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비정규직 없는 회사들이 사라져 간다. 힘을 다해 비정규직 확산을 막거나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켰던 노조가 집중적인 탄압을 당하고 있다. 비정규직 없는 회사 갑을오토텍의 조합원들은 회사의 직장폐쇄와 용역깡패를 동원한 폭력으로 고통당하고 있고, 비정규직 정규직화를 위해 싸워 온 세종호텔 민주노조는 강제전보와 해고 등 조합원 탄압으로 힘겹게 싸움을 이어 가고 있다. 정부가 노동시장 구조개혁을 명분으로 비정규직 확산을 제도화하고, 노동귀족 운운하며 노동조합을 무력화하고, 사법부도 회사의 부당한 노조탄압을 봐주니 회사들은 이윤에 걸림돌이 되는 노조를 없애기 위해 무리한 탄압을 가하는 것이다.

민주노조가 무너지고 이윤을 향한 기업의 돌진을 막을 수 없게 되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될 것인가. 병원은 돈벌이를 위해 6인 병실을 줄이고, 안전보다 이윤이 앞서 더 많은 노동자들이 산재로 사망하고, 시민들도 위험에 빠질 것이며, 기업들은 더 이상 신규채용을 안 할 테니 비정규직은 늘어나고 바닥을 향한 경쟁으로 노동자들의 임금은 줄어들 것이다.

노동자들에 대한 차별과 구분 짓기가 일상이 되면 단결과 공동체 정신은 사라지게 되고, 노동자들은 언제라도 휴지처럼 버려질 것이다. 말 그대로 지옥 같은 일터, 지옥 같은 사회다. 이런 현실을 막으려고 애를 써 왔던 곳이 세종호텔 같은 민주노조이며, 이 노조에 대한 탄압은 기업의 탐욕을 멈추는 최후의 보루마저 없애려는 정부와 기업의 합작품이다.

그렇게 민주노조를 없애려는 주명건 세종호텔 회장은 부패비리 사학의 전형적인 인물이다. 1996년 세종대 이사장으로 취임한 후 2004년 교육부 감사에서 113억원의 회계부정과 비리가 밝혀져서 2005년 이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인물이다. 정치권력을 등에 업고 2009년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한 이후 주명건 회장의 노조탄압은 극에 달했다. 2011년 어용노조를 만들고, 호텔 프런트에서 일하는 임신부를 식당 서빙업무로 보내고 사무직 조합원을 객실청소로 보내는 등 민주노조 조합원들을 괴롭히면서 노조 탈퇴를 밀어붙였다. 정부의 노동시장 구조개악을 앞장서 추진한다면서 임금을 30%까지 삭감하는 연봉제를 도입했다. 부실하고 방만하게 호텔을 운영하면서 그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긴 것이다.

그 결과 호텔의 주방을 책임진 조리사는 연봉을 반으로 깎겠다는 회사 제안 때문에 결국 회사를 떠나기도 했고, 솜씨 좋은 일식 주방장은 민주노조 조합원이라는 이유로 주방보조로 떠돌아야 했다. 객실을 관리하고 청소하는 노동자들은 하루에 13개의 객실을 청소하다가 이제는 14~15개의 객실을 청소하느라 정신이 없어졌다. 296명의 정규직이 있던 자리에 정규직은 140명만 남았고 빈자리는 아르바이트·촉탁·용역직이 채우고 있다. 임시직으로 들어온 노동자들이 주방에서 일을 하고, 노동자들은 수시로 바뀌어서 숙련된 이들이 부족하고, 호텔 서비스도 안정되지 못한다. 주명건 회장은 민주노조 조합원만을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호텔 서비스도 바닥으로 끌어내렸다.

세종호텔은 그것도 모자라 민주노조 전 위원장인 김상진씨를 해고했다. 1992년에 입사해 25년 동안 객실관리, 회계업무, 야간당직 지배인, 홍보팀, 회사 홈페이지 관리까지 회사에서 필요한 모든 일을 해냈던 노동자다. 위원장 임기를 마치자마자 전에 하던 직무와 상관없는 웨이터로 발령을 하고 부당한 전보조치를 거부하자 결국 해고한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탄압을 받는 이들은 어떤 일을 했는가. 2012년 비정규직들을 정규직화하기 위해 로비를 점거하며 싸워 결국 정규직화를 이뤄 냈고, 파견직과 촉탁직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해 싸웠다. 다른 비정규 노동자들의 투쟁에 연대하며 공동체 가치를 지키려고 했다. 망가져 가는 세종호텔을 바로 세우기 위해서 싸웠다.

우리는 묻는다. 부패비리 사학의 대표주자로서 2009년 세종호텔 회장으로 복귀한 후 사익을 위해 호텔의 서비스정신을 망각하고 비정규직들로 호텔을 채우는 주명건 회장과 25년간 회사에 필요한 역할을 해냈고 비정규직 없는 현장을 만들기 위해 싸우며 회사에 실망해 떠나가는 이들에게 ‘그래도 함께 이 현장을 지키며 변화시키자’고 설득하는 김상진 전 위원장 중에 누가 더 이 호텔에 필요한가. 누가 이 호텔을 책임질 수 있는가. 부패한 기업인으로 인해 한 기업이 망가지는 것은 순식간이다. 그러나 노조는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게 하고 더불어 일하는 분위기를 만들며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싸웠다. 그래서 세종호텔 민주노조의 투쟁은 너무나 소중하다. 김상진 전 위원장이 반드시 현장으로 돌아가기를 바란다. 소수지만 끈질기게 버티는 세종호텔 조합원들이 더욱 힘을 내기를 기원한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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