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준상 전 KBS 이사

1. 환율이란 참 무섭기도 하고 우습기도 한 존재다. 환율이 치솟고 금리가 치솟으며 국가부도 사태 전까지 몰렸던 1997년 IMF 사태는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환율이 얼마나 무서운지를 잘 가르쳐 줬다. 이 와중에서 떼돈을 번 일부 사람들을 보며 얼마나 우습고 허탈한지도 잘 보여 준다. ‘너무’의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환율이 너무 치솟거나 내리지 않는 한 환율 변동에는 ‘명암’이 공존한다고 해 두자. 애초 고대 시기부터 존재한 원거리 무역의 두드러진 특징은 시공간에 따른 상품 평가의 차익이었다. 이런 본성은 자본주의에서는 서로 다른 통화의 교환비율이란 성격을 갖는 환율에까지 확장되며 비중이 약해지지는커녕 중요성은 훨씬 더 커졌다는 점만 덧붙여 두자.

환율 변동에 따른 이익과 손실은 환차익과 환차손이라는 항목으로 기업의 손익계산서에 반영된다.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영업활동과는 직접적으로 벗어나 있다는 의미에서, 환차익과 환차손은 영업외손익 항목에 포함된다. 그리고 우리나라처럼 무역의존도가 높은 나라에서 환차익과 환차손은 영업외손익의 핵심을 차지한다.

2. 그런데 흥미롭게도 우리나라 수출대기업의 영업외손익 항목에서 환차익과 환차손을 찾아보기란 매우 어렵다. 손익계산서나 포괄손익계산서에서 영업외손익 항목이 따로 명시돼 있지 않은 경우도 수두룩하다. 자타가 공인하는 우리나라 대표기업 삼성전자도 그렇고 현대자동차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보통 사람들이 환차익과 환차손이 얼마인지 가늠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그마나 환차손의 경우에는 가끔씩 언론에 등장하기도 한다. 등장하는 방식은, 당기순이익이 이전보다 확 줄었거나 적자로 돌아섰는데 환차손이 주범이라는 식이다. 반면 당기순이익에서 환차익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환차익 때문에 당기순손실이 얼마나 줄었는지는 도대체 알 길이 없다.

하지만 대충 어림해도 그 수준이 엄청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13조4천억원이다. 법인세를 내기 전인 세전이익은 14조3천500억원이다. 차액인 9천500억원 정도가 영업외이익인데, 환차익이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상당액일 것이다. 2014년 원-달러 평균 환율이 1천53.3원인 반면 2015년은 1천131.5원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환차익을 짐작할 수 있다. 판매한 스마트폰 1대당 600달러라 치면, 1대당 원화 표시 매출은 2014년과 견줘 4만8천원(80원×600달러)이 늘어나는 셈이다. 삼성전자가 도대체 몇 대의 스마트폰을 판매했는지 아예 공시하지 않으니 알 수가 없지만, 6천만대 정도를 팔았다고 치면 2조9천억원 정도가 환차익이 되는 셈이다. 달러로 결제하는 등 벌어들인 달러 수입을 몽땅 원화로 바꿀 필요가 없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환차익은 이보다는 적을 것이다.

3. 궁금한 것은 이뿐만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예상을 뛰어넘는 8조1천400억원대의 이른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는 소식이 언론에 대서특필됐고 그 여파로 주가도 크게 상승했다. 올해 3분기에도 어닝 서프라이즈가 예상된다고 한다. 그 이유로는 갤럭시7의 판매 호조, 가전부문의 실적 개선 등이 꼽힌다. 삼성전자 직원의 말에 따르면 스마트폰은 1분기 1천만대, 2분기 1천600만대가 팔렸다고 한다. 한 장짜리 경영공시 자료에는 이런 사실이 없다. 거기에는 매출액과 영업이익 총계치만 나타나 있을 뿐이다.

공시자료에서 흥미로운 점은 매출이 거의 늘어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50조9천억원으로 1년 전과 견줘 4.9% 증가했을 뿐이다. 반면 영업이익은 16%나 늘어났다. 매출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영업이익이 크게 증가하려면 방법은 두 가지밖에 없다. 첫째, 매출원가를 낮춰야 한다. 이 매출원가는 삼성전자로서는 원가지만 다른 협력업체에는 매출에 해당된다. 결국 다른 협력업체의 매출을 희생했다는 얘기가 된다. 둘째,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를 낮추는 것이다. 이건 삼성전자의 내부혁신이나 순수비용 절감의 차원에 해당한다.

두 부분을 좀 더 살펴보자. 2014년 매출원가는 99조1천890억원, 2015년은 99조6천590억원 정도다. 매출은 2014년 137조8천260억원, 2015년 135조2천50억원이었다. 매출은 준 반면 매출원가는 늘어난 것이다. 여러 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안 팔리는 재고가 많아졌다고 봐야 일관된 해석이 가능하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삼성전자의 협력업체에 대한 단가인하 압력이 2014년부터 시작됐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부문 부품업체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4년부터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6% 안팎이던 영업이익률은 2014년부터 2% 후반대로 반 토막 이상이 났다.

또한 2015년의 경우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를 이미 왕창 삭감했다. 2015년 스마트폰 재고 급증을 추정할 수 있는 증거다. 2014년 24조7천120억원 수준이던 판매비와 일반관리비는 2015년 22조1천470억원 수준으로 2조5천억원 넘게 줄었다. 이렇게 줄인 판관비는 2015년 영업이익 관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이를 통해 2014년(13조9천200억원) 수준보다 5천여억원 밑도는 13조4천억원으로 맞출 수 있었다는 얘기다.

이에 비춰 보면 2014년과 2015년 사이 벌어진 매출 감소-매출원가 증가 패턴은 2015년 말에 재고가 왕창 늘어나서라고 볼 수밖에 없다. 단가를 낮췄는데 매출원가가 증가하려면 매출이 늘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는데도 매출원가가 증가했으니 하는 말이다. 당시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은 ‘이재용폰’으로 불리는 갤럭시S6였던 것에 비춰 보면 이재용폰은 결국 ‘실패’였다는 평가도 가능해진다.

삼성전자의 2016년 2분기 매출은 조금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왕창 개선된 비밀을 엿볼 수 있으려면 어쩔 수 없이 내년 3월 외부감사보고서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야 할 듯하다. 매출원가 추이와 부품업체들의 매출, 영업이익 추이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전 KBS 이사 (cjsang21@naver.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