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와서 보니 2년 전 한국 방문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한 경고성 방문이 돼 버렸다.”

지난 5일 방한한 필립 제닝스(63·사진) 국제사무직노조연합(UNI) 사무총장은 2014년 4월에도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전년 12월에 발생한 ‘경찰의 민주노총 난입 사태’ 때문이었다. 당시 제닝스 사무총장은 “상식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며 한국 정부를 맹비난했다. 그리고 나서 2년5개월이 지나고 나서 방문한 한국의 노동상황은 더 처참해졌다.

3년여 전 경찰 군홧발에 짓밟혔던 민주노총의 위원장은 구속됐고, 징역 5년이라는 중형을 선고받았다. 이른바 '노동개혁'이라는 광풍까지 몰아치고 있다.
첫 인연을 맺었던 1980년대 한국 노동운동은 희망이 보였지만, 그의 표현대로라면 지금은 “정말 걱정되는, 그냥 넘어갈 수 없는” 상황에 내몰렸다.

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 식당에서 만난 제닝스 사무총장은 “한국 정부는 바보”라는 말을 세 차례나 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20주년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다면 노동문제를 해결하라”고 경고했다.

- 2년5개월 만에 본 한국의 노동현실은 어떤가.

“지금 와서 보니 그때 방문은 앞으로 있을 일에 대한 경고성 방문이 돼 버렸다. 한국 정부는 노동자들을 위협해 왔는데, 이제는 공격을 하고 있다. ‘가만 있어라. 공권력을 사용하겠다’며 공포감을 느끼게 했는데, 지금은 실제 공격이 시작됐다.
반전도 있었다. 4·13 총선에서다. 한국 국민이 탄압을 지지하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2년간 국민과 노조 지도자에 대한 탄압이 심했다. (단체협약 시정명령, 성과연봉제 강행, 전교조 법외노조화 같은) 노조에 대한 여러 가지 법적 시비도 많았다. 노동악법들 때문에 사회적 대화도 중단된 것 아닌가.
노동자들은 누구나 평등하게 경제발전의 혜택을 누려야 하는데 한국은 실패하고 있다. 한국의 청년들이 ‘헬조선’이라고 하지 않는가. 노인 빈곤도 심하고. 새로운 딜(분배, 기업의 사회적 책임, 노조에 대한 파트너십 인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노조 지도자의 체포는 받아들일 수가 없다. 노조활동을 불법화하거나 족쇄를 채우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

- 한국 정부는 성과연봉제 같은 성과주의가 국제적인 흐름이라고 주장한다.

“절대 아니다. 한국 정부가 추진하는 것을 보면 정말 바보스럽다. 세계 어떤 국가의 정부도 한국 정부처럼 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충분한 준비도 없이 일방적으로 밀어붙이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정말 바보 같은 짓이다. 절대 글로벌 기준이 아니다.”

- UNI 회원인 금융노조와 보건의료노조가 이달 총파업을 예고했다.

“지금까지 봐 온 금융노조는 합리적인 노조다. 이성을 갖춘 노조다. 성과연봉제로 노동자를 압박하면 금융산업을 오히려 악화시킬 것으로 예상되니까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다. 성과를 위해 강압적으로 판매된 상품은 소비자에게 불이익을 준다. 금융산업 발전을 위해 노조가 의지를 갖고 싸움을 하는 것이다. 보건의료노조의 행동 역시 국민을 위한 행동이다. 국민에게 양질의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려는 것이다. 한국 정부가 민간부문이든 공공부문이든 성과연봉제를 하루아침에 도입하려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다.”

- 노동계가 OECD 가입 당시 약속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이행하라고 요구하지만 한국 정부는 꿈쩍도 않고 있다.

“꾸준히 요구하고 감독기능을 강화할 수밖에 없다. OECD의 지도자들도 20년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한국 정부에 불편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한국 정부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국제 노동계가 주도해 시끄럽게 만들 것이다. 분명히 행동에 옮길 것이다.
올해 한국의 OECD 가입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다. 한국의 대통령이 참가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제 노동계는 OECD 창구를 통해 항의할 것이다. 20주년 기념 케이크를 자르는 자리에서 촛불이 꺼지도록 하지 않으려면, 분위기를 망치지 않으려면, 한국 정부는 노동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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