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진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5일 제71회 광복절 경축식에서 “노동개혁은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소”라며 “대기업노조를 비롯해 조금이라도 형편이 나은 근로자가 청년들과 비정규 근로자들을 위해 한 걸음 양보하는 공동체 정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바로 다음날인 16일 조원진 새누리당 최고위원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전체 노동자의 10%밖에 되지 않는 양대 노총이 전체 노동계의 몸통을 흔들고 있는 상황에서 지금 노사정위 형태로 합의점을 찾을 수 있다고 보느냐”고 물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의 주장은, 청년과 비정규직이 아닌 노동자는 ‘기득권자’라고 말한다. 이들 정규직 노조는 전체 노동자를 대표할 수 없고, 이들 때문에 비정규직과 청년을 위한 노동개혁이 좌절되고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했지만, 실제로 노조를 비난하고 감금과 협박으로 성과연봉제를 강제 시행하는 등 노동개악을 폭력으로 강제한다. 정부의 ‘노동개혁’이 실은 비정규직을 확산하는 파견법 개악, 노동시간을 늘리는 근로기준법 개악, 비정규직의 실업급여 수급을 어렵게 만드는 고용보험법 개악이기에 노동개악에 저항하는 것이 기득권 유지가 아닌데도 말이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 격차가 날로 벌어지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동조건이 급격하게 벌어진 것은, 정부가 산업구조를 대기업 중심으로 하청계열화했기 때문이다. 또한 1998년 경제위기 이후 비정규직 확대 정책을 계속 추진해 왔기 때문이다. 이 결과로 노조가 없는 노동자들은 이런 정부정책에 저항하지 못한 채 비정규직으로 전락하거나 낮은 노동조건을 감내하게 됐다. 이런 현실에서 노조로 뭉친 정규직 노동자들은 최선을 다해 비정규직과 청년노동자를 조직하고 권리를 위한 공동투쟁을 만들어 나가야 했다. 그러나 대기업 정규직 노조는 이런 사회적 투쟁을 지속적으로 하지 못했다.

그런 한계가 있었지만 개별 사업장에서는 많은 정규직 노조들이 비정규직 확산을 막고 좋은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분투해 왔다. 2010년 금속노조가 발표한 ‘비정규직 없는 공장’ 명단에는 36개 사업장 노조가 있다. 이 노조들은 회사가 비정규직을 늘리려고 할 때마다 강한 저항으로 막았고, 사업장 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시키기 위해 노력해 왔다. 위험업무를 비정규직에게 떠넘기거나 자신의 노동조건 상승을 위해 비정규직 확대를 용인하는 타협을 하지 않았다. 이런 노력으로 좋은 일자리가 유지되고, 청년들이 신규채용되고, 차별 없는 일터가 유지될 수 있었다.

이 명단이 발표된 지 6년, 비정규직 없는 일터 중 하나인 갑을오토텍에서는 노조파괴가 진행되고 있다. 그토록 정부가 주장하는 ‘좋은 청년일자리 창출’을 위해 자연감소 인원을 신규채용하도록 하는 등 사회적 역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해 온 노조다. 회사는 2014년 노조파괴 시나리오를 만들고 경비업무를 외주화함으로써, 비정규직 확산을 막으려는 노조의 파업을 유도하고, 특전사와 경찰출신 직원을 채용해서 폭력사태를 일으켰다. 공격적 직장폐쇄로 노조를 무너뜨리려고도 한다. 기업은 비정규직 없는 현장, 차별 없는 현장, 청년들을 신규채용하는 현장을 견딜 수 없었다. 그래서 2010년에 발표된 ‘비정규직 없는 일터’ 중 절반 이상에서 노조파괴 공작, 복수노조, 직장폐쇄 등의 탄압이 자행된 것이다.

정부는 이런 기업의 행태를 비호해 왔다. 노조파괴에 앞장섰던 창조컨설팅 대표는 새로운 업체를 차리고, 경찰들은 업체가 동원한 용역들만 보호한다. 노조가 사회적 책임을 다하려고 할 때 철저하게 탄압하면서도 ‘청년과 비정규직을 위해’라는 말을 지속한다. 노조의 반대를 억압하면서 정부가 만든 제도에 의해 노동자 간 격차가 벌어지고 권리가 무너졌는데 그에 대한 책임이 있는 정부가, 현장에서 그런 현실을 변화시켜 온 노조를 오히려 비판하고 있다. 그리고 하반기에 더욱 강력한 노동개악을 시도하겠다고 선언한다.

노동조합은 ‘비정규직 없는 일터’를 지키기 위한 갑을오토텍지회의 분투에 힘을 실어서 무엇이 청년과 비정규직을 위하는 것인지를 보여 줘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서 머물지 말아야 한다. 정규직 노조는 개별 사업장을 넘어 전체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노동개악에 맞선 사회적 투쟁을 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 노조를 만들 수 없어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는 비정규직과 청년노동자들에게 ‘함께 권리를 찾기 위해 싸우자’고 손을 내밀어야 한다. 그를 통해 노조의 가치인 연대와 협력을 지킬 때 ‘기득권자’라는 정부 주장은 힘을 잃고, 노동자들은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힘을 얻을 수 있다.

전국불안정노동철폐연대 상임활동가 (work21@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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