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남신 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 운영위원장

불평등과 양극화. 2016년 대한민국의 핵심 화두입니다. 자본독재 시대 노동자 서민의 삶은 나아질 기미 없이 팍팍하기만 합니다. 아무리 선진국 그룹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해 본들 일그러진 사회 때문에 대다수 노동자 서민이 행복할 수 없다면 무슨 소용이겠습니까. 구중궁궐에 갇힌 수첩공주와 권력에 취한 기득권자들은 사회적 책임을 저버린 지 오래입니다. 지상권력이 된 재벌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을 노예로 여기고 서슴없이 불법과 탈법을 저지르고 있습니다. 진창에 빠진 정치와 경제 모두 노동자 민중이 감당할 수 있는 임계점을 넘어섰습니다.

세월호 참사와 구의역 사고에 이르기까지 아직도 우리 사회는 변한 게 없습니다. 수백명이 참담하게 죽었는데도 진상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채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와 유족이 농성을 이어 가고 있습니다. 매일 노동자가 다섯 명씩 산재로 죽어 나가고 있는데도 우리 사회는 여전히 생명과 안전보다 이윤을 앞세우고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도외시한 채 국민소득 3만불 달성 운운은 본말전도의 극치일 뿐입니다. 더 이상 이대로 놔둘 순 없습니다. 근본적인 변화가 절실합니다.

급한 사람이 우물을 팔 수밖에요. 무소불위의 권력과 자본에 맞서 평등세상을 만들겠다는 확고한 철학과 전망을 가진 사람들이 다시 나서야겠지요. 인간다운 공동체를 생활공간에서부터 만들기 위해 고투해 온 활동가들이 손 맞잡아야겠지요. 차별받고 소외된 누군가에게 살아갈 이유가 되는 희망의 근거를 마련해 줄 누군가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취약 노동자 계층이 밀집한 문제투성이 수도 서울에서부터 의미 있는 새로운 변화가 시작돼야 합니다.

7일 서울노동인권복지네트워크(약칭 서로넷)가 출범합니다. 서로넷은 각기 특색 있는 서울지역 노동단체들이 모인 연대네트워크입니다. 지역과 노동을 잇는 연결고리를 자임해 온 서울지역 단체와 활동가들이 마음을 모았습니다. 한국 사회와 서울을 제대로 바꾸고 싶어 모였습니다. 소박하지만 진실하게, 그리고 효과적이고 지속적으로 서울을 변화시켜 나가고 싶은 열망이 서로넷을 탄생시켰습니다.

서로넷은 변방에서부터 변혁을 도모하는 중심이 되고자 합니다. 지역과 노동이 만나 만들어 낸 변화가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믿음으로 힘닿는 데까지 밀어붙이고 싶습니다. 비정규직 문제 개선을 매개로 서울 전역에서 노동네트워크를 꾸리고 다양한 사업을 펼쳐 나갈 것입니다. 다양한 역량을 가진 노동단체들이 서로 힘을 주고받으면서 더 나은 노동현실을 실현하고자 힘쓸 것입니다. 새로운 전망과 전략으로 절망의 대한민국을 극복하는 단초를 서울에서부터 제공하는 교두보가 될 것입니다. 그래서 헬조선의 정글에서 꼭 필요한 산소호흡기가 되고자 합니다. 노동이 존중되는 지역참여공동체를 만들고자 합니다.

서울이 변화하면 다른 지역에 미치는 효과가 즉각적이고 강력하다는 의미로 ‘서울 효과’라는 말이 있습니다. 서로넷은 서울 효과에 기대진 않겠지만 잘 활용해 나갈 겁니다. 지역으로서의 서울에 대해 심층적으로 분석하고 제대로 된 맞춤식 대안도 제시하려고 합니다. 서로넷은 노동연대네트워크로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추진하는 노동존중특별시 서울이 제대로 만들어질 수 있도록 협력해 나갈 겁니다. 무엇보다 풀뿌리 지역운동을 바탕으로 노동이 존중받는 서울을 만드는 초석을 다져 나갈 계획입니다.

서로넷의 결성 정신과 목적은 다음과 같습니다.

하나, 우리는 서울에서 지역과 노동을 잇는 든든한 연결고리가 된다.

하나, 우리는 수평적이고 민주적인 의사소통과 협력을 생명으로 여긴다.

하나, 우리는 실사구시에 기반을 둔 풀뿌리 사회운동과 직접민주주의 실현을 지향한다.

하나, 우리는 노동조합과 함께 평등 한국을 만들기 위한 디딤돌이 된다.

하나, 우리는 서울에서부터 노동이 존중받는 공동체를 만들어 나간다.

노동자들의 삶이 핍진한 시대 서로넷은 새로운 희망의 연결고리가 될 것입니다. 서로넷과 같은 지역노동네트워크가 전국 곳곳으로 확산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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