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석우 변호사(금속노조 법률원, 공인회계사)

갑을오토텍이 직장폐쇄를 한 지 3주가 흘렀다. 초반에는 회사가 동원한 용역경비와의 충돌과 공권력 투입 우려 등으로 일촉즉발의 상황이었지만, 회사가 용역경비들을 철수시키면서 사태가 장기화되는 추세다. 회사의 태도로 볼 때 최소한 당분간은 노동조합이 요구하는 대로 직장폐쇄를 철회하고 단체교섭에 복귀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갑을오토텍 전 대표이사는 지난달 15일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 위반(부당노동행위)으로 대전지방법원 천안지원에서 징역 10월의 유죄선고를 받고 법정구속됐다. 이는 검찰의 구형량보다 높은 수준의 형량이다. 실무를 주도한 노무부문장 등도 역시 징역형의 유죄선고를 받았다. 도대체 이들은 어떤 행위를 했던 것일까.

그 단서는 이달 8월 초 노조가 공개한 회사 내부 문건인 이른바 ‘Q-P 전략 시나리오’에 있다. 그 시나리오의 목적은 제1 노조(금속노조 충남지부 갑을오토텍지회)를 무력화시키고 제2 노조를 설립해 과반수노조가 되도록 하는 것이고, 핵심전략은 노조 파업을 유도하고 직장폐쇄를 한 후 조합원들을 선별적으로 복귀시키면서 노조 집행부에 대한 대량 징계를 통해 사업장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다.

이는 창조컨설팅에서 여러 차례 사용한 방법으로 그리 새로운 것은 아니다. 특이한 점은 판결문에 나타난 범죄사실과 같이 경찰·특전사 출신 ‘노조파괴 용병’을 모집·채용해 현장을 물리력으로 장악하도록 한 것이 그 시나리오의 일부였다는 점이다. 그 일부의 행위만으로도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며 이들은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컨설팅을 담당한 노무법인 예지도 창조컨설팅과 마찬가지로 설립인가가 취소됐다.

회사 문건에 따르면 위 시나리오 작성을 비롯한 컨설팅 비용만 수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목적이 실제 달성될 경우 별도의 성공보수도 예정돼 있었다. 또한 실제 위 시나리오를 수행하는 데 든 자체비용 또한 연간 수십억원에 이른다. 2014년 말 노조파괴 용병들을 채용해 운용하는 데 든 인건비만 해도 적게 잡아도 수십억원이다. 이 비용은 회사의 2014·2015년 재무제표상 영업비용에 그대로 반영돼 2년간 적자가 발생하는 등 경영이 악화됐다. 이로써 회사가 의도한 효과는 무엇이었을까. 바로 향후의 비용절감이라고 한다.

회사는 ‘Q-P 시나리오’가 실행될 경우 단협상 복지축소, 외주화 등을 통해 1년에 총 127억4천만원의 비용이 절감된다고 예상했다. 회사 주도하에 새롭게 설립된 다수노조와의 단체협약 체결을 통해 복지제도를 대폭 축소하고, 경비·식당·운전직 외주화를 비롯해 일부 생산부분까지 외주화를 하면 그런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회사는 경비 외주화를 노동조합에 통보해 파업을 ‘유도’하고 직장폐쇄를 한 후 관리직 사원들을 대체인력으로 투입하고 협력업체를 이용해 대체생산을 하는 방법으로 생산피해를 최소화하는 전략을 세웠다. 실제 진행된 사항도 노동조합이 대체인력 투입 불법성을 지적하며 저지한 것을 제외하고는 시나리오와 거의 유사하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 비용절감이 현실적으로 가능했을까.

경영진은 노동조합의 조직력과 대응전략을 너무 과소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2014년 9월에 작성된 ‘회사 정상화방안 검토’라는 문건에서는 이러한 시나리오 실행에 따라 예상되는 위험으로 ① 노조와 회사의 대립관계 악화 가능성 ② 금속노조 등 상급단체 및 정치권의 개입과 사회적 이슈화 ③ 회사에 대한 진정·고소·고발로 인한 법적 분쟁 장기화 ④ 특별근로감독·세무조사 등 유관기관의 압력 ⑤ 장기화시 그에 따른 고객사 결품 우려를 들고 있다. 잘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노조법을 위반한 비용절감에 대한 탐욕과 단기간에 노조를 굴복시킬 수 있다는 오판에서 과감하게 직장폐쇄를 했던 것이다.

파업이 장기화될수록 임금을 받지 못하는 조합원들도 힘들어지지만, 회사 또한 막대한 손실을 입게 된다. 파업 참여 인원의 인건비를 제외한 고정비 지출을 감수해야 하고 제품을 판매해 얻는 영업이익을 전혀 얻지 못한다. 협력사들과 고객들의 신뢰를 잃고, 이는 회사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악화시킨다. 회사에 자금을 빌려준 채권금융기관들도 점차 압박에 나설 것이다.

아직 늦지 않았다. 갑을오토텍은 지금이라도 즉시 직장폐쇄를 철회하라. 저지른 과오를 솔직히 털어놓고 기존 단체협약을 성실히 이행하면서, 회사 정상화와 장기발전 방안을 교섭에서 협의하는 것만이 사태 해결의 정도이자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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