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제가 할 수 있는 역할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이제 재충전도 하면서 발전노조·공공운수노조·민주노총 해고자복직투쟁특별위원회(전해투) 지도위원 역할을 해야지요.”

지난 30일 오전 이호동(51·사진) 공공운수노조 지도위원은 국회 정문 앞에 마지막으로 출근했다. 정확하게는 1인 시위다.

처음 국회 정문에 출근한 날은 20대 국회 임기가 시작된 5월30일이었다. 이 지도위원은 그때부터 평일에는 오전 8시에 국회 정문 앞으로 출근했다가 오전 9시에 자리를 떴다. 교육 같은 일정 때문에 일주일 정도 지방에 내려간 것을 빼고는 매일 그렇게 했다.

국회 앞 출근투쟁을 시작한 계기는 발전자회사들의 성과연봉제 강행과 노조탄압이었다. 4월28일 서부발전과 남동발전이 이사회 의결만으로 성과연봉제 도입을 결정했고, 다음날에는 중부발전이 뒤를 이었다. 중부발전에서는 직원들에게 개별동의서를 받는 과정에서 협박과 폭언이 행해졌다는 의혹이 일었다.

반가운 소식도 있었다. 동서발전 사측이 발전노조 조합원들의 성향을 구분한 뒤 민주노총 탈퇴를 유도하고, 기업별노조를 설립해 개입한 것은 부당노동행위라는 대법원 판결(5월27일)이 나왔다.

이 지도위원은 국회 앞으로 달려가야겠다고 생각했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그는 “국민의 선택을 받은 20대 국회에 책임자를 처벌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입법을 촉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겨 놓고도 원통했어요. 노동자들의 권리를 유린하는 불법행위를 사전에 막지 못했다면, 그 행위가 자행될 때에는 바로잡아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어요. 6천명이 넘는 발전노조 조합원 중 5천명이 탈퇴하는 아픔을 겪고, 복수노조를 시행한 지 5년이 지나서야 바로잡힌 것이지요.”

6월에는 이 지도위원이 1인 시위를 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가 생겼다. 박근혜 정부는 6월14일 에너지 공기업 기능조정 방안을 발표했다. 전력 판매부문을 민간기업에 개방하고, 발전 5개 회사를 상장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다”고 해명했지만, 이 지도위원이 보기에는 명백한 민영화였다. “민영화 정책을 철회하라”는 내용의 1인 시위 피켓을 하나 더 만들었다.

2002년 38일간의 전력 민영화 반대파업을 주도했던 이 지도위원은 “단계적이고 우회적인 민영화 방식이어서 2002년보다 대응하기 더 어렵게 됐다”고 답답해했다.

“올해 국정감사를 거치고 내년 대선을 지나면 정부 계획이 힘을 잃을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내년에라도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한 번 시행하면 막기 어려운 게 공기업 민영화입니다.”

1인 시위를 끝낸 이 지도위원은 당분간 재충전의 시간을 가질 예정이다. 그는 “많이 읽고, 쓰고, 생각하고, 걸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노동운동 전략도 고민할 생각인데, 세 조직의 지도위원을 맡고 있는 만큼 마냥 쉴 수는 없는 처지다.

9월이면 민영화와 성과연봉제 강행에 반대하는 철도공사·건강보험공단·가스공사·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의 파업이 이어진다.

"역대 최대 규모의 공공부문 파업이라고 생각합니다. 지도를 받아야 할 지도위원이지만 할 수 있는 것들은 해야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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