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종진 공인노무사(서비스연맹 법규국장)

대상재결례 : 중앙노동위원회 2016.6.28 중앙2016부해266/부노55 병합

1. 사건경위


올해 1월26일 부산지방노동위원회는 홈플러스가 아시아드점에 계산원으로 입사해 근무하던 근로자 2명을 지난해 8월31일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 한 것은 부당해고이자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이고, 지부장의 병가에 관한 허위사실 유포는 지배·개입에 해당하는 부당노동행위라고 판정했다. 사용자는 초심 결정에 불복해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청구했다.

이 사건에 대해 중앙노동위는 첫째 이 사건 근로자들에게 갱신기대권이 존재하는지 여부, 둘째 갱신기대권이 존재한다면 갱신거절의 합리적인 이유가 있는지 여부, 셋째 갱신거절이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는지 여부, 넷째 지부장의 병가에 대한 허위 소문 유포 행위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 해당하는지 여부를 주요 쟁점으로 판단을 내렸다.

2. 갱신기대권에 대한 판단

근로자들은 2014년 8월20일 재심신청인 사용자의 기간제 근로자로 입사해 같은달 31일까지 최초 계약을, 그 이후로는 6개월 단위로 두 차례 계약을 체결하는 등 모두 세 차례에 걸쳐 근로계약을 갱신했다. 근로계약서상 재계약에 대해서는 “근로계약은 계약기간 만료시 종료됨을 원칙으로 하되, 계약기간 중의 근무성적, 회사의 인력수급 상황 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될 경우 재계약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었고, 단체협약에는 “회사는 입사한 지 15개월이 경과한 계약직 조합원은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것으로 간주하고 호칭은 사원으로 한다(이는 체결 이후 조합에 가입한 조합원에 대해서도 당연 적용된다)”고 규정돼 있었다. 근로자들의 근로계약서상 직급은 ‘담당’이었고 위 단체협약에 따라 담당(PT·파트타이머)은 6개월 단위로 갱신계약을 하다가 만 15개월이 경과하면 ‘기간의 정함이 없는 근로자’에 해당하는 ‘사원’으로 전환되며, 그간 이 사건 지점에서 사원으로 전환되기 이전 계약기간 만료를 이유로 근로관계를 종료시킨 사례는 없었다.

이 사건 단체협약의 무기계약직 전환 간주 규정은 갱신기대권의 존재를 인정함에 있어 결정적 근거가 됐다. 또한 기간만료를 이유로 계약해지된 사례가 이 지점에는 없는 점, 이 사건 근로자들 역시 종전에 세 차례에 걸쳐 갱신계약이 이뤄진 점 등도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되거나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됐다고 판단할 수 있게 하는 근거로 인정됐고 중앙노동위는 이 사건 근로자들의 갱신기대권을 인정했다.

3. 갱신거절에 대한 합리적 이유의 판단

회사의 인사평가 등급은 총 4등급으로 구성된다. B등급(탁월)이 상위 15%, G등급(초과달성)이 중간 70%, A등급(달성)과 R등급(미달성-재계약 불가)이 나머지다. 2015년 상반기 근무실적 평가 결과, 근로자1은 G등급을, 근로자2는 A등급을 각각 받았는데 이 사건 지점의 점장과 파트장은 지난해 3월3일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포함해 같은해 8월31일 기간만료 대상자들과 면담을 실시하면서 매출 실적이 저조하면 다음 계약만료 시점에 재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취지로 발언했다.

또한 이 사건 근로자들은 회사가 2015년 8월24일까지 확인해 통보하도록 하고 있는 9월의 휴무계획표 명단에 포함돼 있었으나 회사는 그해 8월31일 계약기간이 만료되는 계산대 근무인력 6명 중 이 사건 근로자들을 포함한 조합원 4명만 갱신계약을 할 수 없다고 같은달 27일 통보했다.

갱신거절권의 합리적 이유 존재 여부에 대해 중앙노동위는 근로자별로 판단했다. 근무평가 결과상 근로자1은 특별히 근로계약 갱신에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없으며 근로자2의 경우 휴무계획표 명단에도 포함돼 있는 점 등을 들어 합리적 갱신거절 사유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회사는 근로자2에 대한 갱신거절 이유로 매출 저조 등 경영상 이유를 들면서 당초 계산대 근무인원의 4명을 감축할 예정이었다고 주장했지만 매출 감소에 따른 계산대 근무인원 감축의 합리적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고, 그 감축인원도 모두 노동조합 조합원으로 선정했고, 이 사건 근로자들보다 2개월 늦게 입사한 고객서비스카운터에 근무하는 근로자 1명도 노동조합을 탈퇴한 후에 고용유지가 이뤄지는 등 그 선정에 합리성이 보이지 않은 점을 이유로 들었다.

4. 갱신거절이 불이익취급의 부당노동행위인지 여부

회사는 조합비 공제 명단에 이 사건 근로자들이 포함돼 있지 않아 조합원임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했다. 중앙노동위는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 갱신거절은 부당해고에 해당하고, 근로계약이 만료되는 계산대 근무인원 6명 중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4명도 모두 노동조합의 조합원으로 선정됐고, 이 사건 근로자들보다 2개월 늦게 입사한 근로자 1명도 노동조합을 탈퇴한 후에 고용유지가 이뤄진 점을 고려할 때 이 사건 근로자들에 대한 근로계약이 갱신되지 않은 것은 이 사건 근로자들이 노동조합의 조합원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고 판정했다.

또 중앙노동위는 이 사건 근로자들이 조합원임을 알지 못했다는 회사 주장에 대해 근로계약기간 만료자에 대한 면담시 조합원과 비조합원을 구분해 면담을 실시하면서 매출 실적 저조로 재계약이 어려울 수 있다는 발언을 통해 노동조합 탈퇴를 간접적으로 유도한 것으로 보이는 점을 볼 때 신뢰하기 어렵다 할 것이라며 갱신거절은 조합원임을 이유로 한 불이익 취급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5. 병가에 대한 허위사실 유포가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인지

이 사건 지점 지부장의 경우 발목 염좌로 인해 진단서를 첨부한 병가신청서를 제출해 지난해 4월16일부터 5월7일까지 병가를 사용했다. 또한 같은해 6월1일 넘어져 미추골절상을 입고 진단서를 첨부한 병가신청서를 제출해 2015년 6월1일부터 7월12일까지 병가를 사용했다. 2015년 4월 이후부터 이 사건 지점 내에는 “지부장이 노동조합 소속이므로 사유가 되지 않음에도 병가를 사용할 수 있었다”거나 “병가 기간 중 집회 참석 또는 쇼핑을 했다”는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 유포됐고, 이후 이 사건 근로자들이 계약해지된 9월 이후에 다시 유포됐다.

그런데 2015년 5월8일자 회사 내부 메일에는 지부장 병가와 관련해 “빅마우스 담당들과 공유해 노조쪽의 악의적 병가 사용에 대해 지속 커뮤니케이션 함”“지속적인 노조의 작업에 점포는 이를 활용한 역공세로 대응, 즉 노조가 악의적인 계획을 가지고 점포와 싸우자고 한다는 이미지 부각” 같은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2015년 7월2일 ‘주간동향 아시아드점’ 문건에는 ‘본사 및 본부에 건의 사항’과 관련해 “이제 경비를 조금은 풀어 줄 필요성이 있습니다”“당장 7월10일이 지나면 이런저런 일들이 생길 것 같은데 우군화 작업이 시급합니다”등의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이러한 사실을 인정한 중앙노동위는 병가에 관한 근거 없는 소문이 있었던 것은 회사도 인정하고 있는 점, 회사의 업무메일 내용을 볼 때 ‘빅마우스’를 활용해 지부장 병가에 대한 악의적 여론을 조성하겠다는 방침을 세운 점, 2015년 9월 이후에도 지부장의 병가에 관한 소문이 직원들 사이에 다시 유포되는 등 지속된 점, 우군화 작업이 시급하다는 취지로 본사에 경비를 요청하고 있는 등 반조합적 정서가 드러난 점 등을 종합해 보면, 회사가 지부장의 병가에 관한 허위사실을 유포해 악의적인 여론을 조성하려 한 정황이 인정되므로 지배·개입의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봤다.

6. 결어

“근로계약·취업규칙·단체협약 등에서 기간만료에도 불구하고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취지의 규정을 두고 있거나, 그러한 규정이 없더라도 근로계약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뤄지게 된 동기 및 경위, 계약 갱신 기준 등 갱신에 관한 요건이나 절차의 설정 여부 및 그 실태, 근로자가 수행하는 업무 내용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을 종합해 볼 때 근로계약 당사자 사이에 일정한 요건이 충족되면 근로계약이 갱신된다는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서 근로자가 갖는 근로계약이 갱신될 수 있으리라는 정당한 기대권(대법원 2011. 7. 28. 선고2009두2665 판결)”을 소위 갱신기대권이라고 한다. 그런데 근로계약 내용과 근로계약이 이뤄지게 된 동기 및 경위 등 근로관계를 둘러싼 여러 사정은 입증 주체나 판단 주체에 따라 유동적으로 판단될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이번 사건의 경우 단체협약으로 입사 후 일정 기간이 경과하는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다고 간주하고 있었으므로 갱신기대권을 인정함에 있어 단체협약 이외의 갱신기대권 존재 여부의 판단 요소들은 부차적으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부당노동행위의 경우 사내 컴퓨터 모니터의 업무메일 내용을 우연히 발견한 조합원의 제보가 결정적인 증거자료가 돼 이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노동조합의 적극적인 조합활동과 효과적인 단체협약의 내용이 특정 사건 결과를 좌우하는 경우를 보여 주는 사례다. 참고로 회사는 중앙노동위의 판정을 모두 수용함으로써 사건은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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