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가 정부 시행령이나 행정지침에 대한 통제를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이 20대 국회에서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노동현안과 관련해 무분별하게 쏟아지는 시행령·지침을 제어해야 한다는 노동계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누리과정 예산 논란이나 이재명 성남시장의 단식농성을 거치면서 비판을 받고 있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법 시행령·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뿐 아니라 공정인사(일반해고) 지침을 포함해 노동관계법 시행령과 정부 지침 역시 모법 취지를 훼손하는 행정권한 남용이라는 지적이다.

한국노총 '국회 입법과제'에 국회법 개정안 포함

21일 노동계와 정치권에 따르면 최근 한국노총은 ‘20대 국회 고용·노동·민생 살리기 주요 입법과제’를 선정해 정치권에 전달했다. 한국노총의 입법과제는 국회법·근로기준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을 비롯한 각종 법안을 17개의 패키지로 묶은 것이다. 한국노총은 내년 대선과 연계해 입법과제를 사회적으로 쟁점화한다는 방침이다. 그중에서도 국회법·최저임금법 개정안을 포함해 일부 입법과제는 연내 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국회법 개정안은 19대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가 박근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입법이 무산됐던 개정안 내용과 같다. 국회가 상임위원회 의결을 거쳐 대통령령·총리령·부령 내용에 대한 시정을 요구할 수 있도록 했다. 노동관계법 시행령뿐 아니라 각종 예규·고시·훈련·가이드라인·매뉴얼 등이 모법 위임을 받지 않은 채 노동조건이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고용노동부가 올해 1월 발표한 공정인사 지침과 취업규칙 해석 및 운영지침이 대표적이다.

한국노총 관계자는 “노동부 양대 지침은 근로기준법에 근거하지도 않았고, 인용한 판례는 하급심 한두 건에 불과해 위법”이라고 비판했다.

노동계는 이와 함께 △전교조의 법외노조화 논리를 제공한 노조법 시행령 제9조2항(설립신고서의 보완요구 등) △근로시간 면제한도의 시간총량과 인원수를 제한한 노조법 시행령 제11조의2(근로시간 면제한도) △사업(사업장) 단위 복수노조 업무 매뉴얼을 '바꾸거나 없애야 할 제도'로 보고 있다.

“각 정당 입장 대선 지지후보에 반영”

노동관계법 시행령·지침 외에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도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달 26일 국무회의를 통과한 금융사지배구조법 시행령 개정안에는 금융사 전체 임직원을 상대로 성과보수체계 도입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이달부터 시행된 금융사지배구조법 제22조(보수위원회 및 보수체계 등)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임직원에 대해 일정 비율 이상의 보수를 성과에 연동해 일정 기간 이상 이연해 지급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시행령에서 성과급제 적용대상을 전체 임직원으로 확대해 버렸다. 노동계는 “모법 취지는 성과보수체계를 한정적으로 도입해 투자안정성을 확보하라는 것인데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 강제에 시행령을 악용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한국노총은 국회법 개정을 포함한 입법과제 관철을 위해 민주노총과 야 3당이 참여하는 논의 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마침 지난달에는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같은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은 “입법과제에 대한 각 정당의 입장을 물은 뒤 그 결과를 내년 대선 지지후보 결정에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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