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호동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이 땅 노동자들을 위해 41년을 투쟁한 사람. 인생의 절반은 전태일의 어머니, 나머지 절반은 노동자의 어머니로 사셨던 분. 3일이 5주기였다. 큰아들의 못다 이룬 꿈을 위해 온몸을 던졌던 노동운동가 이소선.

이소선은 일제강점기인 1929년 경북 달성에서 태어났다. 네 살 때 부친이 항일투쟁에 연루돼 일제에 의해 학살을 당했다. 모친은 살기 위해 어린 자식들을 데리고 개가를 해야 했다. '데려온 자식'이라는 천대를 극복하며 성장해야 했지만 똑 부러진 성격에 '사람 차별'을 가장 싫어하는 인물로 성장했다.

해방되던 해 봄 대구 방직공장에 근로정신대로 끌려가 채찍질과 배고픔을 견디며 강제노역을 하던 중 삼엄한 경계를 뚫고 공장을 탈출해 숨어 있다가 8·15를 맞는다. 47년 18세 때 대구의 봉제공 출신의 전상수씨를 만나 태일·태삼·순옥·순덕을 낳았지만 모진 가난에 온갖 일을 하면서 생계를 이었다. 어린 태일이 삼발이와 우산장사, 구두닦이 등을 하다가 64년 시다 모집광고를 보고 평화시장 노동자가 되는 연유이기도 하다. 급기야 69년에는 남편마저 병환으로 세상을 떠났다.

70년 11월13일 큰아들 전태일의 분신항거로 4남매의 어머니 이소선의 삶은 완전히 바뀌었다. 파란만장하고 기구했던 41년의 삶은 어쩌면 이후 고난에 비해 세속적 기준으로 보면 안온한 삶이었다고 할까. “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며 불에 탄 아들의 유언을 받은 그날부터 투사 이소선, 노동운동가 이소선이 됐다. 죽음 직전의 태일이에게 한 약속이었다. “내 몸이 가루가 돼도 니가 원하는 거 끝까지 할 거다.”

소천한 2011년 9월3일까지 그 약속은 41년간 지켜졌다. 청계피복노조 투쟁과 민주화운동·노동운동 현장에서 어머니의 발걸음과 마음이 떨어진 적이 없다. 아울러 엄혹했던 70·80년대 구속자 가족들과 국가폭력에 의해 유명을 달리한 유가족투쟁을 이끌었다. 법무부 문서에는 180번의 구류처분과 3년의 옥살이를 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고 한다. 영면하시기 전까지 투쟁 현장에 함께했던 과정과 역할의 연보를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필자와 처음으로 만난 것은 96년 1월 “양심을 가지고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조합원들은 행동으로”라는 유언을 남긴 한전 한일병원 김시자 지부장의 분신대책위 투쟁 때였다. 너무나 단호한 표정의 여전사셨다. “더 이상 죽지 말고 살아서 싸워야 한다”며 투박한 두 손을 내밀어 꼭 잡던 노동자의 어머니이자 최루가스 난무하는 투쟁현장에서 든든했던 동지였다.

지난달 30일 이소선 어머니 5주기 토론회가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개최됐다. 다양하게 기억하고 나름대로 계승하려는 발언들이 이어졌다. 생전에 강조하셨던 ‘노동자 단결’의 실체적 내용은 운동적 해석과 계승이 중요하다 싶다. 각자가 편의적으로 해석하고 우기면 그것을 누가 뭐랄 수 있겠냐만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를 ‘어용적 담합의 해체와 민주적 단결의 강화’로 해석하고 활동해 온 필자는 노동운동가 이소선의 ‘단결’을 여전히 ‘노동자의 계급적 연대’와 ‘민주노조 총단결’로 계승해야 고인의 유지를 진정으로 받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노동자의 어머니로 불렸던 이소선 노동운동가 5주기를 맞아 그의 삶과 운동의 역정을 기록한 <노동자의 어머니-이소선 평전>(저자 민종덕)이 출판됐다. <전태일 평전>을 처음 출판했던 돌베개 출판사에서 책을 냈다. 생전에 든든함과 애잔함을 같이 느꼈던 모습을 다시는 뵙지 못하지만 열사투쟁의 현장에서, 민주노조운동의 현장에서 보여 주셨던 단호한 모습을 기억하는 소중한 분들이 있어 고맙다. 아울러 다양한 형태로 고인의 뜻을 기리는 소중한 작업을 진행하는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이소선. 성장 과정과 4남매의 어머니로 사셨던 개인적 삶 41년, 노동자들의 가슴을 울리며 선봉에 섰던 노동운동가의 공적 삶 41년. 5주기를 맞아 그 신산했던 삶과 운동의 족적을 추모하며, 우리의 삶과 운동을 반추해 보자는 의미로 치열하게 살았던 시대의 거인을 기록한다. 노동해방을 향한 길에서 만난 사람, 노동운동가 이소선.



노동자투쟁연대 대표 (hdlee2001@empa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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