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시시대는 말할 것도 없고 농경(農耕)시대만 해도 근로시간이니 출·퇴근이니 하는 개념이 없었다.

자연의 리듬에 따라 생활하던 시절이라 해뜨면 일터로 나가고 해가 지면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 고작이었다. 근무시간을따지고 지각 여부를 가려 시간과 날짜에 따라 보수를 계산하기 시작한 것은산업화와 함께 시계가 보급되면서부터다. 그래서 토머스 모어가 그린 ‘유토피아’ 는 하루 10시간만 일하고 살 수 있는 세상이었다.

그렇게 보면 1850년께 미국의 주당 평균 근로시간이 70시간(주 7일 매일10시간 또는 주 6일간 매일 12시간)이었으니 유토피아의 꿈이 완성된 것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19세기의 미국은 ‘놀라운 신세계’ 이긴 했지만 아무도 유토피아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결국 미국도 100년 뒤인 1950년부터는주 40시간(주 5일 매일 8시간)으로 근로시간을 단축했다.

노사정(勞使政)위원회는 주 5일 근무제 법안을 오는 9월 정기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한다. 작년 이때쯤에도 주 5일 근무제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라는 대통령 지시에 따라 10월 정기국회에 올리겠다고 다짐했다가 흐지부지된 적이 있다. 주 5일 근무제는 노동단체가 오래전부터 추진해 온 숙원과제이지만 노동시간 단축이 생산성을 떨어뜨리게 된다는 재계쪽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그러나 법정 근로시간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일일 것이다.

미국의 북동부 지방의 흑인 중산층들은 남부에서 올라온 흑인 근로자들이 ‘흑인시간’ 으로 일한다고 불평한다고 한다. 시간 관념이 부족하고 일처리가 너무 느리다는 것이다. 우리도 지금은 ‘코리안 타임’ 이라는 오명에선 벗어났지만 근로시간 관리는 여전히 느슨한 편이다. 근무시간에 사적인 용무를 보는가 하면 친구와 다방에서 노닥거리는 등 ‘허위노동’ 으로시간을 때우는 직장인이 아직도 많기 때문이다. 경쟁력이나 생산성은 근로시간의 길고 짧은데 달려 있는게 아니라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하느냐에 달려 있다는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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