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민영 공인노무사(금속노조 법률원)

2016년 1월, 정직의 징계처분 통지를 받게 된 조합원과 함께 지방노동위원회 구제신청을 준비했다. 사용자는 재심 징계위원회 개최 이후 그 결정을 차일피일 미루면서 징계처분 통지서에 명시된 징계 시행일자인 지난 4월까지 재심 결정을 핑계로 징계처분을 집행하지 않았다.

조합원은 징계처분이 언제 집행될 지 모르는 불안감 속에서 일을 할 수밖에 없었고 어느덧 징계처분 통지가 있던 날부터 3개월이 되는 시점이 다가왔다.

근로기준법 제28조2항은 “제1항에 따른 구제신청은 부당해고 등이 있었던 날부터 3개월 이내에 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동위원회규칙 제40조는 구제신청기간의 기산점에 대해 제2호에서 “해고 이외의 징벌은 근로자가 징벌이 있었음을 안 날, 다만 그 징벌에 관한 통지(구술통지를 포함한다)를 받은 경우에는 그 통지를 받은 날”로, 제4호에서 “징계 재심절차를 거친 경우에는 원처분일, 다만 재심절차에서 원처분이 변경되거나 취소돼 새로운 징계처분을 한 때에는 재심 처분일”로 규정하고 있다.

관련 규정에 근거해 사용자의 재심 징계위원회 결정을 기다리다가 각하될 가능성이 있고, 징계가 집행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징계처분 자체가 존재하므로 다른 징계사유가 발생한다면 가중징계 근거가 될 수 있는 바, 결국 징계처분 통지를 받은 날부터 3개월이 되는 마지막날 초심 징계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구제신청을 했다.

사용자는 재심 징계위원회 결정이 없어 취소할 징계가 없으므로 각하돼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지노위에서는 단체협약·취업규칙에는 재심이 결정될 때까지 원처분의 효력이 정지된다는 규정이 없는 점과 노동위원회규칙 제40조2호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구제신청의 대상적격을 인정했다.

최종적으로 부당징계임을 인정받았으나, 이 사건을 진행하면서 가장 우려됐던 것은 징계의 집행과 관련한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였다.

초심 징계처분을 통지할 당시 징계 시행일자가 명시됐음에도 사용자가 재심 징계위원회 결정을 핑계로 징계를 결정·집행하지 않는다면 노동자는 언제 집행될 지도 모르는 징계로 인해 불안정한 지위에서 근무를 하게 되고, 사용자와의 관계가 소극적으로 전개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징계 집행 유보는 그 자체만으로 노동자의 조합 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사용자가 특정 시기에 전격적으로 징계를 결정해 집행하는 방식, 즉 업무가 집중되는 성수기 등에 일방적으로 징계를 집행해 생계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거나 중요한 노동조합 활동을 앞둔 시기에 징계를 집행해 사업장 출입을 막는 등의 방식으로 노동자의 조합 활동에 직접적으로 개입해 노동조합의 결속력을 저해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어떠한 제재도 하지 않는다면, 사용자가 이를 노동자의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간섭하는 부당노동행위로 악용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징계처분의 존재 자체가 노동자에게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데, 재심 징계위원회를 거친다고 해도 초심 징계처분의 취소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징계 집행의 유보는 지속적으로 노동자의 조합 활동을 위축시키고 주도적인 참여를 방해하는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도 “지배·개입으로서의 부당노동행위 성립에 반드시 근로자 단결권의 침해라는 결과의 발생을 요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1997. 5. 7 선고 96누2057 판결)고 판시하고 있는 바, 징계 처분의 집행이 유보돼 단결권 침해라는 결과가 발생하지 않더라도 조합원으로서의 활동을 위축시키고 방해하는 이러한 부당노동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판단을 통해 노동자를 보호해야 할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