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태욱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경남사무소)

광주고등법원 제2민사부(재판장 홍동기)는 지난 17일 금속노조 광주전남지부 포스코사내하청지회 조합원 15명이 주식회사 포스코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광주고법 2013나1128 사건)에서 1심을 파기하고 근로자 파견을 인정했다. 이번에 판결을 받은 포스코 사내하청지회 조합원들은 1996년에서 2002년 사이 입사해 현재까지(혹은 해고시까지) 포스코에서 크레인을 이용해 코일·롤 운반, 스크랩 처리, 정비 지원 등 다양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이들은 지난 2011년 5월31일 근로자 파견을 주장하며 소송을 냈는데 1심 재판부는 2013년 1월25일 패소 판결을 내렸다. 이번에 고법이 1심 판결을 파기한 것이다.

최근 사법부는 자동차 회사들이 사내하청 노동자를 사용하는 것은 불법파견에 해당한다는 판결을 연이어 내고 있다. 올해 2월에는 현대제철 순천공장(옛 현대하이스코) 비정규 노동자 161명의 근로자 파견을 인정하는 판결도 나왔다. 포스코 판결은 이런 판결들의 연속선상에 있는 것으로 연속흐름 공정에서의 도급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 의미가 있다. 또 사용자들이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법) 위반을 회피하기 위해 협력업체 규모를 키우고 마치 협력업체가 실질적인 권한이 있는 것처럼 위장하더라도 업무의 성질을 고려하면 근로자 파견이라는 점이 바뀌지 않는다고 명확히 판단했다. 즉 지회 조합원들이 수행한 크레인 작업은 정규직이 수행하는 각 개별 공정들과 밀접하게 연동돼 있고, 포스코 지시에 의해 이뤄졌다. 이는 크레인 업무가 단순히 물건을 운반하는 물류가 아니라 크레인 업무 자체가 연속흐름으로 이뤄지는 철강 제조 공정의 일부임을 의미한다. 또한 포스코는 2004년 고용노동부가 불법파견에 대해 '위반사항 없음'이라는 결정을 내린 시점을 전후해 적극적으로 파견 징표를 없애기 시작했는데, 현장대리인을 두고 협력업체가 작업표준을 제작하게 하고 협력업체에 일정 범위에서 작업변경 권한을 부여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연속흐름 공정에서 정규직 근로자들과 밀접하게 연동돼 단순 반복적인 작업을 하는 업무 성질상 협력업체에 몇 가지 외관상 변화가 있다고 해서 근로자 파견에 대한 판단이 달라지지 않는다. 이와 같은 원청업체의 실질적인 통제는 비단 자동차나 철강뿐 아니라 제조업에 공통적으로 존재하는 속성이기도 하다. 이번 판결은 이런 점을 확인한 의의가 있다.

한편 이번 판결 당사자 15명 중 10명이 해고자였는데, 3명은 협력업체로부터 해고된 후 6개월 만(2010년 11월12일 해고)에, 3명은 3년5개월 만(2007년 12월7일 해고)에 소를 제기했다. 포스코는 이에 대해 신의칙 위반 등 여러 주장을 했으나 법원은 고용의제 조항에 의해 포스코와의 근로관계는 새롭게 설정되는 것이므로 협력업체가 한 해고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포스코와의 관계에 직접 영향을 미치지 못하며, 이는 해고 후 상당 기간 경과한 후에 소를 제기했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봤다.

이번 판결은 원고 숫자에 비해 참으로 오래 걸렸고 소송 진행 과정에서도 우여곡절이 많았던 사건이다. 필자는 2심부터 관여했는데 2심 기간만 3년6개월이 걸렸고 1심부터 계산하면 무려 5년3개월이 걸렸다. 이 기간 동안 재판이 추정됐던 것도 아니고 대부분 실제로 진행됐으며, 현장검증만 두 차례 실시되는 등 매우 충실하게 심리한 결과 법원이 위와 같이 판단한 것이다. 포스코는 불필요한 상고 등의 조치를 할 것이 아니라 오랜 기간 불법파견의 범죄를 범해 온 사실을 인정하고 2만여 포스코 비정규 노동자들을 직접고용하고 교섭에도 나서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