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많은 노동·정치 관련 서적을 청소년 출입금지 서적으로 묶는데 사용되어 왔었다. 이제 그들은 이 기준을 인터넷에서도 만능처럼 휘두르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 그들은 올 7월부터 '인터넷 등급제'를 실시한다. '자율등급제'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되기 때문이다.


인터넷이 다른 매체에 비해 '민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것은 인터넷에 편집 권력이 덜 개입하기 때문이다. 다른 누구의 허락 없이 자신의 생각이나 자료를 마음먹은대로 자유롭게 배포할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의 특성은 우리가 인터넷을 사랑하는 이유이고, 동시에 인터넷을 이 시대의 가장 말썽 많은 매체로 만든 원인이기도 하다.

지난 4월10일 대우자동차 조합원들에게 가해진 정권의 야만적인 폭력을 그렇게 빠르게 폭로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에게 인터넷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대우자동차는 소위 '대세론'에 따라 당시 한겨레를 비롯한 주류 언론 매체로부터 홀대받던 주제였다. 주류 언론의 외면 속에서도 노동자들 스스로가 조직한 인터넷 영상패는 계속 취재하고 이를 인터넷으로 끈질기게 알려내었다. 그래서 그들만이 4월10일의 사건을 취재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난 96·97 총파업 때도 인터넷은 우리에게 큰 원군이었다. 민주노총의 파업 개시와 동시에 구성된 '총파업 통신지원단'과 인터넷 홈페이지는 정권의 언론 통제를 넘어 국내와 국외에 파업의 정당성을 널리 알리고 파업지지 여론을 조직하는 데 크게 기여하였다.

정권으로서는 그들이 통제할 수 없는 매체가 이렇게 활개친다는 것이 언제나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지금까지 정권은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불온통신의 단속)'를 무기처럼 휘둘러 왔다. 이 법은 정보통신부 장관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보기에 '불온한' 정보는 인터넷에서 삭제하도록 보장한다. 진보네트워크만 하더라도 지난 여름 철거민 투쟁이나 겨울 한국통신 파업 당시 대통령에게 험악한 욕설을 한 게시물에 대해 표현을 '순화'하라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주의를 몇 번 받아 보았다. 그런 공문을 받을 때마다 참으로 어처구니가 없다. 아직도 '불온'이라는 나이롱 잣대가 만능이라니 지금이 어느 시댄가 싶다. 당연하게도 이 법은 위헌 소송을 당했고 조만간 심판을 앞두고 있다.

그래서 최근 정권은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었다. 그것은 바로 인터넷의 소위 '반사회적'이고 '불건전'한 면을 부각시키고 이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청소년유해정보는 음란물로부터 청소년을 지켜내기 위한 개념이라고 알고 있지만, 사실 이는 '실제로' 청소년에게 유해한 정보와는 무관하다. 검열을 하는 이들이 보기에 청소년에게 유해할 '것 같은' 정보, 즉 그들에게 불쾌한 정보가 바로 '청소년유해정보'이다. '불온통신'의 나이롱 잣대와 다를 게 없다. 그래서 이 잣대는 실제로 많은 노동·정치 관련 서적을 청소년 출입금지 서적으로 묶는데 사용되어 왔었다. 이제 그들은 이 기준을 인터넷에서도 만능처럼 휘두르기 위한 준비를 끝냈다.

그들은 올 7월부터 '인터넷 등급제'를 실시한다. '자율등급제'라는 말은 거짓말이다. 왜냐하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기준을 따르지 않으면 형사처벌되기 때문이다. 또 올해 말부터는 전국의 PC방에 그들의 기준을 따르는 차단소프트웨어가 의무화된다. 그들은 이 모든 장치가 청소년을 음란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것은 그들이 불쾌하게 생각하는 정보를 걸러내기 위한 그들만의 장치로 작동할 것이다.

인터넷이 '깨끗해져야 한다'는 것은 가진 자들의 논리이다. 우리는 거기 현혹되서는 안된다. 인터넷의 불쾌한 면이야말로 오히려 투쟁하는 이들과 사회적 약자들의 편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데 '자살사이트'니 '화염병사이트'니 저들이 소란할 때 잠시 우리가 주춤한 틈을 타서 그들은 계속 밀고 들어가 그들의 뜻을 관철시키기 바로 직전까지 이르렀다. 진보네트워크센터를 비롯한 많은 단체들은 7월1일 인터넷등급제 시행을 앞두고 올 6월29일부터 사흘간 사이트 파업을 개시할 예정이다. 인터넷을 지금처럼만 자유롭게 사용하고 싶은 많은 노동형제자매들이 이 투쟁에 동참해줄 것을 호소한다.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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