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단절과 분리보다는 통합과 연대의 아이디어, 이주민을 분리하고 격리하기보단 원주민의 정체성을 확장해 그 경계를 넓히는 조치가 있을 때 이중운동은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증진할 수 있었다.”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사회복지학)가 22일 지식협동조합 좋은나라가 발간한 이슈페이퍼(우리는 왜 브렉시트(Brexit)에 주목해야 하나)를 통해 주장한 내용이다. 홍 교수는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를 뜻하는 브렉시트가 ‘이중운동’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시장경제 성립 후 노동력으로 상품을 만들고 시장에서 자유롭게 거래하는 것을 적극 옹호하는 측과 그것에 반대하는 의견이 대립해 왔는데 브렉시트를 놓고 제기되는 의견 역시 이와 같은 충돌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영국이 이미 16~17세기서부터 브렉시트와 정책적 목표가 유사한 엘리자베스 빈민법 등으로 “노동자의 자유로운 이동을 억제해 왔다"고 설명했다.

그런 가운데 18세기에는 정부의 정책 목표를 더욱 정당화할 수 있는 제도가 등장했다. 스핀햄랜드법((The speenhamland Act)이 그것이다.

스핀햄랜드법은 빵 가격과 가족 수에 따라 최저생활기준을 선정해 실업자나 저임금 노동자들의 임금을 보조해 주는 일종의 사회보장 제도다.

홍 교수는 “스핀햄랜드법은 지주에게 과중한 부담을 지우지 않고, 농촌 노동력의 도시로의 유출을 저지하고 농촌의 임금 상승을 꾀한 반격”이라면서도 “하지만 시장 작용으로부터 사회를 지키려는 운동이 언제나 바람직했던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그는 독일과 이탈리아의 파시즘도 '시장 작용으로부터 사회를 지키려는' 운동의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브렉시트 이후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홍 교수는 “시장 작용으로부터 사회를 지키려는 운동 중 1935년 미국의 사회보장법 제정, 20세기 중반부터 개화한 복지국가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증진하는데 기여한 성공적 운동”이라며 “여기에서 주목하는 것은 이러한 운동들은 단절과 분리보다는 통합과 연대의 아이디어에 기초했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해당 제도는 이주민을 분리하고 격리하기보단 원주민을 구성하는 정체성의 경계를 확장하는 조치를 발명하고 활용했다”며 “브렉시트가 신자유주의 붕괴의 시발점이 될지 아니면 스핀햄랜드법이 그러했듯이 그것의 정당성을 오히려 확장하는 계기가 될지, 파시즘과 될지는 누가 어떤 식으로 할 것인지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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