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보건의료노조와 대한간호협회 주최로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간호사 노동환경 점검과 대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

“환자를 돌보느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어요. 그렇게 일하다 방광염에 걸렸어요. 혈뇨가 나와 (변기물이) 온통 피색으로 변하는 걸 보곤 까무러쳤습니다. 생리가 시작된 줄도 모르고 일하다 (생리혈이) 근무복에 비췄던 경험도 있습니다. 사람들은 거짓말이라며 믿지 않을 경험들이지만 간호사라면 누구나 이런 일을 겪습니다.”

임은희 보건의료노조 부산대병원지부 사무장이 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병원을 떠나는 간호사 무너지는 환자안전’ 토론회에서 간호사 노동환경을 증언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대한간호협회, 보건의료노조가 공동주최했다.

임은희 사무장의 증언처럼 간호사들의 높은 노동강도는 심각한 후유증을 낳고 있다. 지난달 26일에는 국립대병원의 44세 간호사가 회의 도중 뇌출혈로 쓰러진 뒤 수술을 받았지만 나흘 뒤 결국 숨졌다. 올해 6월 한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던 또 다른 간호사도 근무 중 뇌경색으로 쓰러져 목숨을 잃었다. 숨진 간호사는 과중한 업무로 인해 스트레스를 호소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베테랑 간호사의 잇단 사망사건을 둘러싸고 병원의 노동현실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토론회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고 대안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간호사 평균 이직률 18.2%

임 간호사가 근무하는 부산대병원에서는 지난해 305명의 간호사가 퇴사했다. 전체 간호사 2천223명 중 13.7%가 병원을 떠났다. 2013년 병원간호사회가 발표한 병원간호인력 배치현황 실태조사에 따르면 간호사의 평균 이직률은 16.9%였다.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는 이유는 직장생활 만족도가 낮기 때문이다.

이날 발제를 한 김숙영 보건의료노조 서울지역본부장에 따르면 간호사들의 직장생활 만족도는 44.1점에 불과하다. 노동강도에 대한 만족도는 29.4점, 노동시간에 대한 만족도는 34.7점에 머물렀다. 직장생활 만족도는 보건의료노조가 올해 110개 병원에서 근무하는 병원노동자 2만950명를 대상으로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다. 간호사들이 이직을 고려한 이유는 노동강도가 38.9%로 가장 높았다. 낮은 임금 수준(26.8%), 직장내 인간관계 어려움(9.9%)이 뒤를 이었다.

한 번 병원을 떠난 간호사들은 병원으로 복귀하지 않았다. 2014년 간호사 면허를 보유한 간호사수는 32만3천41명이었지만 병원에서 일하는 간호사는 절반도 안 되는 14만7천997명이었다. 김숙영 본부장은 “간호사들의 근로조건은 간호사 본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환자안전과 의료서비스 질에 직결된다”며 “간호사가 죽음 아니면 사직을 선택해야 하는 현실은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간호서비스 저수가 현실화해야 인력문제 해결"

전문가들은 "간호사 인력을 늘려 노동강도를 낮춰야 한다"며 여러 유인책을 제시했다. 권혜진 중앙대학교 교수(간호학)는 간호서비스의 저수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혜진 교수는 "건강보험 재정 중 간호수가 비중은 3%에 불과할 정도로 낮다"며 "저평가된 수가는 간호사 추가 고용의 유인책으로 작동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 의료기관에서 근무하는 의료인 중 간호사 비중은 50.3%, 간호인력 인건비 비중은 병원예산의 43.3%가량이다. 그런데 건강보험 입원료 중 간호관리료는 입원료의 25%에 불과하다. 권 교수는 "의사들의 노동과 연계되는 의학관리료는 (입원료의) 40%, 병원관리료는 35%가 책정되지만 간호관리료는 25%로 낮다"며 "산출근거가 불명확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간호관리료를 별도의 간호수가체계로 독립시켜 간호서비스에 대한 수가를 받을 수 있어야 병원이 간호사를 확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곽월희 대한간호협회 이사는 “병원 경영자들은 잘 훈련된 경력 간호사들이 병원을 떠나지 않도록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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