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해 서울지역 한 병원에서 간호사로 일한 A씨는 입사 2주 만에 해고를 통보받았다. 문서가 아닌 구두통보였다. 의료폐기물을 규정에 따라 처리하지 않고 박스에 버렸다는 이유다.

사전에 의료폐기물 처리에 대해 아무런 교육을 받지 않고 선임 간호사가 하는 대로 따라 했던 A씨는 억울했다. 부당해고를 호소하기도 어려웠다. 해고당할 만한 이유가 없고, 그것도 구두해고를 당해 문제제기를 하고 싶었지만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은 사실이 발목을 잡았다. 병원에 고용됐다는 사실을 스스로 입증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2. 기계부품 제조공장에서 일하는 B씨는 야근과 주말특근을 자주한다. 그럼에도 월급은 매달 150만원만 받았다. 보통 연장근로를 한 달에 30시간 했다. 연장근로수당 32만원 정도를 받지 못한 것이다. 수당을 달라고 했더니 회사는 입사할 때 쓴 근로계약서를 들이밀었다. 월급 안에 모든 수당이 포함돼 있다는 내용이 계약서에 있다는 것을 그때서야 알게 됐다. 포괄임금제를 적용받은 것이다.

B씨가 소송을 걸면 수당을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 회사와 맺은 근로계약서가 위법하기 때문이다. B씨가 근로시간이 명확한 제조업에 종사하는 터라 포괄임금을 적용하기 어렵다. “근로시간 산정이 어려운 경우가 아니라면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근로기준법상 근로시간에 따른 임금지급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판례(대법원 2010.5.13 선고 2008다6052 판결)도 있다.

임금체불·징계·해고 상담 가장 많아

서울시는 29일 서울노동권익센터가 지난해 상담한 2천184건의 사례를 분석한 보고서 ‘서울시민과 나눈 노동상담’을 발간했다. 보고서는 상담사례 분석에 그치지 않고 △5인 미만 사업장 근기법 적용 △휴게시간 위반 및 과다 책정 △실업급여 수급제한 사유 △포괄임금제 △계약기간 만료 및 해고 같은 주제 15개를 제시하고 노동법적 설명과 함께 판례·제도·행정의 문제점을 분석했다.

지난해 센터에서 실시한 상담유형을 보면 임금체불이 35.6%로 가장 많았다. 징계 및 해고(19.2%), 퇴직금(19.1%), 실업급여(16.3%)가 뒤를 이었다. 임금체불 상담은 순수한 의미의 임금체불 외에도 B씨처럼 연장근로나 최저임금과 관련해 임금계산이 분명하지 않아 발생하는 사례가 적지 않았다.

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은 징계·해고 관련 상담이 각각 31.1%와 34.5%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정규직은 임금체불(23%)과 실업급여(16.7%) 상담, 무기계약직은 임금체불(32.8%)과 퇴직금(25.9%) 관련 상담 비중이 징계·해고 다음으로 많았다. 일용직(77%)과 일반임시직(46.5%)·단시간 노동자(44.7%)는 임금체불 상담 비중이 높았다. 특수고용직은 51.4%가 임금체불 관련 상담을 받았다.

센터 관계자는 “영세사업장과 음식점 등에서 근무하는 일반임시직의 경우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사례가 많지 않아 구두해고나 퇴직금 미지급 같은 상황을 겪는다”고 설명했다.

근로계약서 없어 이중 삼중 불이익 겪어

상담자 중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사례는 61%에 그쳤다. 4대 보험 가입률은 66.4%에 머물렀다. 근로계약서를 쓰지 않아 근로시간이나 임금에서 피해를 보면서 4대 보험 보장도 받지 못하는 이중 삼중의 불이익을 겪고 있는 것이다.

상담자들의 평근 근로시간은 주 47.6시간, 월평균 급여는 173만원으로 전체 노동자들과 비교해 오래 일하고 적게 벌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8월 임금노동자 평균 근로시간은 주 39시간, 월평균 임금은 230만원이다.

서울시는 이번에 나온 분석보고서를 노동정책 수립에 활용할 계획이다. 유연식 일자리노동정책관은 “취약계층 근로자를 포함해 노동현장 전반에서 발생하는 차별·불평등 사례를 분석해 근로자들이 일한 만큼 대우받을 수 있는 서울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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