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UPDATE : 2019.7.23 화 08:00
상단여백
HOME 칼럼 노노모의 노동에세이
도로공사는 해고노동자 문제 책임져라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 조명심 공인노무사(민주연합노조 조사법률국장)

체감온도가 40도를 오르내리던 지난 이달 초부터 경북 김천시 한국도로공사 앞에서 텐트를 치고 농성하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이 있다. 2015년 서산톨게이트 운영업체가 변경되면서 3명의 요금수납원들이 고용승계에서 제외됐다. 지난해 89일간 서산톨게이트에서 천막을 치고 싸웠으나 끝내 복직은 이루지 못했다. 사측은 지역 대책위에 결원이 생기면 우선 채용하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런데 올해 초 결원이 생겼을 때 업체는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해고자는 다시 투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13년간 일했는데 업체 변경되자 해고

해고된 노동자는 13년간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으로 일했다. 그동안 톨게이트 운영업체가 네 번 바뀌었다. 여성노동자들이 다수인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은 2009년부터 외주화됐다. 이들 여성노동자들은 용역업체 간접고용 노동자고 기간제 근로자다. 하이패스 구간 확대로 언젠가는 해고돼야 할 처지다. 또 최저임금이거나 최저임금을 약간 상회하는 임금을 받는 교대근무 노동자고 감정노동자이며 성희롱 피해자이기도 하다. 연령대는 20대에서 60대까지 넓다. 가족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산톨게이트의 현재 운영업체인 이지로드텍은 명예퇴직을 하루 앞둔 도로공사 직원이 설립한 회사와 2014년 8월22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그 회사는 7개월 후인 지난해 3월1일 영업을 개시하면서 10년 이상 근무한 3명의 노동자를 해고하고 새로운 직원을 채용했다. 사측은 고용승계의무가 없으며 직접 사용자가 아니므로 채용의무도 없다고 주장한다. 노동위원회도 그들의 주장에 손을 들어줬다.

국민권익위, 고용승계의무 있다고 판단

이에 대해 국민권익위원회는 톨게이트 요금수납원 업무가 특별한 기술이나 자격·기능이 필요하지 않고 근로계약기간이 도급계약기간으로 한정돼 있는 단순노무 용역근로자로 판단된다면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 적용대상이 된다고 했다. 보호지침은 단순노무 업무 민간위탁시 종사자에 대해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의무를 계약조건으로 하도록 했으니 권익위 판단대로라면 3명이 해고자가 발생한 것은 고용승계의무를 위반한 것이다.

도로공사는 지난해 4월8일 ‘영업소 외주운영 개선방안’(영업소 개선방안)을 각 외주용역업체로 시달해서 2015년부터 수의계약을 폐지하고 100% 공개입찰방식으로 전환하도록 했다. 공개입찰방식은 고용승계 및 고용유지의무를 계약서에 명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근로조건 이행 확약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불이행시 제재하도록 했다. 그러나 2015년부터 적용하기 때문에 2014년에 계약한 서산톨게이트 운영업체는 적용에서 제외된다. 실제 운영은 2015년 3월부터지만 계약 체결일이 2015년 이전이므로 도로공사의 영업소 개선방안 적용 대상에서 교묘히 비껴간 것이다.

아무도 해고자 책임 안 져

서안산톨게이트는 2014년 8월22일 최초계약을 했다가 지난해 10월 영업개시 직전 인원을 2명 줄이는 변경계약을 했다. 2명의 노동자가 해고됐다. 노동위에서는 고용승계의무도 없고 직접사용자로 보기 어렵다며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도로공사는 인원 감축이 필요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들의 구조조정을 법적 절차와 요건을 거치지 않고도 손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묘수를 찾은 셈이다. 도로공사는 직접 사용자가 아니므로 책임질 필요가 없고, 용역업체도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이니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없다는 것이 현재까지 노동위의 판단이다. 해고된 노동자는 법적으로 해결할 방법이 없다.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10년 이상 성실하게 일한 요금수납원들이 속수무책으로 잘려 나간다.

증평톨게이트는 하이패스 구간 확대를 이유로 인원을 2명 감축했다. 평가자의 자의적인 판단이 평가 결과를 좌우하는, 공정성이 매우 의심되는 평가기준을 적용했다.

모르쇠 일관 도로공사 응답해야

도로공사가 원청인 톨게이트 영업소에서 해고자가 발생한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고용승계의무와 고용유지의무를 적용하게 돼도 업체 변경시 인원을 줄여 계약하면 누구에게 책임을 물어야 하나? 또한 하이패스 구간이 늘어나면 3~4명의 일자리가 없어진다. 도로공사는 이 모든 책임을 용역업체와 노동자들에게만 떠넘기고 모르쇠로 일관하고 있다.

지난해 법원에서 톨게이트 요금수납원이 한국도로공사를 상대로 제기한 근로자지위확인 소송에서 한국도로공사가 사용자고 외주용역업체는 불법파견업체니 2년 이상 근무한 경우엔 한국도로공사가 직접고용해야 한다는 판결이 있었다. 현재 사건이 고등법원 계류 중이다.

법원 판결처럼 당장 직접고용하지는 않더라도 노동자를 해고하는 데 용역업체를 앞세워 뒷짐 지고 있는 것이 공공의 업무를 맡은 공공기관의 역할은 아닐 것이다. 도로공사 퇴직자들과의 수의계약으로 5년씩 장기간 영업을 보장해 주고 필요하면 변경계약으로 감원의 길을 열어 주면서 언제까지 내 일이 아니라는 태도를 계속할 것인가?

도로공사는 법적 의무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과 도의적 책임도 있다. 공기업이 왜 공기업인가? 왜 도피아란 말이 나오는가? 정말 모르는 체하는 것으로 그만이라고 믿는 것인가? 도로공사는 진지하게 고민해 본 적이 있는지 묻고 싶다. 간접고용 노동자 해고는 담장 너머 남의 일이 아니라 도로공사 담장 안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도로공사가 책임져야 한다.

8월의 불타오르는 아스팔트에서 도로공사를 상대로 정면 투쟁을 선언한 톨게이트 수납원 노동자들에게 응원을 보낸다.

조명심  labortoday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조명심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