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1위·글로벌 7위 선사 한진해운이 회생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가운데 이에 따른 물류대란이 확산되고 있다. 법원의 법정관리 개시 닷새째인 5일 한진해운의 비정상 운항 선박이 79척으로 늘었다.

정부 합동대책 태스크포스(TF)에 따르면 한진해운 운항 선박 128척 가운데 79척(컨테이너선 61척·벌크선 18척)이 이날 현재 운항에 차질을 빚고 있다. 하루 전 집계치보다 11척 늘었다.

한진해운은 외국 현지 항만당국으로부터 선박 입·출항을 금지당하거나, 밀린 대금을 지급하지 못해 하역업체들로부터 작업을 거부당한 상태다. 한진해운의 자금 고갈과 채권단의 신규자금 지원 중단이 겹치면서 물류대란이 확산되는 모양새다.

법원은 현재의 물류대란을 해결하려면 신규자금 지원이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현재 상황에서 한진해운이 항만 이용료와 하역비를 감당하기 어렵다"며 "채권단 등이 신규자금 지원을 전향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정부가 금융위원회를 앞세워 한진해운에 대한 사실상 청산을 추진하는 것과 대비된다.

한진해운 선박이 세계 곳곳에서 발이 묶이면서 선원들이 겪는 어려움도 커지고 있다. 한진해운노조는 성명을 내고 “컨테이너선과 벌크선 수십 척이 입·출항을 하지 못해 외항에서 무기한 대기 중”이라며 “생활하는 데 필요한 물품 보급이 이뤄질 수 없어 선원들의 권리가 심각하게 침해되고 있다”고 밝혔다. 노조는 “우리 해운시장이 다른 나라로 넘어가 벌어질 국부유출을 막기 위해서라도 국가가 개입해 회생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선박이 부족해지면서 외국 선사들이 화주들에게 운임 인상을 요구하는 등 반사이익을 누리는 상황이다. 금융시장 안정화를 위해 박근혜 정부가 밀어붙인 해운업계 구조조정은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 자국 선사들의 생존을 지원하는 외국의 경우와도 거리가 멀다.

정치권에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가 대량실업으로 이어질 것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비상경제최고위원회의에서 한진해운의 실업사태 가능성을 거론하며 “실업급여 지급기간을 현행 3~8개월에서 6~12개월로 연장하고 지급수준을 높이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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