강행하고 있다.

노사정 합의를 할 때 정부가 뭐라고 했나. 정부가 대기업에서 30만개 신규일자리를 만들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18만개 청년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이 경제단체장들이랑 함께 매일 (일자리 창출 여부를) 체크하자고 하더라. 그런데 일자리가 생겼나? 대기업·금융권에서 양질의 일자리 3만개가 줄었다. 삼성에서만 올해 일자리 1만개가 줄어들었다. 임금피크제를 하면 일자리가 창출된다고 거짓말한 최경환 전 경제부총리나 노동 4법에 광고비를 50억원이나 쓴 이기권 장관은 왜 책임지지 않나. 이들이야말로 성과를 평가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

- 여소야대 정국인데도 정부·여당이 노동시장 구조개혁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

"노동시장 이중구조 문제점에 대해서는 노동계도 인정한다. 방법이 틀렸다고 귀에 못이 박히도록 얘기했는데도 정부는 요지부동이다. 국민이 하지 말라는 건 하고야 마는 이상한 고집이 있다. 정부·여당이 노동 4법과 2대 지침으로 노동자를 평생 비정규직으로 만들고, 해고를 쉽게 하려 한다는 걸 이제 온 국민이 안다. 그 민심이 표출된 게 4·13 총선이었는데도 정부와 새누리당은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그러니 콘크리트 같던 지지층도 하나둘 무너지고 있지 않나."

- 20대 정기국회가 시작됐다. 1순위로 다뤄야 할 노동의제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위법하고 부당한 2대 지침을 폐기해야 한다. 또한 단체협약 시정지도와 공공·금융기관에 대한 일방적 성과연봉제, 통상임금 노사지도 지침 폐기를 올해 국정감사 때 제기할 것이다. 위법한 행정입법에 대한 입법적 통제를 하기 위해 국회법 개정도 요구할 계획이다. 이미 국회에 한국노총의 노동입법 과제를 제출했다.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고용안정, 일자리 창출, 비정규직 차별 철폐다."

- 노동 4법 개정안은 어떻게 될 것 같나.

"여대야소였던 19대 국회에서도 통과시키지 못한 법을 한 자도 고치지 않고 다시 발의하는 오만은 어디서 나오는지 모르겠다. 노동 4법이 그대로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없겠지만 어디까지나 '투쟁이 결합될 때'라는 전제가 있다. 방심해서는 안 된다. 정기국회를 기점으로 대국회 투쟁과 국회 모니터링을 게을리하지 않겠다."

▲ <정기훈 기자>

"한국노총은 노동을 팔아먹지 않았다"

- 9·15 노사정 합의 1년을 앞두고 노사정 사회적 대화가 완전히 중단돼 버렸다.

"지금 노사정 대화가 무슨 의미가 있나. 대화는 필요하지만 노사정이 상생하고 윈-윈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신뢰가 전혀 없는 상태다. 노사정 대화 시스템을 개편할 필요가 있다. 노사정위는 위로 노동부 장관, 경제부총리, 청와대를 모셨다. 위에서 지령을 내리니까 노사정위원장의 권위가 사라져 버렸다. 앞으로는 민주노총도 들어오고 비정규직 대표자들도 들어와서 중요한 정책을 함께 논의하고 실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 노사정 합의와 관련해 비판적인 목소리가 많았는데.

"누누이 얘기하지만 우리는 양심과 정의를 버리고 사는 사람들이 아니다. 노사정 합의는 청년일자리 때문에 했다. 나머지는 실제로 합의한 게 없다. 성과연봉제는 2년 후에 노사 자율로 도입하기로 했고, 기간제법·파견법 합의는 더더욱 하지 않았다. 정부가 '우선 급한 청년일자리부터 하게 해 달라'고 해서 합의했는데 곧바로 뒤통수를 쳤다. 1인 시위라도 해서 제자리로 돌려놓으려고 했는데 철저하게 무시하더라. 그래서 올해 1월 합의를 파기했다. 뒤통수를 맞았든, 그렇지 않았든 간에 책임은 전적으로 위원장에게 있다. 분명한 사실은 한국노총이 노동을 팔아먹지 않았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서 또 다른 투쟁을 모색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힘을 모으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금융·공공 총파업, 전 조직 투쟁 돼야"

- 금융·공공부문 노동자들이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고 있다. 내셔널센터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노동을 한 축으로 생각한다면 이런 중차대한 사안이 생겼을 때 모조리 현장으로 달려 나와 노조와 대화하고 중재할 생각을 해야 한다. 2000년 금융노조 7·11 총파업 때는 장관이 쫓아오고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나와 현장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파악하고 얘기를 들어 보려고 했다. 박근혜 정부는 아예 노조와 대화할 생각이 없는 것 같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차 같은 형국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싸움은 말리고 흥정은 붙이랬는데, 정부가 대화 자체를 안 하고 무시로 일관하니 내셔널센터가 중재할 수 있는 여지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중재 여지가 없다는 것이지, 투쟁할 여력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일단 금융·공공부문 투쟁에 집중하고 이 투쟁 열기를 연말, 그리고 내년 대선 정국까지 유지해야 한다. 금융·공공만의 투쟁이 아니라 한국노총 전 조직의 투쟁이 될 수 있도록 만드는 게 내셔널센터의 몫이다."

- 평소 '노동자정당' 창당의 중요성을 강조해 왔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노동자 정치세력화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는데.

"노동자정당은 필요하다. 한국노총 출신이 국회에 많이 들어가도 당론이 한 번 결정되면 우리 뜻을 관철할 수가 없다.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이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다. 당론이란 게 그래서 무서운 거다.

지난 18대 국회에서 한국노총 출신 한나라당 의원이 4명(강성천·김성태·이화수·현기환) 있었다. 당시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협상이 진행되고 있어 의원실에서 (반대)성명을 내고 기자회견 좀 해 달라고 수차례 찾아간 적이 있었는데 잘 안 됐다. 이명박 대통령이 '니네가 아직도 노조간부인 줄 아느냐'고 말했다더라. 그때 한국노총 출신 의원들과 매월 정책간담회를 했는데 딱 세 번 하고 깨졌다. '타임오프 저지 좀 해 달라'고 요청했는데 '당론으로 끝났다'고 답하니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때 우리가 만든 노동자정당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그런데 현실은 어떤가. 아직도 갈 길이 멀다."

- 최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이 옥중 사퇴의사를 밝혔다.

"한 위원장의 마음을 이해하지만 최초의 직선제 위원장에 대한 현장의 신뢰가 있다. 하반기 투쟁 국면에서 한 위원장의 지도력이 살아 있다고 본다. 민주노총 중앙집행위원회에서 한 위원장에게 사퇴의사를 재고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하는데 잘한 결정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한 위원장에 대한 인간적인 신뢰가 있다. 당선 직후 연락이 왔었는데 '민주노총부터 개혁하겠다'는 말을 듣고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보통 산별대표자들이나 노동계에 오래 있던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자기 자신을 내세우는 면이 있는데 한 위원장은 그렇게 순수할 수가 없었다."

민주노총은 8일 한상균 위원장이 사퇴의사를 철회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내년 1월 한국노총 차기 임원선거가 치러진다. 김 위원장은 재출마 여부를 묻는 질문에 일모도원(日暮途遠)이라는 사자성어를 꺼냈다. 날은 저물고 갈 길은 멀다는 뜻으로, 늙고 쇠약한데 해야 할 일은 많다는 의미다. 그는 "임기 내내 정부와 싸우느라 정작 하고 싶었던 조직확대·재정자립·인재양성 같은 사업은 제대로 해 보지도 못했다"며 "할 일이 여전히 많다"고 말했다. 사실상 재출마 의사를 밝힌 것으로 풀이된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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