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노동부가 올해 하반기 원·하청 고용형태와 근로실태조사를 벌여 조사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대·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가 청년실업을 악화시키는 근본 원인으로 보고 실태조사를 통해 원·하청 상생협력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노동부는 원·하청 성과공유나 납품단가 인상 같은 공정거래 확립의 중요성을 강조했지만 동시에 상위 10%를 포함한 원청 대기업의 임금인상 자제를 요구했다. 대기업노조에 대한 압박 강도도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권 노동부 장관은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노동시장 전략회의에서 “원·하청 상생과 대·중소기업 간 격차 해소가 청년고용 문제 해결의 핵심”이라며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고 대·중소기업 간 상생 노력을 통해 현장 격차를 해소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KDI “초과이익 미공유, 원·하청 임금격차 확대”=이수일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쟁정책본부장은 이날 전략회의에서 발제한 ‘청년실업과 노동시장 이중구조’에서 “올해 상반기 청년실업률이 10.3%로 201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중소기업 인력 미충원율 역시 12.7%로 낮지 않은 수준”이라며 “청년실업률은 높은데 중소기업은 인력을 구하지 못하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임금격차를 포함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KDI에 따르면 대기업 정규직 임금을 100만원이라고 했을 때 대기업 비정규직은 64만2천원, 중소기업 정규직은 52만3천원, 중소기업 비정규직은 34만6천원의 임금을 받고 있다. 임금격차를 포함해 노동시장 이중구조가 확대된 이유로는 △대·중소기업 간 불공정 하도급 △대·중소기업 간 경쟁력 격차 △대기업·공공부문 정규직 중심 노조 조직과 경직적 제도·관행을 꼽았다.

특히 공정거래위원회가 최근 수급업자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원청들은 대금 미지급(33.8%)·구두 발주(25.4%)·부당 하도급 대금 감액(7.2%)·부당 발주취소(5.2%) 같은 불공정 하도급 관행을 유지하고 있었다.

이수일 본부장은 “원청사들이 초과이익을 하도급 업체와 공유하지 않으면서 임금격차가 확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표준하도급계약서 제정·보급과 중소기업 협동조합에 부여한 납품단가 조정 협의권을 확대해 공정거래 질서를 확립하고 법 위반 기업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이어 “최근 경쟁 양태가 기업 간 경쟁이 아닌 시스템 간 경쟁으로 진화하고 있다”며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은 더 이상 시혜가 아닌 생존의 필수전략”이라고 강조했다.

◇이기권 장관, 현대차 언급하며 임금인상 자제 압박=이기권 장관은 “현재와 같은 대·중소기업 간 격차가 큰 구조 속에서는 청년들이 중소기업을 외면하고 공무원·공기업·대기업에 목을 맬 수밖에 없다”며 “불공정 거래를 근절하기 위한 법 준수 노력을 넘어 대기업의 성과공유·납품대금 단가 인상 등을 통해 2∼3차 협력업체 근로조건을 높여 고용친화적 기업생태계를 형성하는 데 역량을 집중해 나가겠다”고 주장했다.

이 장관이 성과공유나 납품단가 인상 같은 기업 간 거래에 관한 정책을 언급한 것은 이례적이다. 노동부는 경제부처와는 달리 이를 강제할 만한 정책적 수단이 없어서다.

노동부는 원·하청 고용형태·근로실태를 조사·발표하고 대기업의 사회적 책임 실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 선언을 통해 이를 추진해 나가겠다고 했지만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이 장관은 동시에 고소득자와 대기업 정규직에 대한 임금인상 자제를 압박했다. 그는 애초 모두발언 원고에 없던 현대자동차 임금교섭 잠정합의안 부결 소식을 언급하면서 “(현대차) 2~3차 협력업체 근로자들의 임금수준이 (원청의) 3분의 1에 불과하다”며 “그럼에도 원청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임금인상률이 낮다고 노사 잠정합의안을 부결시키는 것을 보면서 자괴감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장관은 이어 “현대차 노사가 협력업체 근로조건까지 감안하면서 장기적인 고용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해야 청년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다”며 “임금체계를 직무·성과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다단계 하도급 확산의 근본 원인을 제거해 가급적 직접 채용하는 고용문화가 형성되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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