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종덕 <노동자의 어머니-이소선 평전> 저자

경북 성주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에 정부와 극우신문 종편들이 외부세력 개입이라는 이슈를 덮어씌우고 있다. 이화여대의 ‘미래라이프 대학’ 철회 시위에는 1천600명의 경찰이 투입된 가운데 학생들은 타 대학의 연대투쟁 제의는 물론, 이대 내부의 운동권들도 철저히 차단했다.

성주 군민 초기 상경투쟁 때에는 성주 군민만 표시하는 파란 리본을 나눠 주면서 외부세력 차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투쟁을 하는데 쓸데없는 빌미로 탄압의 명분을 줄 필요가 없다는 전술적인 판단에서 이뤄진 일일 것이다.

그러나 외부세력 개입이라는 프레임을 누가 어떤 목적으로 덧씌우고 있으며 그 결과가 어떻게 나타나는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권력과 자본은 민중의 투쟁을 깨뜨리기 위해 투쟁의 힘을 분열·고립시키는 데 모든 힘을 쏟는다. 가장 기본적이고 상투적인 수법이 투쟁 확산을 차단·고립시킨 뒤 내부 분열을 유도해 무력화시키는 수순을 밟는 것이다. 투쟁이 확산되는 것을 차단시키기 위해 내부와 외부를 가르고, 순수와 불순을 가른다. 청와대 대변인이 세월호 가족을 두고 순수유가족이니 어쩌니 하면서 분열을 꾀했던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 프레임으로 공격을 당하다 보면 엉뚱하게 자기검열을 하고, 그러다 보면 진짜 내부에 분열이 생겨 투쟁의 본질은 어디로 가 버리고 서로 감정만 남아 결국 패배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니 답은 간단 명확하다. 연대와 단결만이 승리하는 길이다.

다행히 성주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은 외부세력 프레임에 속지 않고 있다. 방송인 김제동씨의 명쾌한 연설도 한몫했으리라. 외부세력이냐 아니냐는 탄압하는 쪽에서 결정하고 프레임을 씌우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집회를 하고 시위를 하는 목적은 보다 더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공감을 얻어 힘을 확장시키기 위해서다.

이소선 어머니는 평생 동안 외부세력이라는 덧씌우기를 걷어차고 당당하게 투쟁함으로써 노동자의 어머니로 우뚝 서 오셨다. 1970년 아들 전태일이 분신 항거했을 때 아들의 뜻이 이뤄지기 전에 장례를 치르지 않겠다면서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 이에 뜻 있는 학생·지식인·종교인·시민들이 전태일과 이소선 어머니의 뜻에 공감해 함께 투쟁함으로써 전태일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싸웠던 것이다.

이후 이소선 어머니는 아들의 뜻을 잇기 위한 청계피복노조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당시 중앙정보부로부터 직접 노사관계가 없으니 노조활동에 관여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게 됐다. 그러나 이소선 어머니는 이에 위축되지 않고 당당하게 싸웠다. 노동조합의 생명은 자주성인데 그 자주성을 해치려는 세력이 외부세력이기 때문이다.

기업별 노동조합의식이 뿌리 깊이 박혀 있어 자본과 권력이 노동조합을 기업의 틀 안에 가두려 할 때에도 이소선 어머니는 기업의 틀을 넘어 산업별·지역별 구분을 짓지 않고 노동자가 고통받는 곳이라면 어디라도 달려가 연대하고 격려하고 힘을 보태어 총자본과 싸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았다. 이소선 어머니는 노동자의 어머니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이소선 어머니는 재야 민주세력과도 긴밀하게 연대해 노동자가 고립되지 않게 활동함으로써 결국 민주화가 곧 노동자의 권익쟁취와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는 길임을 실천하셨다. 이러한 정신과 전통을 이어받은 청계피복노조는 노학연대를 창의적으로 실천함으로써 민주노조의 최선봉에 섰다.

지난 시절 민주화의 역정에서 학생운동이야말로 저들이 말하는 기준으로 보자면 외부세력이었다. 학생운동이 학내 문제에만 머물러 있지 않고 사회 구조적인 문제에 주목하고 민중의 삶을 외면하지 않고 그들과 일체화돼 싸움으로서 민주화가 달성됐음을 잊지 않아야 한다.

성주의 사드배치 반대투쟁에 정권은 외부세력 운운하며 분열을 조장하는 것이 서서히 먹혀든다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즉 제3후보지라는 이슈를 던져 문제의 본질을 흐리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사드 배치 위치를 성주와 김천의 경계 가까운 곳으로 정한다면 어디 사는 사람이 내부고 어디 사는 사람이 외부라는 말인가? 성주 사람도 김천 사람도 대구 사람도 대한민국 어디에 사는 사람도 다 같은 당사자가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방송인 김제동씨가 사드야말로 외부세력이라고 일갈했듯이, 이소선 어머니가 지금은 없어진 ‘제3자 개입금지법’으로 탄압하는 것에 대해 "지네는(부당한 공권력)는 10자, 100자 개입하면서 우리한테 3자 개입이라고 하냐, 이 썩을 놈들아!" 라고 외쳤듯이 연대하고 공감하는 우리 모두는 당사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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