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확대 시행을 둘러싼 현대자동차 노사의 갈등이 격화하고 있다. 임금피크제 논란이 올해 임금협상의 나머지 의제를 모두 빨아들이는 형국이다. 노사는 지난 5월 교섭 상견례를 진행한 이래 석 달 넘게 임금피크제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교섭이 장기화하는 것과 별개로 쟁점은 단순하다. 일자리 창출의 비용을 ‘누구 주머니’에서 댈 것인가 하는 점이다. 회사는 직원들의 임금을 깎아서, 노조는 기업 오너가 사재를 털어서 비용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부 "연봉 1천700만원 줄어"=금속노조 현대차지부는 22일 “회사측은 조합원 1명당 연간 1천700만원 이상 임금을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안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최근 회사측이 내놓은 임금피크제 확대방안을 수용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현대차는 과장급 이상 간부사원에 대해 ‘만 59세에 기본급 10% 삭감, 만 60세에 기본급 10% 추가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반면 과장급 이하 일반사원들은 ‘만 59세에 기본급 동결, 만 60세에 기본급 10% 삭감’하는 내용의 임금피크제를 적용받는다. 회사측은 최근 교섭 자리에서 일반사원에게도 간부사원과 동일한 임금피크제를 적용하자고 주장했다. 이에 따른 임금 감소효과에 대해서는 노사의 주장이 엇갈린다.

회사측 계산에 따르면 조합원 1명당 연간 1천198만원의 임금이 줄어든다. 다만 장기근속휴가비와 장기근속퇴직자 예우비용을 감안하면, 조합원 1명당 실제로 줄어드는 임금은 연간 583만원 수준이라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지부의 계산은 다르다. 지부 관계자는 “회사는 올해 기준 기본급 1만원이 오르면 연간 48만3천66원의 임금 인상효과가 발생한다고 주장해 왔다”며 “이를 근거로 임금피크제 확대에 따른 임금 삭감효과를 계산해 보니, 1959년생 조합원 1명당 연간 1천700만원의 임금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했을 때, 2년 뒤 퇴직하는 58년생 조합원 999명은 총 169억원, 3년 뒤 퇴사하는 59년생 조합원 1천390명은 총 236억원의 임금을 덜 받게 된다는 것이 지부의 설명이다.

◇베이비부머 퇴직행렬, 임금피크 효과 상쇄=현대차 회사측이 임금피크제 확대시행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박근혜 정부의 고용정책과 무관치 않다. 법정정년 60세 시행을 앞두고 정부는 공공부문과 민간기업에 임금피크제 도입을 압박해 왔다. “고연봉 노동자들이 기득권을 양보하면 청년일자리가 늘어난다”는 논리가 동원됐다.

그렇다면 현대차 회사측이 내놓은 임금피크제 확대안의 고용창출 효과는 얼마나 될까. 임금피크제의 즉각적인 영향을 받는 58·59년생 조합원을 놓고 보면, 약 405억원의 인건비 절감효과가 발생한다. 이를 지난해 12월 기준 대리급 이하 기술직 평균 연봉(9천831만원)으로 나누면 약 411개의 일자리가 만들어질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다른 데 있다.

 

56년생 조합원 510명이 올해 퇴직하고, 57년생 조합원 741명이 내년에 퇴사하는 등 고령노동자의 퇴직 행렬이 예정돼 있다. 베이비붐 세대로 분류되는 55~63년생만 1만2천860명에 달한다. 이들은 2023년까지 모두 회사를 떠난다. 전체 조합원(4만7천331명) 중 27.2%에 달하는 인원이다.<그림 참조>

이를 감안하면 현대차 회사측이 내놓은 임금피크제 확대안이 관철되더라도, 실제 고용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최근의 경기불황과 국내·외 판매부진 여파를 고려해도, 기존보다 고용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은 낮다. 지부 관계자는 “직원 임금을 깎지 않더라도, 현대차그룹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올해 받아가는 주식배당금 중 20%(약254억5천만원)만 사회에 환원하면 고용창출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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